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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성관 Jul 14. 2023

따뜻한 진심을 나누는 카페, 칼디카파

[일감, 일상의 영감] 다섯 번째 인터뷰: 칼디카파

현대인의 삶에 커피가 없는 순간을 찾아볼 수 있을까?
작년 한국의 커피 및 음료점업 점포 수는 9만 9천 개를 기록했다.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그만큼 커피는 수요도 많고, 공급도 많은 상품이다. 그중 진정한 커피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일감> 7월 호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애정 어린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을 인터뷰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텐텐은 곧바로 칼디카파를 떠올렸다. 작년 여름, 재현과 텐텐 그리고 디보가 미아리고개 하부 공간인 ‘미인도’에서 전시를 기획하며 알게 된 소중한 공간이다. 막 내린 커피만큼 따뜻한 사장님과 맛있는 커피, 여름의 향기가 모여 칼디카파와 함께한 작년 여름의 기억은 아직도 반짝인다.
커피에 대한 단단한 애정과 진심을 만날 수 있는 ‘칼디카파’에서 사장님을 재회했다.

Q. 칼디카파란 어떤 공간인지 사장님의 언어로 직접 들어보고 싶은데요,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칼디’란, 에티오피아에 있는 ‘카파’라는 지역의 목동 이름이에요. 커피를 처음 발견한 목동의 이름, 그리고 그 목동이 양치기를 하며 커피를 발견했던 지역이 ‘카파’인 거죠. 그렇게 ‘카파’에서 오늘날의 ‘커피’라는 단어가 탄생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커피의 시초를 내포하는 단어의 의미를 함축하려고 노력했는데, ‘카파칼디’라는 상표는 이미 있어서, 저희는 이제 반대로 칼디카파라는 이름으로 상표도 올리고 홈페이지도 직접 만들었고요.

(홈페이지를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거였군요!)

그것도 제가 대학원 때 유한양행의 홈페이지를 처음으로 만들었어요. 여러 대학원생이 모여 코딩을 나누어 만들었던 추억을 가지고 칼디카파의 홈페이지도 또한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른 직장 생활을 오래 유지해 왔지만, 저와 제 와이프의 커피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지면서 직장 생활보다 커피에 대한 관심을 쏟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창업하게 된 공간이에요.

그리고 사장으로서, 저는 커피를 단순한 상품으로 생각하기보다 정성을 다해 손님들에게 전달되어 손님들이 편하게 커피를 즐기다 가시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제 가족이나 친척 분들 중에서도 예술 및 음악 하시는 분이 많기 때문에 이런 분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Q. 전 답변에서 운영하시게 된 계기를 같이 말씀해 주신 듯한데요, 특히나 이 자리에 칼디카파를 운영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직장을 다닐 때, 여기 근처에 살면서 계속 눈여겨보았던 곳이었어요.

(원래 있던 곳이었나요?)

여기가 폐가였어요. 저희가 이 집을 매입했을 때는 72년이 넘은 오래된 한옥집이었고, 근처에 살던 저희는 이 집을 지켜봐 오면서 너무 아까운 거예요. 현재는 이 앞에 재활용 쓰레기 및 쓰레기 수거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데, 예전에는 정말 무분별하게 쓰레기들이 버려지는 공간이었어요. 악취가 심하고 밤늦게까지 쓰레기가 없던 곳이 없었고요. 또 근처에 학교가 많다 보니 등하교하는 학생들과 교통, 쓰레기 덕분에 이 근처는 매일이 아수라장이었어요. ‘왜 저렇게 버려두고만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이 공간을 선택해서 리모델링도 하고, 방송에 출연하면서 카페를 알리기도 했고요.

회사를 그만두고 제가 하고 싶을 일을 하려 할 때 고민이 많았는데, 남들이 좋아하는 자리가 아닌 잘 선택하지 않는 외진 곳을 활용해서 공간을 이뤄내 보자, 하는 생각에 칼디카파를 이 공간에 자리 잡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다니고 있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커피를 좋아하던 사람에서 창업까지 하게 되셨잖아요. 그렇게 직업을 바꾸기가 사실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창업에 대한 결단을 내리게 된 계기 같은 게 있으셨나요?

A. 사실 되게 힘든 결정 중 하나예요. 제가 회사에 있었을 때는 연봉이 꽤 높았거든요. 연봉은 높았는데, 다니는 내내 회사의 부속품 같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어요. 96년도, 그 당시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출판 관련 디자인 회사를 다니게 되었는데 97년도에 온 IMF 위기로 회사에서 해고되었거든요. 그때 저는 ‘회사를 50대까지만 다녀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이후 저를 학문적으로 강화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어느 대학의 한 디자인과에서 학생들을 위한 여러 직무를 맡아봤지만, 애교심과 자금이 없다면 오래 유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생각이 들던 해가 딱 오십이 가까워질 즈음이었어요. 제가 전에 다짐했던 시기와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고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난타 극단 대표님을 인터뷰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대표님께서는 음악을 사랑하시는데, 음악으로 했던 사업들은 다 잘되지 못했대요. 하지만 일을 거듭하며 자신이 기획을 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획에 몰두하자 잘 풀렸다고 하더라고요. 되돌아보니 그중 가장 잘됐던 것 중 하나가 자신이 잘하는 기획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접목시킨 ‘난타’라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창업 전) 제가 잘할 수 있는 걸까 라는 고민을 오래 했었어요.


Q. 칼디카파를 운영하며 있었던 인상 깊은 일화가 있을까요?

A. 네, 저희 단골손님 중에 울산에서 오신 자취생 분이 계세요. 그 손님은 거의 매일 와서 바닐라 라테를 드시던 분인데, 최근에 좀 멀리 이사를 가셨거든요. 그런데 엊그제 울산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를 다 모시고 저희 카페에 오셨더라고요. 오셔서 제 와이프를 소개할 때 ‘엄마 같은 분이다’라고 소개를 하시는 거예요. 손님 분 어머니께서 저희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다고, 꼭 이 카페에 와보고 싶었는데 오기 전까지는 이 더위에 왜 자신들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지 화가 나셨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손님 분이 저희를 그렇게 생각해 주셨다는 게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다른 한 분은 한성대에 다니는 청년이었어요. 직장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던 친구라 항상 카페에 와서 이력서를 쓰는데, 저도 사회생활을 했던 지라 직장에 대한 고민이나 취업 방향 등을 많이 잡아주기도 했어요. 결국 만족스러운 곳에 합격하여 직장을 다니는 중인데, 퇴근하면 항상 커피를 사서 카페 문 닫을 때까지 얘기하고, 귀가하는 일련의 시간들을 참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또 한 분은 부산에서 대학원을 다니기 위해 올라오신 여학생 분이 계세요. (이 분이) 카페에 자주 오시면서 와이프랑 많은 얘기도 나누고 친해졌는데 한 번은 저희가 부산에 초대를 받아 학생 가족 분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부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이렇게 손님 분들과 깊게 소통하며 생기는 다양한 경험과 추억들이 가장 인상 깊은 일화로 남지 않나 싶네요.


Q. 다음은 사장님만 말씀해 주실 수 있는 질문인데요, 손님들이 캐치하지 못할 만한 칼디카파의 숨은 매력 포인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아까 인상 깊은 일화에서도 말했지만 모든 손님 분들을 가족처럼 대한다는 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실 거 같아요. 젊은 청년들부터 경로당에 가시는 할머니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 분들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한옥의 한국적인 멋과, 내부 리모델링을 할 때 고려했던 서양의 분위기, 유럽의 앤틱 한 분위기를 어울러 저희 카페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의 맛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오늘 아침에도 일찍 나와서 로스팅을 했거든요. 로스팅을 한 후 저희가 항상 커피를 많이 마셔봐요. 첫 번째, 두 번째까지 버리고 나서 세 번째부터 영업을 시작하거든요. 품질 관리 및 맛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서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칼디카파 만의 장점이 될 거 같습니다.

(작년에 저희 전시 진행할 때도 칼디카파와 협업하면서 종종 커피를 마시러 오곤 했는데, 매번 사장님께서 커피 노트를 챙겨 주시며 상세히 설명해 주셨던 기억이 나요. 저는 커피 맛을 잘 모르지만, 설명해 주시니까 다른 커피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정말 큰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이것도 꼭 써주십시오. (웃음)


Q. 사장님께서 타이포그래피 관련한 공부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혹시 칼디카파와 전공을 연관 지어하신 활동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실제로 칼디카파의 심벌 로고 등은 다 제가 디자인한 거예요. 제가 모던하고 오와 열을 맞춘 디자인을 좋아해서 제작할 때 칼디카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맞춘 디자인을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직접 일어나서 칼디카파의 간판을 보며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커피가 에티오피아에서 기원이 되었다는 감각을 살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림체 같은 형태가 좋겠더라고요. 커피를 마시면 각성 작용을 일으키니까 그런 활달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방향성을 각각 뛰고 있는 타이포를 만들어보았어요.


Q. 가까운 주변에 미인도라는 미아리고개 하부 공간에서 진행하는 많은 예술 프로그램들과 협업 및 이벤트를 자주 여신 다고 들었어요. 관련 이벤트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미인도 바로 옆이 쓰레기 수거장인데, 쓰레기가 한 곳에 밀집되어 있는 공간은 어느 곳이든 불편함이 상당하죠. 그런데 이를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미인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카페에 오시는 손님 분들 중에 예술하시는 분이 계시면 미인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많이 안내해 드려요.

성신여대 근처는 대학가임에도 불구하고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부족해요. 다른 지역은 공원이나 넓은 주차장 같은 곳도 있는데, 성신여대 주변은 공연장이 하나도 없거든요. 미인도를 기점으로 성신여대 근처에 숨어있을 많은 문화예술 및 공연이 자생되었으면 좋겠고,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벤트 등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 같아요.

사실 지금까지 저희는 지역 예술을 위한 문화공간과 공원화를 위해 성북구청과 서울시청에 수차례 개진을 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어요. 어른들은 변화를 싫어한다고 느꼈습니다. 예술과 이를 바탕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환경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됐어요. 그래서 도전하는 젊은 예술가들을 보면 뿌듯하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이벤트뿐만 아니라 미인도에서 문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일하시는 스텝 분들이 카페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지난주 토요일에는 이 주변에서 플리 마켓을 했는데, 한 기타리스트 분께서 저희 카페에서 커피를 드시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희 아들도 기타리스트라고 말씀드렸더니 왜 그런 길을 걷게 했냐며 다른 직장이 없다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자신도 평일에는 다른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주말에만 자신이 좋아하는 기타 일을 하신대요. 저에게 아들이 기타리스트라는 길을 걷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의견을 물으셔서,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저희 집안은 전체적으로 예술을 전공하는 사람이 많아서, 오히려 예술의 어려움에 대해 잘 아는 만큼 더욱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저희 계간지인 ‘일감’은 이름은 ‘일상의 영감’을 줄인 단어인데요, 많은 사람들의 영감을 궁금해하고 전달하는 만큼 칼디카파 사장님의 영감의 원천 또한 궁금합니다.

A. 저는 아침마다 신문을 꼭 읽어요. 신문이 지식의 보고예요. 없는 지식이 없거든요. 바쁠 때 과학이나 정치 면은 스킵하더라도 꾸준히 읽으려고 노력해요.

요즘 무의식에서 사고의 해답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오랜 시간 걸으면 그 반복적인 움직임에 따라 저절로 생각에서 자유로워진다고 하잖아요. 흔히 말해 멍 때린다고 하죠. 유명한 CEO들은 이런 무의식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많이 말하더라고요. 눈을 뜨고 상대방을 바라보며 얘기하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반면, 내가 관심 있는 한 생각 혹은 하나의 행동에 집중하게 되면 자동으로 머리가 비워지게 되는 거죠.

(저도 걸어 다니다가 영상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는 편이라, 집에 걸어갈 때나 산책 나가 있을 때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는 거 같아요. 그럴 때 생각난 내용들은 대부분 기억이 잘 안 나서 그때그때 바로 메모장에 적어 두려고 해요.)

허영만 씨의 ‘부자사전’이라는 책을 보면, 허영만 씨의 잠자리 옆에는 항상 노트와 펜이 있다고 해요. 자면서 무의식 세계에 빠지면 이따금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잠에서 깨면 바로 적어 둘 수 있게 준비해두는 거죠.


Q. 앞으로 칼디카파가 손님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A. 손님 분들이 모두 내 집 같이 방문하여 편안하게 쉬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카페인만큼 ‘이것이 커피다’를 느낄 수 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라고 기억되면 좋을 거 같아요.

한 번은 케냐에서 선교사를 하셨던 손님이 오셔서 케냐 드립 커피를 드신 적이 있는데, 그분께서 케냐에서 마셨던 커피보다 100배는 더 맛있다며 즐거워하셨어요. 이렇게 저에게는 손님 분들이 맛있게 드시고 가시는 모습이 흐뭇하게 떠오르는 만큼, 손님 분들께는 칼디카파가 커피를 정말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저희의 마지막 질문은요, 사장님처럼 자신만의 공간을 꾸려 나가고픈 많은 분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남겨 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직장 생활을 먼저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직장 생활은 주 52시간이 정해져 있고, 퇴근 후 자유시간 그리고 주말 등 공사가 확실하게 나누어져 있어요. 반면 개인 사업은 사적인 시간이 거의 없어요. 개인 역량에 따라 좌우되기에 그냥 달려야 하는 상황이라, 직장 생활에 너무 오랜 시간 물들어 있으면 개인 사업은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어요.

그래서 종종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카페에 오셔서 저와 이야기를 하시면 전 운영할 수 있는 자본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항상 해요. 자본이 없으면 할 수가 없어요.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좋은 아이디어, 아이템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모두 사업을 전반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자본이 뒷받침되어 있었다는 점이 큰 특징이거든요. 아무래도 열정과 패기만으로는 사업을 유지하기에는 많이 어려우니, 꼭 여러 가지 방향을 고려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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