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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떨어진 사과)

by 강 라헬



모진 비바람에 떨어진 낙과

강한 벌레에 파 먹혀 형체조차 알 수 없는 몰골

언제나 자신을 경멸하고 불쌍히 여겨왔다

지금에 이르러보니

비바람도

강한 벌레도

내 삶의 귀한 짐이며 선물 이었다


이제

원망보다

감사의 한줌을 보탠다


떨어져 볼품이 없더라도

벌레 먹어 몰골이 흉측해도

달달하고 시원한 맛을 지닌 사과


먼 길 돌고 돌아온 지금

그럼에도 달콤하고 볼 발간 나


언제라도

언제까지라도

등 뒤에서

늘 응원하고 축복하는

내 자신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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