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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데트 Jun 05. 2024

독서습관 하나. 두 명이서 독서모임을 한다고?

모임 안에 모임

나도 독서모임 하고 싶다



독서모임에 대한 갈망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쯤 나는 아이들의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면에는 기회를 봐서 엄마들의 독서모임을 만들고 싶은 속내도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의 독서모임 준비를 핑계로 엄마들과 몇 번의 단합모임을 가졌다. 사실 그때도 두어 번 슬그머니 나의 흑심을 내비쳤다.


“언젠가, 엄마들도 독서모임을 하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럴 시간이 있을까요? “




엄마들은 독서모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시간을 따로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렇게 고민만 하다 첫 어린이 독서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6인실이라는 제약 때문에 그날 모임 진행을 맡는 두 명의 엄마만이 스터디룸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른 한 명의 엄마와 대기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요즘 관심사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00 엄마도 책 좋아한다고 했죠? 요즘 무슨 책 읽어요?”


책 이야기로 신나게 떠들다 보니 번뜩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 지금 이 시간을 이용하면 되겠는데? 모임 안에 모임을 만들어보자. “


아이들의 독서모임은 4명의 엄마와 아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 달에 4번, 매주 일요일 저녁에 모이는데 엄마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독서모임 진행을 준비한다.

그날 진행을 맡은 엄마와 진행을 도울 엄마가 입실하고 나면, 남은 두 명의 엄마는 근처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며 대기를 한다.

나는 그 시간을 그냥 수다가 아니라, 엄마들의 독서모임 시간으로 쓰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생각을 정리하다 톡방에 글을 올렸다.




“카페 대기시간 동안 엄마들도 독서모임을 하면 어떨까요?

2주에 한 번이니 큰 부담도 없을 것 같아서요. 좋았던 구절을 나누고 생활에 적용할 점도 이야기해 보고요.”


생각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와, 좋아요. 저는 육아서 읽고 있는데 책 종류는 상관이 없나요?”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긴 한데 저희 팀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이렇게 적극적은 사람들을 봤나.

그들과 함께 하는 어린이 독서모임, 엄마들의 독서모임 그리고 8월 말의 걷기 대회 준비.

서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니 엄마들도 쑥쑥 크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저번주, 첫 엄마들의 독서모임을 가졌다. 단 둘이서.

멤버는 나와 같은 조로 독서모임 진행을 하는 S군의 엄마다.

그날 학생처럼 백팩을 메고 모자를 눌러쓰고 오셨는데 이유가 독서모임 책이 너무 무거워서라고 했다.




카페에서 책을 꺼내는데… 세상에, 정말 오랜만에 보는 벽돌책이다.

거기다 그녀가 습관적으로 만든다는 독서노트.

꼼꼼한 성격을 대변하듯 그녀는 책에서 좋았던 구절을 손으로 적은 후 타이핑으로 다시 정리하는 독서 루틴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블로그에 리뷰를 올려보라고 제안했으나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이 아직은 망설여진다는 그녀.


내가 지켜본 그녀는 단단하면서 자기 생각이 확실한 엄마였다.

되고 안됨을 확실히 가르치며, 자립심을 중요시했다.

그 덕분인지 S군은 사랑스럽지만 단단해 보였다. 호기심이 많지만 게임이나 유튜브보다는 학용품을 모으거나 자연을 관찰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또래 아이들이 사용하는 미디어 언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녀는 빽빽이 적어온 독서노트를 읽으며 마지막을 한 문장으로 마무리했다.


“아이는 엄마 일생의 일부로 태어났지만, 아이는 태어나서 지금껏 엄마가 전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퇴근 후에 너무 귀찮고 피곤하지만 아이의 루틴을 지켜주고 같이 운동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단호함을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내가 전부인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힘들어도 해야겠지요."



육아에 대해 고민하고 육아서를 정독하고, 자신의 육아에 적용하고.. 그녀는 진지하고 반짝이는 눈으로 이야기했다.


나는 순간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자기 계발을 핑계로 아이를 방치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새벽 출근 워킹맘이라는 핑계로 친정엄마에게 나의 육아를 전가한 건 아닌지.

피곤하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것을 허용하고, 아이와 독서하는 데 소홀한 건 아니었나.




집 나간 양심을 찾기 위해 이번달은 육아서를 읽어보려고 한다.

최근 시간경영에 대해 배우며 느낀 것은 우리의 삶에서도 발란스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 가정. 자기 계발, 건강, 취미, 재정… 어느 하나 치우치거나 부족하면 안 된다.

그런데 나의 상반기는 자기 계발에 치우쳐져 있었다.

일과 자기 계발은 되돌릴 수 있지만 가정과 인간관계는 회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제는 엄마 오데트로서의 삶도 점검이 필요하다. 

나 자신에게 집중된 포커스를 조금은 분산할 타이밍이다.

아직 내가 전부인 여덟 살 아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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