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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복 Jul 15. 2022

사라진 기억

사라진 기억(The silent news), 40x60cm, newspaper


왜곡된 기억은 아름다움을 만든다.


활자로 이루어진 기사에는 그 시기 사건과 정보를 담는다. 그 기록을 지우면 무엇이 남을까. 역사와 기록이 지워진 흔적은 마침내 기억마저 지운다. 사라진 기억에는 왜곡된 감상만이 남고 그 감상은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을 남긴다.


이것은 보는 나에게  양가감정을 일으킨다.  사라진 기억과 사실이 중요한가. 그 흔적을 남긴 젖은 감상들이  중요한가.  신화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상전 된다. 그 누구도 신화에게 역사적 진실을 요구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는 화려한 치장과 아름다움 속에 숨어들 권리, 부끄러움에 몸을 감출 공간, 때로는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시간도 필요하다.


성경 속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먹고 본인들이 발가벗은 것을 알게 되자 자기의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고 금기를 어긴 것이 두려워 몸을 숨겼다. 하나님은 그들이 선악과를 먹은 것을 알고는 이들이 우리 중 하나와 같이 되었다고 표현했다. 그렇게 깨달음이란 때론 신과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때론 인간을 부끄럽게도 하는 일이다.


우리에게 불변의 기억력만 있었다면 지나온 모든 세월이 부끄러움에 극치로 단 하루도 살아낼 수 없을 것이다. 기억을 도려내어 편집할 특권을 가진 인간은 자각의 양심을 뇌에서 가려버릴 선악과를 삼켰기에 내일도 고개를 쳐들고 어깨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또 아담이 그랬던 것처럼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나를 위해 남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힘도 가진 것이다.


그렇게 편향된 기억 속 흔적의 탑으로 그들은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한다. 자신만의 행복 호르몬이 마약이자 백신이 되어 스스로를 충만케 한다.


오랜 세월 속에 왜곡된 기억과 자기 편향으로 축적된 도저히 버릴 수 없는 흔적들을 아름답게 여기며 그 아름다움만을 쫓는 자. 때로는 그 사실을 마주하고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하는 자. 그 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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