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사과)
모진 비바람에 떨어진 낙과
강한 벌레에 파 먹혀 형체조차 알 수 없는 몰골
언제나 자신을 경멸하고 불쌍히 여겨왔다
지금에 이르러보니
비바람도
강한 벌레도
내 삶의 귀한 짐이며 선물 이었다
이제
원망보다
감사의 한줌을 보탠다
떨어져 볼품이 없더라도
벌레 먹어 몰골이 흉측해도
달달하고 시원한 맛을 지닌 사과
먼 길 돌고 돌아온 지금
그럼에도 달콤하고 볼 발간 나
언제라도
언제까지라도
등 뒤에서
늘 응원하고 축복하는
내 자신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