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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Jun 02. 2024

운동습관 하나, 엄마도 크롭티 입고 싶다

나잇살이라는 변명

“아.. 이 옷도 이제 안 맞네.”

“니 요즘 살 많이 쪘지? 지금 관리 안 하면 아주 푹 퍼지겠는데?”


나이 마흔둘, 나는 27년 경력의 만년 다이어터다.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고, 안 해본 운동이 없다.

게다가 천성이 게을러서 숨쉬기 운동 빼고는 평소에 따로 움직이는 일이 없다.




그런 40대 여자에게도 로망이 있으니 바로 잘록한 허리를 만들어 크롭 티셔츠를 입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늘어가는 살살살.

20대에는 한 끼만 굶어도 살이 쭉쭉 빠졌는데 3일을 조절해도 빠지지 않는 이 몸뚱이가 조금 낯설다.



사십 대에 접어들고 나서는 간헐적 단식, 한두 끼 건강식을 먹는다고 몸무게가 줄어들거나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 맘먹고 며칠 금주를 하고 가벼운 한식으로 저녁을 먹어도 마찬가지.

작년에 입던 옷이 예쁘게 맞지 않으니 다시 새 옷을 사게 되고, 체형에 맞는 옷을 사느라 지갑은 매 계절 가벼워진다.

게다가 사진을 찍으면 왜 이리 몸이 두배로 불어서 나오는지.




자신감은 점점 떨어지고, 뱃살은 점점 늘어갈 때쯤 나는 달리기를 만났다.


“저녁에 00 데리고 놀이터 나올 때 아파트 주변을 좀 걸어보세요. 엄청 상쾌해요.”


같은 어린이 독서모임의 멤버인 S군의 엄마.

그 엄마는 자기 관리도 철저하고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아이를 훈육하거나 세상을 대하는 모습에서 나에게 없는 단호함과 조절력을 배우고는 한다.




걸으라는 그 말이 나는 왜 달라는 이야기로 들렸을까.

나도 한번 그 상쾌함을 느껴보고 싶었다.

다이어트를 떠나서 몸을 움직이며 느끼는 그 해방감을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사실 애가 도와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바퀴만 돌고 올 테니 친구랑 놀고 있으라고 이야기를 해도 금세 전화가 온다.


“엄마, 어디야?"

“엄마 빨리 와



그래서 나는 아침 시간을 달리기에 내어주기로 했다.

앞으로는 글도 써야 하니 4시로 기상시간을 당겨볼까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처음 새벽에 인터벌 달리기를 했을 때 너무 좋았기 때문에 가능한 계속 아침 달리기를 시도해 볼 생각이다.




뺨에 스치는 시원한 바람도, 숨이 차오르는 느낌도, 빨라지는 호흡과 내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도 좋았다. 그리고 뛰는 내내 느끼는 성취감과 뿌듯함.

천상 나무늘보인 내가 이렇게 자발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그 사실에 스스로가 대견했다.


운동이 개운하다는 그 문장이 내 머리에 입력되자 운동은 다이어트의 도구가 아니라 좋은 행위 그 자체가 되었다.

그래서 살이 안 빠진다고, 결과가 없다고 그만두는 게 아니라 그냥 운동이 하고 싶어 진다고 해야 할까.

혹시나 몰라 운동을 하기 위한 두 가지 장치를 만들어두었다.





첫 번째는 8월 말에 있는 해안로 걷기 대회이다.

혼자 참가하기는 좀 그래서 독서모임 엄마들에게 함께 참가하자고 제안을 했다.

의외로 폭발적인 반응에 나도 좀 놀랐다.

러닝화부터 사야겠다, 4시간 걷다가 죽는 건 아니냐, 플래카드도 만들자…


함께 저녁마다 걷고 뛰면서 체력을 만들어보기로 약속을 했다.

분명 아이들 독서모임을 위해 였는데 엄마들이 더 성장하는 느낌이다.

어린이 독서모임, 개구쟁이 그림책이 아니라 개구쟁이 체력장이 될 것 같다.




두 번째는 프로필 촬영 예약이다.

사실 예전부터 출간을 하게 되면 필요할 것 같아서 상반신 정장사진을 찍어두려고 했었다.

사진을 미리 찍어두면 정말 출간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운동을 시작한 김에 프로필 사진 촬영 예약도 질러버렸다.

날짜는 걷기 대회 전의 평일인 8월 말로 잡았다.


이제 두 가지 장치를 마련했으니 더 이상 빠져나갈 틈이 없다.

다른 엄마들은 오늘 러닝화를 구매했다고 한다.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다.

걸어서 좋고 뛰어서 좋고 살이 빠지면 더 좋다.

움직임을 즐기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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