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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복 Jun 21. 2023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쉽고 재밌게 글쓰기를 원하는 어느 미술 작가의 글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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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이상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작가의 글쓰기에 관한 책에서, 요즘 시대의 글쓰기는 말하듯이 쉬워야 한다고 했다. 나도 동감하는 바이다. 작가는 지난 시절에 정보의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한 해석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권위적인 글쓰기에 대해 지적했다.


그들은 불가해한 중의적인 표현으로 비평을 피해 가고 수수께끼처럼 얽히고설켜 사색의 노동이 들어가야 일 좀 했네 싶은 글쓰기로 갑옷을 지었다. 또 그때는 뜻 모를 외국어 가득한 보그병신체가 먹물께나 잡숴 본 지적 허영을 뽐내는 액세서리가 되기도 했다. 그 시절과 현 시절 모두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 말이 마치 살결이 맞닿듯이 공감할 수 있었다.


쇼츠라는 단어에 걸맞게도 스치듯 빠르게 변하는 소셜미디어의 강가에서 우리는 전하고자 하는 지식정보가 첫눈에 사로잡도록 쉽지 않으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외면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단 한 번에 홈런을 치지 않으면 시큰둥 해져버리는 시선자극의 콘텐츠가 아니면 안 된다. 너무 쉽고 편하지만 왠지 일장일단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업그레이드된 글쓰기가 요구되는 시대다.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판단할 겨를 없이 춤추는 활자의 선동에 눈을 감고 싶은 충동을 잠시 누르고 판단을 정지한다. 이제 나를 돌아보자. 그나저나 나도 말하듯이 쓰는 글이 훨씬 보기 쉽기도 하고 쓰기에 편하기도 했어. 그동안 머릿속으로 고민하고 수십 번 썼다 지우며 정제하고 핵심만 찾아 정확한 단어 하나하나 구사하려고 너무 궁리했지 뭐야 그러다 보니 오히려 추상적이 돼버리더라고. 그 누가 들어준다고 말이야.


그래 일단 지금을 살아가는 나는 마케팅작가의 말처럼 쉽고 단순하게 글을 쓸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또 그런 습관이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가는 습관을 만들기에도 좋겠다. 나는 적극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로 매일 쓰는 일기처럼 가볍게 글을 써보자 다짐했다. 그게 좋은 글일지 나쁜 글일지 평가받을 수 있을 만큼 되려면 누군가의 시선에는 들어가야 하니까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작가의 전달메시지가 감정에 와닿아 공감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럴 만한 책들만 골라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감정이 든다면 백발백중 매우 수용적인 태도가 되고 자기 암시에 감응력이 올라간다. 그런 글귀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참을 나만의 사색에 젖어들기도 한다. 생각의 날개를 펴고 잠시 꿈을 꾸는 듯한 그 순간을 바로 활자로 옳길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이다. 그렇기에 말하듯 쉽게 글 쓰는 이런 방법은 아마도 그 순간을 담을 수 있게 해 줄지 모르겠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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