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여
헤어져서 유독 힘들었던 건 마음껏 슬퍼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어릴 때는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라도 듣거나, 술을 마시거나 다른 애인을 찾는 등의 방법으로 그 시간을 보냈지만 싱글맘 기차에 탑승한 이상 나는 앞만 보고 달려가야하는.. 자칫 잘못된 역에 내릴 경우에는 더 큰 후회와 상처가 될 것 같아 그저 손잡이를 잡고 자리를 지키는 방법 밖엔 없었던 것 같다.
무언가 하나 툭 떨어져 나간 일상에도 여전히 세상은 굴러가고 있었다. 참 신기했다. 20대에 그 사람과 연애를 한 이후 결혼 상대자로 전남편을 선택하였고..몇 년에 한 번씩은 그 사람의 소식은 들었지만 사무치게 그리웠던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어휴.. 이 오빠랑 계속 사귀었으면 난 아직도 결혼을 못했겠네!”
싱글이 되고 난 후 약 1년의 연애 후 헤어졌고
한 달 그리고 보름 후,
아이와 밥을 먹던 중 카카오톡이 울렸다.
“제이야”
순간 나는 멍했다. 무언가 못한 말이라도 있는건지 싶었다. 하지만 난 답장을 하지 않았다. 할 말이 있으면 쭉 남겨놓던지.. 굳이 대답하고 싶지 않았던 것같다.
기다렸던 그이가 드디어 나에게 연락을? 하면서 오도방정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또 카톡이 울렸다.
“보고싶어”
만나면서도 늘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말이 너무 반가웠던 건 그 말을 많이 듣지 못했기 때문이란 생각이 함께 들었다.
순간 나도 답장을 할 뻔 했지만 해결책 없는 만남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답장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헤어지면서 받은 내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시 또 혼자가 되어 좋은 점은 생활이 단순해 진다는 점이었다. 내 시간과 내 감정을 들여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다는게 참 어려운 요즈음.. 준만큼 받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미지근한 소통은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 그 사람으로부터 “보고싶다”라는 말은 나에게 대단하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싶다”라는 말로는 우리가 지내온 1년과 급작스런 이별에 대한 해명은 될 수 없기에 나는 속된 말로 그의 톡을 “씹었다.”
그런데 며칠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제이야 오빠좀 안아주면 안되니?”
“ 무슨 일 있어?”
“ 아빠 기일이라 대천갔다가 올라가는 길이야”
“ 난 오빠 마음편하자고 보내준건데 아니야?”
“ 아니야, 지금 집앞으로 갈께 이야기 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