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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별 마실 Oct 17. 2024

아버지의 전화기

<출처:pixabay>

잘 지내지?

예, 아버지 저 잘 지내요.

그냥 전화했다.

제가 먼저 전화드려야 하는데 아버지가 먼저 전화하셨네요.

아니다 너 바쁠 테니 다음에 또 통화하자.


아버지의 전화를 통신사 대리점에 가서

제적증명서와 함께 해지신청했다.


나는 아버지의 전화기를 아직 보내지 못하고 있다.

시니어에게 사용이 쉽다고 하여 사드린 그 전화기다.

위쪽 창은 스마트폰이지만

아래쪽은 단축번호 '1'만 길게 누르면

나에게 바로 연결되는 전화기다.


단축번호 '1'을 당신의 노안 앞에 두고

여러 번 만지작 거리기만 했을 그 전화기를

나는 아직도 내 자동차의 사물함에 갖고 다닌다.


나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아버지의 전화번호도 아직 그대로다.

고스란히 남아있는 통화와 문자들의 흔적들을 지울 수 없어서


아버지,

저는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여전히 분신처럼 갖고 다녀요.

아버지의 전화기도 아직 그대로 있는

더 이상 계신 그곳과 전화통화도 문자도 주고받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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