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충신 Oct 20. 2022

흩날리는 눈발

삶이 그대 말을 듣지 아니하거들랑

사람들이 돈이 없다고 슬픈 듯이 지켜보거들랑

더군다나,

누군가가 나보고 무능력하다고 낮은 눈으로 말하거들랑 

하얀 물결이 넘치는 예당호에 걸어서 가자. 

예당호를 걷고 걷다가

손이 시렵고,

콧물이 얼어붙은 입술을 적시어들면

대흥면 교촌리 언덕 위에 멈추어 서서

흩날리는 눈발을 한 움큼 입에 받아 넣고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발을 향해

먹은 만큼 눈무를 뱉어버리자. 

더운 입김이 버드나무 위에 머물렀다가

상고대로 하얗게 피어날 때를 기다려

가슴 속에 묻어둔 응어리들을

얼음위에 올려놓고 바람으로 몰고 가서

온 세상이 눈물로 범벅이 되거들랑 

그 때 비로소

함박눈이 펑펑 울음 우는 예당호에 뒹굴어 보자. 

온몸이 눈 발이 되어

예당호에 뒹굴다 보면,

우리가 눈이 되고, 물이 되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흐르다 흐르다 지쳐버려

결국에는 그 물소리도 추위에 얼어버리고,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발에 묻혀버릴 것이다. 

눈이 눈을 몰고 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물안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