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멜라토닌 May 03. 2023

잃어버렸던 자유의지 아니면 아예 없었던 것일까?

2013년 결혼, 지난했던 과정 중 2018년 어느 초겨울

2018년 11월 9일 일기


행복이란,

그냥 얻어지지 않는 걸 안다.

그렇지만 굳이 행복해져야 겠다고 생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잘못된 선택이 계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불행에는 행복은  커녕 현상 유지를 위해 맞서 싸울 수도 없는 것 같다.


그저 나를 숨죽이고 참아야지 본전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


한번 깨진 신뢰를 다시 복구하는 건 신뢰가 깨졌던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이 일어나 서로의 소중함과 잘못됨을 알았을 때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도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우리 자체 로서..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부부는 완벽한 타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이 있기 때문에 다시 살아갈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사랑을 서로가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아야 하는데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랑 그리고 결혼생활에 필요한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무작정 상대를 긍정으로 바라본 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냥 보통의 사상을 가진 보통남자로 보았으므로..


나 자신을 알았을 때 그리고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고 모자라다고 보이는 부분을 내가 안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결혼을 했을 때 결혼생활이 좀 덜 힘들 것이다.


2013년7월21일..

임신으로 퉁퉁부은 결혼사진 속 내 모습을 보고 딸아이가 말했다. 엄마 표정이 예쁘진 않은 것 같아. 결혼식 사진을 보며 드는 생각.. 가짜같은 웃음, 엄마의 눈물.. 그리고 지옥같던 신혼여행..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던 결혼생활의 시작.. 사진에서는 어떻게 저렇게 웃을 수 있었을까.


만5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때로 돌아가 나의 행동을 시뮬레이션 해보고 상심에 잠기곤 한다. 지금, 사랑의 감정도 정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난 그 당시 연애시절 어떻게 결혼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나의 판단력이 참으로 하찮았음을 느끼며 내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은 점에 대해 후회와 실망으로 가득차있다.


서로의 끝이 과연 어디까지있니 파헤치는 결혼생활. 아이가 들으면 슬프겠지만 그 아이를 위해 힘겨운 시간연장을 하는 것 같은 이 생활.

부부가 한 곳을 바라보며 나아가려는 꿈과 목표는 시부모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그로 인해 남편의 무능력함과 날 괴롭히고 힘들게 했던 것들이 더욱 부각되어 다가온다.


모든걸 포기하고 참고 살면 아이의 안정된 삶을 얻을 수 있겠지만 포기라는 건 어느시점에 한번 툭 하고 내려놓는 그런 시원함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내 기준을 버려가며 큰소리를 잠재우고 마찰을 잠재우기 위해 미안하다고 발언해야 하는 자유의지를 상실한 행동임을 느낀다.


아가씨 일땐 사랑한단 말을 듣고 싶었던 여자 였지만 지금은 날 이해하고 그저 지지해 주는 것이 그 어떤 것 보다 필요하다. 날 이끌어 주고 기다려주고 보채지 않는 사람에게 지금과 같은 마음에선 내 모든것도 내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2018.11.1 목요일,  처음으로 나는 누군가를 경찰서에 신고하고 119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갔다.

아직도 그 상황을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지고 속이 답답하다. 그 후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을 건네고 꽃다발을 준비하는 그런 모습에 소름이 끼칠정도 였고 혹시나 그가 온 에너지를 쏟는 거에 비해 나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지 못했을 경우 나에게 보복을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밑도 끝도 없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고맙고 미안함은 그때그때 표현해야한다.

멘트는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놓치면 언제 그것이 나한테 화살이 될지 모른다.


나는 그렇게 그냥 살고 있다.

아이를 위해, 아이를 핑계로..


사람사이에 상처는 흉터로 남는다..


벗어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