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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성관 Jul 13. 2023

음악이 끊이지 않는 특별한 안식처, 언플러그드

[일감, 일상의 영감] 네 번째 인터뷰: 언플러그드

음악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사소한 순간들도 음악과 함께라면 마치 영화처럼 느껴지곤 한다. 음악이 끊이지 않는 공간. 와우산로 한 켠에는, 마법과도 같은 기억들을 심어주는 포근한 안식처가 자리 잡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오래도록 고대해 왔던 꿈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공간이 되기도 했으며, 의미가 새겨진 뜻깊은 안식처으로서 자리 잡은 공간은 뮤지션과 팬의 연결고리가 되어주기도 했다. 긴 세월 동안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아지트가 되어주었던 특별한 공간, 언플러그드. 그 역사를 함께 톺아보자.

Q. 언플러그드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인터뷰를 읽게 될 분들을 위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언플러그드는 ‘음악’으로 설명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공간적으로는 1층에 카페 공간이 하나 있고, 지하에는 공연장으로 주로 쓰이곤 하는 공연장이 있습니다. 주로 무대가 필요한 뮤지션들을 위해 함께 공연을 기획해서 올리고 있고, 카페는 일반 카페처럼 운영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 카페보다는 특이한 것 같아요. 음악을 소비하려는 분들이 모두 모이는 공간이다 보니, 뮤지션들과 팬을 연결하는 장소로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Q. 가장 처음 언플러그드를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 자신도 프로 뮤지션은 아니지만 음악을 항상 좋아했습니다. 처음 공간을 구상하게 된 것이 2008-2009년 정도였어요. 그 당시에 같이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 주말에 만나서 연습을 하거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싶었는데,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그게 좀 어렵잖아요. 소규모 공방 같은 개인 작업실을 열 수 있는 여건이 됐던 차에, “우리가 주말마다 모여서 음악 얘기를 하니까 작은 공간을 하나 열어서 이런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열어놓자” 하고 작은 방을 열어 음악도 하고 레슨도 하고 찾아오는 분들께 음료를 팔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정말 음악을 하시는 분들도 찾아와 주시고, 여기서 공연을 해도 될지 요청을 받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공연도 자연스럽게 열리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획자분들도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되면서 현재의 언플러그드로 점점 발전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언플러그드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해당 공간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궁금합니다.

A. 사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처음에 공간을 열 때 어떠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공간을 마련했던 건 아니었어요. 찾아주시는 분들과 함께하며 공간에 의미가 부여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언플러그드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이렇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공간을 찾아주시는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공간을 찾아 주시더라고요. 그냥 손님들도 있기만 뮤지션분들도 많이 찾아와 주시고, 그 팬분들도 찾아와 주시고. 다양한 목적으로 서로를 연결해 주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예를 들면, 여기서 늘 노래를 하시던 분들이 유명해졌을 때 팬들이 공간에서 그 사람의 흔적을 찾는다든지, 이벤트 카페를 한다든지. 이밖에도 많은 기획자들도 공간을 찾아주시곤 하는데, 좋아하는 뮤지션들을 섭외해서 직접 공연을 만들어 올리고 하는 경험들을 언플러그드에서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볼 때 되게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기존에는 생각지 못했던 공간의 활용 방안이랄까요? 저마다의 꿈을 가진 친구들이 자신의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 공간이 되었던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우리 공간은 아무래도 앞으로도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공간에 대한 질문을 드려보려 합니다. 그간 언플러그드는 뮤지션들에게도, 그들을 찾는 관객들에게도 따뜻한 안식처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언플러그드’가 그들에게 어떠한 공간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을지 사장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제가 최근에 놀랐던 거는 오픈마이크 같은 프로그램을 10년 정도 운영하고 있는데, 처음 시작했을 때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거였거든요. 최근에 와서는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요. ‘학생 때부터 여기를 많이 봐왔는데 내가 나중에 음악을 하게 되면 여기서 첫 무대를 하고 싶었다’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우리는 늘 하던 걸 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여기 와서 이렇게 작은 15분의 무대를 하는 것이 목표였구나, 그를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있구나, 할 때마다 좋기도 하고,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싶어요. 그래서 여기서 꿈을 이루어나가는 거죠. 물론 우리는 각자의 삶에 카메라도 없고 감독들도 없지만, 모두가 각각의 한 신을 찍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오픈마이크 같은 무대가 정말 중요한 한 ‘순간’이구나. 누군가 뜨거웠던 여름에 한 시즌을 보내고 가는 장소로 기억되었으면 해요.

가끔은 외국에서도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너무 오고 싶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너무 감사하죠. 저는 비틀즈를 좋아했는데, 비틀즈 팬들이 영국에 가면 추억이 담긴 공간들이나 클럽에 방문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언플러그드를 찾아와 주시는 걸 보면서 마음이 기쁘기도 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조금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한 번 오더라도 그저 여기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갖고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Q. 언플러그드 곳곳에서는 많은 기타와 악기들, 앨범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인테리어에 있어서 신경 쓰신 부분이 특별히 있을까요?

A. ‘음악’이죠. 인테리어에 큰 뜻을 갖고 한 적은 없어요. 전문 디자이너, 업체에 맡긴 적도 없고, 저와 스태프들이 지나온 삶이 그대로 보이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대부분의 앨범들은 이곳에서 공연한 뮤지션들이 남기고 간 거고, 기타들도 제가 쓰던 기타, 기증해 주신 기타, 선물 받은 것처럼 그런 소품들이 많아요. 각자의 추억이 담긴 소품들로 시간이 지나며 공간이 채워져 왔는데, 그런 소품들 덕분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에게도 더 뜻깊은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언플러그드 내에서는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곡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특별한 선곡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다른 카페들은 특별한 기준이 있는데, 저희는 그런 게 없어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이 자기 플레이리스트를 틀기도 해요. 그래도 낮에는 조금 잔잔한 곡들이 나오고, 50% 이상은 공간과 잘 어울리는 어쿠스틱 한 인디 곡들이 많이 나오고 주말 저녁이나 금요일 밤에는 이곳에서 공연을 많이 하던 핫한 밴드들의 음악을 많이 트는 것 같아요. 그 외의 시간에는 손님들이 적어주시는 신청곡을 토대로 브리티쉬 락을 틀기도 해요. 사실 이런 음악은 틀지 않습니다 하는 곡들은 없지만, 주류는 그래도 언플러그드에서 공연을 많이 하는 친구들의 음악을 틀고 있는 것 같네요.


Q. 언돌이와 꼬미는 언플러그드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존재들인 것 같아요. 두 마스코트에게 담긴 일화가 있을까요?

A. 저희는 음악으로 먹고사는 게 아니라 언돌이랑 꼬미가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웃음) 우리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일반 대중에게 친절하지는 않아요. 이곳을 모르는 분들이 입구를 봤을 때 ‘여기가 카페가 맞나? 즐겨도 되는 공간인가?’ 싶고 들어오기가 어려울 텐데, 언돌이와 꼬미는 그 경계를 허물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언돌이와 꼬미의 팬이 돼서 공간을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언플러그드라는 공간이 보다 부드러운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언플러그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뜻깊었던, 혹은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이 궁금합니다.

A. 언플러그드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서 빛을 발하는 모습을 봤던 기억들이 오래 남는 것 같아요. 뮤지션분들도, 여기서 우리가 정말 친구처럼 지난 역사를 알고 있는 뮤지션들이 좋은 계기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졌을 때, 그리서 그 사람의 팬이 되어서 이 공간을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꼭 우리가 키운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냥 나만 알던 뮤지션에서 우리 모두가 아는 뮤지션이 되는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언플러그드에서는 그간 정말 다양한 공연들이 이루어졌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연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아무래도 공연의 질과 상관없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했던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사실 언플러그드의 히스토리가 다른 곳에 있다가 이쪽으로 옮긴 거예요. 다른 공간에서 4, 5층, 옥상을 썼을 때 층별로 세 개의 무대를 만들고 뮤지션들을 섭외해서 페스티벌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나름 2~30팀들을 섭외해서 페스티벌을 즐기고, 마지막 저녁 무렵에는 옥상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서 함께 맥주도 사 먹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다음에, 이곳에서는 작년에 10주년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10주년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한 달 내내 주말마다 공연을 했는데 초창기 때 공연을 했던 분들에게도 연락을 해서 같이 하고, 옛날처럼 뒤풀이도 같이 하면서 10년 만에 예전 기억들을 재현하기도 했는데 그 기억도 많이 남는 것 같아요.


Q. 반대로 공간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A.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올렸는데 관객이 없을 때. 정말 공연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어요. 어떤 공연의 경우 리허설까지 마쳤는데도 진행을 못한 적이 있어요. 그런 일이 여러 번 생길 때마다 세상으로부터 관심을 못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이걸 계속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뭔가 자신감이 없을 때는 이제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몇 년 전만 해도, 코로나 때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그동안 많은 공연장들이 문을 닫았어요. 그래도 언플러그드에서는 나름 우리 기획자들과 함께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돌파구를 찾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젊은 기획자들과 함께 해서 이전에 비해 홍보도 더 잘 되고, 좋은 기획공연들도 많이 진행하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Q. 사장님의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일상에서 영감이 되는 존재들이 궁금합니다.

A. 저는 여기서 일하는 친구들이랑 함께하는 대화에서 주로 영감을 받았어요. ‘감성 next level’이라고 우리가 최근에 경험했던 것들 중에 주변에 알려주고 싶은 재미난 것들을 모여서 얘기하자! 해서 아무 주제도 없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이야깃거리를 찾아와서 함께 대화를 나눈 적이 몇 번 있어요.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어떤 공간에 간 얘기, 여행을 간 얘기, 그런 얘기들이 저한테는 자극제가 되곤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보게 될 기획자 혹은 예비 창업자, 그리고 많은 꿈을 품고 있는 창작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주변에 꿈을 키우고 있는 뮤지션이나 기획자 같은 친구들이 이런저런 고민들을 털어놓곤 하는데, 그럼 항상 재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할 수 있는 여건상 눈치 보지 말고 조금은 과감하게 하라고 얘기해요. 주변의 시선이나 현실적인 이유로 하고 싶은 게 있는데도 망설이는 사람이 있으면 저는 항상 더 현실보다는 이상적으로 선택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 나이대에 그렇게 안 하고 이렇게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그럴 때 ‘내가 이걸 못하는 이유’를 나 자신이 아니라 주변에서 계속 찾았던 것 같아요. 깨지더라도 한 번 해보고, 그래야 후회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 게 꿈꾸는 자의 특권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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