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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이 Jul 20. 2023

순간을 사랑하라 - 2

그러면 그 순간의 힘이 모든 한계를 넘어 퍼져가리라.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처음 알려준 사람은 부모님이다. 전국팔도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가족여행을 다녔다. 스타렉스 뒷좌석을 침대로 만들어 어디로든 데려가주셨고, 4인용 텐트는 거의 원터치 텐트처럼 간단하게 펼칠 수 있었다. 그때 그 시절엔 네비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데리고 다니셨는지.. 욕지도에서 배가 끊겨서 하루를 더 묵었던 적도, 텐트 치고 자다가 비가 억수같이 와서 차로 피신 갔던 적도, 바닷가에서 낚시하다가 방파제에 핸드폰이 떨어졌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20년 동안 나에게 “여행”이란 소중한 단어를 마음에 새겨주셨다.


 난 여행이 참 좋다. 친구랑 부모님이랑 함께하는 여행도 행복하지만 혼자만의 여행도 매력적이다. 떠나고 싶을 땐 어디든 제일 빨리 출발하는 KTX를 예매하고, 조용한 게스트 하우스의 도미토리를 예약한다. 그리고 여행지에 도착하면 간단하게 밥을 먹고 해변가에 앉아서 바닷소리를 듣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파도소리를 듣다 보면 생각들이 하나둘씩 정리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배가 고파지면 횟집에서 회를 포장하고 편의점에서 돗자리와 소주를 사고, 모래사장에 소주를 꽂아두고 회를 먹는다. 그때의 파도소리, 누군가의 웃음소리, 공짜로 보는 폭죽놀이.. 정말 행복한 시간들이다. 혼자 가는 여행은 이렇게 얼렁뚱땅 흘러간다. 그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날 것이고, 파도소리가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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