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차례인가?
전남편이 결혼을 했다.
우리가 부부였던 때 남편은 말했었다.
“ 내가 점을 보고 왔는데 내가 먼저 결혼을 하고 그 다음엔 너가 결혼을 한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외로운 자녀는 해외를 떠돌아 다닌대.“
있을 법한 말을 점쟁이에게 듣고 와서 자식을 외롭게 둘거냐고 나에게 따졌었던 그였다.
있어서 안될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럼 네가 결혼을 먼저 하지를 말던지..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다.
그때 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혼하고 남편이 재혼할 것을 두려워한다면 이혼은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맞을터..“
결론적으로 나는 그의 재혼이 크게 두렵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거기까진 깊게 생각을 하진 않았던 게 더 맞는 것 같다.
이혼한 지 벌써 3년이 훌쩍 넘었다. 아이와 둘만의 새로운 공간에서 삶을 시작할 때 많은 이들의 깊은 배려와 도움이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이기적인 마음(나의 행복만을 생각했던)이 이혼의 결과를 낳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와 딸)를 어여삐 그리고 불쌍히 여기시고 외로울 틈 없게 가까이서 지켜준 여러 인연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실감한다.
그래서인지 전남편이 결혼했다는 소식은 날 놀라게만 했을 뿐 가슴시리게는 하지 않았다.
그가 재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건 전 시아버지의 카톡사진 때문이었다. 카카오톡 차단 목록 리스트를 보다가 눌러본 전 시아버지의 카톡 사진에는
전남편의 결혼식 사진과 새며느리의 사진, 그녀의 이름 및 생년월일이 고스라니 보이는 대학원 입학합격증이 자랑하듯 올려져 있었다.
나보다 세살어린 요자, 사진 속 그녀는 착해보였다.
그런데 놀라웠던 건 사진을 올린 게 벌써 1년 전이라는 점이었다.
여러가지 장면들이 뇌리를 스쳤다. 아이로부터 아빠가 유럽을 여행을 간다는 소식이나 아빠가 누구랑연락을 했는데 ‘와이프’라는 말을 썼다는 등 여럿 의문점들이 퍼즐의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상하게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오히려 나는 그에게 고마웠다.
아이를 몇 해 전부터 본인의 집으로 데려가지 않았지만 시간날 때 아이의 학교앞에 오고 운동회도 참석하고 아이와 매일 연락을 하고 아이가 필요한 것들을 주문해서 보내주기도하고 심지어 집에 혼자있을 때 간식까지 챙겨주었던 것을 생각하며 재혼을 했더라도 아이에 대한 마음은 그치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걸 결혼생활 중에 더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텐데..되뇌이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여름, 양육자인 나에게 딸아이의 아이폰 가족대표 자리를 절대 내어주지 않고 본인이 쥐고 있으면서 오랜만에 똥고집을 보여준 그에게 감사했다.
더불어 그땐 그 맥락없는 똥고집에 정신이 나가 떨어질 뻔 했지만 재혼 사실을 알게된 지금에는 오히려 고마움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모든 것에 좋고, 나쁨은 한쪽으로만 치우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해주었다.
그로부터 떠나온 나
나는 그의 행복을 가끔 빌었었다.
아이의 아빠로써 그는 행복할 자격이 있으니까
인간으로써 그도 참 외로웠을 테니까.
한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아빠와 딸의 관계가 지금처럼만 애틋하기를 ..하는 마음이다.
다음편
압구정의 한 의원에서 우리(?)넷은 마주쳤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