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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엄마 Dec 28. 2024

엄마라고 무른 딸기만 먹을 수 없어

좋은 거, 귀한 거, 스스로 챙겨 먹을 수 있도록

딸기가 제철인 요즘.

일주일에 한 번은 딸기를 사서 9개월 딸아이에게 주고 있어요.

아기 손을 씻듯 조심스럽게 씻어 반을 툭 잘라주는데

어쩜 그렇게 맛있게도 먹는지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집니다.


딸기는 왜 그렇게 쉽게 물러버릴까요?

조금씩 사두어도 짓눌린 부분은 늘 연분홍 무른 딸기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딸기를 씻으면서 제 입으로는 서너 개가 꼭 들어갑니다.

그리고 딸기보다 예쁜 나의 공주님에게는 고르고 골라

더 예쁘고 탐스러운 딸기를 내어주지요.


친정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오는 딸기를 조심스래 채반에 씻어 내어 주실 때면

엄마는 내어주기만 하시고 같이 먹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엄마는?" (안 먹어?)

"엄마 씻으면서 먹었어."라는 말이 돌아옵니다.

그런가 보다 하고 먹었던 지난날이 요즘은 종종 떠오르는 거예요.


식탁에 앉기도 전에 엄마 입속으로 들어갔을 딸기가 어떤 모양이었을지 이제야 짐작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라고 무른 딸기만 먹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내가 무른 딸기를 먹기 싫어서가 아니라,

제 딸도 먼 훗날 그렇게 무른 딸기만 먹는 엄마가 될까 봐서요.

엄마인 제가 챙겨줄 때는 예쁘고 고운 딸기만 먹다가 먼 훗날 엄마가 되어서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식탁에 앉기도 전에 싱크대에 서서 젖은 손으로 물만 툭툭 털어 입에 넣는 딸기만 먹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아서요.


딸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랍니다.

저는 알게 모르게 엄마 모습을 지켜봤었나 봐요.

식구들한테 오기 전 엄마 입으로 먼저 들어가는 딸기의 모습을요.

엄마니까 당연한 줄로만 알았어요.

엄마가 되니 자연스레 그 모습이 제 행동에서도 나왔고요.


제 딸에게는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예쁜 딸기 먹을 거야, 엄마라고 무른 딸기 먹지 않을 거야."

"우리 서윤이 끝까지 예쁜 딸기 먹게 해 줄 거야."

"내가 줄 수 있을 때까지만 먹는 것 말고, 제일 좋은 거, 귀한 거, 스스로 챙겨 먹을 수 있도록 나부터 바꿀 거야."

"엄마가 되었다고 포기하는 것 없이 늘 당당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칠 거야"


남편은 꼭 그렇게 하자고 답해주네요.

이번 주말은 본인 손으로 직접 안 사드실 비싸고 탐스러운 딸기 사들고 친정에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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