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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다정 Mar 01. 2022

맥시멀 하게 아주 과하게 내 삶에 들어와 있는 드라마

시트콤 ‘프렌즈’

언제나 그랬듯, 저녁을 먹고 나서 만들어진 - 주방에 있는 한 무더기의 설거지 산 -을 바라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속으로 ‘내일의 내가 하겠지.라고.

아침이 밝아 잠에서 깨어 어제의 나를 원망하며 전날 먹은 음식 냄새가 진동하는 주방 불을 켜고 한숨을    쉬었다. 속으로, ‘설거지는 절대 미루지 말아야지생각만 한다.

온 집안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태블릿을 들고 주방으로 향해 버릇처럼 트는 것은



프렌즈 (Friends)

미국 시트콤으로 10년에 걸쳐 시즌 10까지 방영 후 종영했지만 이 시트콤은 아직도 나를 미치게 만든다. 만약 프렌즈 덕후력 테스트가 존재한다면 아마도 내가 1등 하지 않을까? 한 20번은 돌려봤으니까. 요전에 고북 (남편의 애칭)으로 부터 몇 가지 테스트를 당했(?)다. 고북은 몇 차례고 프렌즈를 돌려보고 있는 나를 시험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프렌즈 퀴즈를 찾아서 나에게 문제를 내거나, 프렌즈의 아무 시즌 아무화를 랜덤으로 선택해 소리만 듣고 그 내용을 맞추게 하는 등의 시험을 했고, 나는 모두 가뿐히 통과했다. 고북은 박수를 쳐 주었고, 나는 이런 데서 왠지 모를 자부심이 느껴졌다…




내가 이 시트콤을 처음 접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수..년전 내가 고등학교 시절이다. (정확히 말하면 20년 전이다…)

같은 반 친구가 이걸로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해서 흘려 봤는데 그 에피소드가 너무 강렬했고, 성인이 되어 언젠가 갑자기 그 에피소드가 생각나 어둠의 경로로 다운로드 해서 보다가 넷플릭스에서 프렌즈를 볼 수 있게 된 후에는 언제나 어디서나 틀어 놓는다. (그 에피소드는 추수감사절 에피소드였는데 조이가 칠면조를 뒤집어 썼던 장면.)


프렌즈는 뭐랄까, 일종의 ‘노동영상’이라고 해 두자.

사실 설거지는 귀찮지만, 설거지 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프렌즈를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기 때문.


식사를 할 때도 어김없이 프렌즈를 틀어 놓는다.


프렌즈는 나에게 노동영상의 의미 외에도 마음의 안정을 주는 영상이라고 해야 할까?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영화보는건 좋아하지만 영화관 가는건 싫어하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같은 음악을 반복 해 들을 때도 있으며 같은 영화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기도 한다. 취향이 명확해서 내 취향이 아닌 영화나 드라마, 음악은 쳐다도 안 보는데 프렌즈는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드라마는 아니었다.


성인이 되어 프렌즈를 접한 시점이 내가 인간관계로 힘들어 많은 고민을 했던 시기였다. 이 때 나는 친구나 연인과의 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아 딱지가 생기고 상처가 아물어갈 즈음 이었다.

슬픈 생각이 나지 않도록 일을 정말 많이 하고 1분도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생기지 않게 취미생활을 하고 문화생활을 많이 했던 때 였다. 그러다 우연히 생각난, 고등학교때 봤던 그 에피소드가 생각난 덕분에 프렌즈를 봤고, 그들의 우정과 사랑을 보며 참 많이 울고 웃었다.


이상하게 프렌즈를 보고 나서 나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대하는 태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고, 프렌즈에 나오는 여섯 친구들이 꼭 내 친구들 같아 많이 의지가 되었다.

지금도 나는 아무생각 없이 프렌즈를 틀어 놓는다. 거의 20번 넘게 돌려봤지만, 오프닝 음악만 들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오늘도 프렌즈를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브런치에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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