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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충신 Oct 20. 2022

넘실대는 물결

우리는 늘,

슬픔의 보따리들을 가슴앓이로 끌어안고 산다. 

누가 예당호의 물을 우물 안에 가두었다고 말할 수 있던가?

예당의 물은

모래알들로 얼룩진 세계를 벗어나기 위해

그 수많은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온몸으로 여기까지 흘러 왔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저녁놀을 타고 몸부림치며 울먹여 왔는데,

그리고

얼마나 많은 갈대를 쓰러뜨리고 일으키며

빈 들판을 달려 왔는데, 

잠시라도 머무를 수 없음을

예당은

사랑하는 사람의 애환을 담아서 수 만 개 구겨진 보재기들로 펼쳐내어

슬픔의 가슴앓이를

씻어내려 소리 내어 흔들리고 있다. 

누가 예당호의 물이 고요하다고 말하던가?

넘실거리는 물결 저 밑으로

소용돌이 치고 있는 아픔의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는데,

견디다 견디다가,

오랜 세월 가슴으로 구겨져 오는 그 잔 물결들이

이렇도록 참아내며 흔들거리고 있는데,

그리고

보따리가 풀어져 버린 온갖 사랑의 아픔들이

물결 밑으로 가라앉아 쌓여 가는데, 

잠시라도 소용돌이 치고 있음을

예당은

떠나는 사람들의 슬픔을 담아서

넘치는 물결로 부딪치고, 또 부딪치고 있다. 

물은 잘게 멍이 들어

가슴앓이의 넘실거리는 보따리들을

구겨진 채로 마구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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