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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문제는 역시 건드리는 게 아닌데

할 말만 많고 딱히 건질만한 말이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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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look.so/posts/rDtpVdZ


- 글을 쓰게 된 목적 :


사교육 관련 기사와 동영상을 보다가 한번쯤 사교육 문제를 놓고 내 생각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쓰고 나서 드는 생각은 역시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되는 주제라는 교훈만 얻고 간다. 일단 근본적으로 사교육은 잘못되었다는 전제를 갖고, 사교육비를 양산하는 주범인 사교육 업자에게 몽둥이를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교육은 조선시대의 서당으로 대표되는 사설 교육 기관이었고, 그 이전부터 존재해 왔었다. 그러니까 사교육이 잘못되었다는 전제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면 안 된다. 최근 사교육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학습자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려고 학습 범위를 축소한 것에서부터 유래한다. 공부할 범위가 줄어드는데, 학생을 변별하려는 의지는 동일하니, 킬러 문항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킬러 문항이 공교육만으로 수능을 대비하는데 문제가 된다고 비판하니, 준킬러 문항을 늘려버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어째 억울한 사교육 업자의 논리를 비호해주는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은데, 어디든 자기만의 논리와 일리는 있기 마련이니까. 정책을 마련할 때에는 정책이 발효됨에 따라 이해관계자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충분히 검토하고 시뮬레이션하면서 진행하면 좋겠다. 교육 과정의 변천 역사를 오랫동안 지켜본 바로는 아마도 나름 최선을 다한 게 지금의 상황일 거라 생각한다. 문제는 [나름] 최선이라는 것이겠지만. 사교육이든 부동산이든 개혁을 표방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커다란 원칙 하나만 고정해 놓고, 문제가 그냥 가만히 침잠하길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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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준평론


사교육 문제는 역시 건드리는 게 아닌데



0.

개혁을 촉발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에서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사교육과 부동산. 사교육과 부동산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성공을 대물림하려는 욕망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둘째, 확실한 결과물을 갖출 수만 있다면 천문학적인 비용도 불사합니다. 셋째, 별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 한다는 비판을 알고 있지만, 똘똘한 하나를 갖고 있으면 뭔가 든든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역대 정권에서 이 두 가지 문제를 잡아도 보았고, 풀어도 보겠노라고 노력했지만, 결국 아무도 잡지도 풀지도 못했기도 하죠.


뭐든지 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하고 싶은 법입니다. 성공을 대물림하려는 개인의 욕망을 막겠다던지, 성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건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사기 쉽습니다. 실제로 새로운 정권이 등장할 때마다 사교육 개혁, 부동산 개혁을 부르짖지만, 그게 말처럼 쉽던가요. 정책을 수립하려는 위정자들은 개인의 욕망을 인정하고, 그 욕망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https://youtu.be/YnbJporib50?t=375


고려 말에서 조선으로 개혁을 할 때 가장 중요했던 게, 고려 시대에 100년 넘게 전쟁을 하면서 겪었던 것들이 이제 개혁의 근거가 된 거죠. 그런데 이것을 우리 역사는, 그때가 군사 정권 시대이고 그러다 보니까, 전쟁이나 군대가 사람을 개혁했다고 말하기가 싫으셨던 것 같아요. 이건 증거는 없어. 아무도 그렇게 안 써놨으니까. 그래서 이런 얘기는 많이 빼고. 예를 들면 성리학을 공부했더니, '우리가 세상을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이래서 개혁했다는 식으로 설명의 비중이 높았어요. 제가 말씀드리는 건 이런(전쟁이 개혁의 근거가 되었다는) 설명이 없었다는 게 아니고, (성리학이 개혁의 근거가 되었다는 설명의) 비중이 높았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살아봐서 알지만, '내일부터 열심히 공부해야지.' 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 다 공부하다가 시험에 한번 떨어져 보거나, 옆에 누구는 취직해서 벤츠 몰고 나타나고 그랬을 때! 그래도 안 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 그래도 잘 안 해. 그래도 어쨌든 하는 사람은 뭔가 좀 충격을 받았을 때, 바꾸는 경우가 많잖아요. 조선도 마찬가지지. '야, 우리가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자.' 이래 갖고 만드는 사람이 어딨어. 전쟁나고, 나라 뒤집어지고. 이러다 다 죽겠다 싶으니까, 이것도 개혁하고, 저것도 개혁하고. 사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올 때, 굉장히 많은 개혁을 했어요. 우리 현대사에서도 그런 거 못해요. 가정의례준칙한다고 했다가 몇십년이나 되돌아 갔잖아요. 그런데 (조선 초기 개혁했던) 걔들은 결혼 제도까지 바꿨잖아.

_ 임용한, 전쟁사의 오해와 진실 특강 中 6:15~8:02, 문장 중 괄호는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별도로 보충한 내용


역사학자 임용한 교수님의 전쟁사의 오해와 진실 특강에서 [개혁]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이야기해주셨는데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오랜 기간 지속되었던 [전쟁]이 생존하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해서 [개혁]을 촉발시켰다는 주장입니다. 성리학으로 대표되는 유교 사상에 매료되어 변화가 일어나는 건 너무 이상적인 얘기라는 것이죠. 인간은 좋은 것을 따르고자 하는 욕망보다는 싫은 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1.

관성의 법칙은

생각보다 세다


개혁이라는 말 뜻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개혁은 가죽을 뜯어서 새롭게 고치려는 것입니다. 개혁은 많은 고통을 수반하고, 이러한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대로 꾸준히 버티다가 더이상 버틸 수 없을 때, 비로소 변화와 개혁이 일어나는 법이죠. 대표적으로 미국의 미터법은 기존 사람들이 사용하는 편의성 때문에 아직도 제정되지 못했습니다. 1999년 9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기후 궤도선을 화성에 진입시키려고 하다가 폭발했던 사고가 있었는데요. 폭발 원인은 단위를 미터가 아니라 야드로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엄청난 사고가 있었기에 이후 NASA는 정확한 미터법을 사용합니다만, 미국은 아직도 기존에 꾸준히 써왔다는 편의성 때문에 미터법을 쓰지 않죠. 도량형 하나 바꾸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부동산이든 사교육이든 간에, 현재 우리의 환경이 쭉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개혁을 부르짖는다고 해서 쉽사리 바뀌진 않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부동산과 사교육에 투자하려는 욕망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욕망을 제어하려는 건 일시적인 정책에 불과합니다. 평균 회귀의 법칙에 따라, 어설픈 제어는 오히려 풍선 효과가 생겨서 향후 더 큰 투자가 발생하게 될 수 있죠.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니까 말입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042316281581780


저는 오히려 부동산과 사교육보다 더 효과적인 투자처를 보여줘서 부를 대물림하려는 욕망을 해소하는 편이 낫다고 보는데요. 예를 들어, 자녀의 사교육에 들어갈 비용 대신 꾸준히 주식 시장에 투자해서 목돈을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할 수 있겠죠. 단기 수익률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 적립식으로 준비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예시로 유대인은 13세에 성인식을 치르는데요. 성인식 때 받게 되는 축의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성인이 되었을 때, 독립해서 살 수 있는 밑거름으로 만드는 거죠. 성인이 되었을 때 갖고 있는 자본금이 출발선이라면, 유대인들의 출발선은 생각보다 많이 앞서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과 사교육에 대한 열망은 쉽게 식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관성의 힘은 생각보다 힘이 세니까요. 결국 전쟁과 같은 수준으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고 나서야 비로소 개혁안을 마련하게 될 겁니다. 인류의 발전은 최적화된 길을 따라 발전해오지 않았죠. 피의 혁명과 전쟁 등 누가 봐도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길을 뱅뱅 돌아오면서 발전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더이상 생존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개혁해야 할 이유와 원동력이 생기는 법이니까요.




2.

킬러를 없앤다고

킬러가 사라질까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212082124035



최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학교 수업으로 감당이 안 되는 수능 킬러문항을 놓고 비판하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평가원이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무시했다는 지적은 일부 공감합니다만, 현재 수능 킬러 문항을 만들어낸 배경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수능 킬러 문항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줄어든 학습 범위에 있기 때문인데요. 평가원은 배워야 할 학습량은 줄어들고 있는데, 학생의 실력을 가르는 변별력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킬러 문항의 난도는 점차 높아질 수밖에 없죠.


저는 6차 교육과정 마지막 세대로, 당시 배웠던 수학 학습 분량보다 현재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수학 학습 분량은 매우 적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행렬, 일차변환, 부등식의 영역, 공간도형과 공간벡터 단원이 사라졌죠. 학습해야 할 분량이 많아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크다는 의견을 수렴하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간도형과 공간벡터는 수험생 사이에서 공도벡이라고 불리며, 킬러 문항을 양산하는 전문 단원 중 하나였죠.


그런데 AI를 사용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빅데이터의 근간이 되는 행렬과 3차원 공간을 다루는 공간벡터를 배우지 않는 건 어불성설인데요. 고등학교 때 이런 내용을 배우기엔 어렵고 복잡한데다 킬러 문항까지 양산하니, 고등학교 때 배우지 말고 대학에서 배우라는 것이죠. 덕분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학 사교육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까닭입니다.


킬러 문항을 양산하는 단원을 없앤다고 킬러 문항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2021년 9월 29일 강민정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이 발제한 [수학 킬러 문항 금지법]은 킬러 문항 출제가 기계적인 문제 풀이를 양산해 낸다는 논리를 폈는데요. 킬러 문항의 목적은 오직 변별력에 있으므로 킬러 문항은 없어질리 없고, 없어진다고 해서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아름다운 상황은 아마 영원히 오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3.

킬러 문항을 줄이면서

변별력을 살리는 방법


https://youtu.be/60USSuTRKPk


수학 사교육 강사인 [수학하는 땅우]의 의견을 참고해 보면, 수능 수학의 변별력이 줄어들게 된다면 학생의 실력이 아니라 수능 당일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갈리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킬러 문항의 숫자를 억지로 줄이려고 하면, 킬러 문항의 숫자는 줄어들겠지만, 준킬러 문항의 숫자가 증가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많아진 준킬러 문항을 제한 시간 내에 풀이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기계적인 풀이 방식을 권장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하죠.


최근 수능 수학의 트렌드가 킬러 문항의 숫자는 줄어들고, 준킬러 문항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예측된 흐름대로 맞아가고 있습니다. 킬러 문항을 줄이면서 변별력을 살리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죠. 킬러 문항의 출제는 잡아냈지만, 준킬러 문항의 증가라는 부작용은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을 뿐입니다.


수능을 무력화하여 마치 운전면허 자격증 시험처럼 자격고사하려는 시도는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수능에만 치중하면 공교육의 목적이 훼손될 것이기 때문에 수능에 목을 메지 않게 만들려는 의도는 알겠는데요.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꾸려고 노력할수록 수능 외에 다른 시험까지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은 심화되고, 사교육비는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는 아이러니를 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별력이란 모든 학생을 하나의 기준으로 줄을 세우려는 시도입니다. 변별하려는 시도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면, 이 문제를 앞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어떻게 변별해야 좋은지 기준을 잘 세울 수 있게 정책을 오랫동안 준비해야할텐데, 과연 이렇게 깊게 준비하는 과정이 가능할지 의문이네요.




4.

킬러단원이 있으면

찍어버림 그만이지


이과생들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선택하여 수능을 치룹니다. 과목마다 각각 I, II 로 구분하여 출제되고 있기 때문에 두 가지를 선택한다면, 28가지 선택 가능한 조합이 나오는데요. 가장 인기가 많은 조합은 생명과학 I, 지구과학 I 조합입니다. 각 과목마다 난이도별 특성이 있는데요. 물리의 경우, 수학과 가까운 과목이다보니 개념을 잘 이해하면 암기할 분량이 적습니다. 역학이 꽤나 어렵다고 알려져 있죠. 화학은 계산의 양이 많다는 점, 생명과학은 암기에 초점을 맞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구과학은 사회탐구처럼 자료해석 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과목과 차별화가 되어 있죠.


https://youtu.be/-ZSw6T3jc_k



그 중 생명과학 I은 문제 유형을 유전, 비유전으로 나눌 정도로 유전 단원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사교육 강사조차도 모든 개념을 다 공부하고 들어갈 생각을 하지 말고, 자신이 공부한 부분에서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하라고 할 정도니까 말이죠. 그래서 이러한 문제 유형에 기반하여 생명과학은 쉬운 문제를 모두 다 맞고, 어려운 유전 단원은 전부 찍어버리는 전략을 써서 해당 과목 성적을 2등급 받을 수 있는 전략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해당 전략을 듣고 있노라니, 충분히 일리가 있으면서도 학습량을 줄여서 수학에 더 투자해야 하는 수험생 입장에서 참 매력적인 전략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량을 줄여준다는 것은 그만큼 수학을 비롯한 다른 과목에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전략은 분명히 교육적으로 봤을 때, 해당 단원을 열심히 학습해야 할 이유를 상실할 수 있으니 분명히 문제가 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킬러 단원인 유전 단원을 출제 범위에서 빼버리면 되는 걸까요? 해당 단원에서 출제하는 문제 숫자를 줄이면 되는 걸까요? 킬러 문제를 출제하지 못하도록 바꾸면 되는 걸까요?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혼란이 생겨날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래왔듯 우리의 사교육계에 종사하는 업자들은 빈틈과 공략법을 찾아내겠지요.




5.

삼차함수의 대칭성

변곡점과 비율관계


https://youtu.be/uON650egSVU?t=2438



매번 수능이 끝나고나서 평가원은 교육 과정을 벗어나지 않고 풀 수 있게 출제했다고 주장하고, 평가원을 비판하는 단체는 교육 과정을 벗어난 내용이 출제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각자 말에는 나름 일리가 있는데, 일리가 있다고 해서 진리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겠죠. 삼차함수의 대칭성, 변곡점과 비율관계는 교육과정 외 출제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교과서나 교육 과정에 충실히 따르고 있는 일반 개념서에서는 해당 내용이 언급되어 있지 않은데요. 평가원을 비판하는 단체가 해당 개념을 문제삼는 이유는 사교육 업체에서 만든 해당 공식을 이용하면 문제가 쉽게 풀린다는 것에 있죠.


실제로 해당 개념이 어려운지 따져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직접적으로 해당 공식을 교과 과정에서 배우지 않았을 뿐, 기존에 배웠던 내용을 살짝 응용하면 충분히 증명하고 풀어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원래 수학 공식이란 문제풀이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만든 것 아닌가요? 대표적으로 구구단 같은 것들이 그렇죠. 수학은 본래 약속한 개념 안에서 상호 간 이어지는 원리를 이용해서 무한하게 확장이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어디까지가 교육 과정에 들어맞는 것이고, 어디까지가 교육 과정에 들어맞지 않은 것인지 누가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요.


과연 해당 개념 중 어떤 부분이 교육 과정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해당 개념을 배우지 못한 학생들이 걱정이 된다면, 교육 과정 안에 해당 공식을 넣어서 가르치면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교육 과정 안에 배워야 할 분량을 늘리면 생기게 될 학습 부담을 경계하게 되겠죠. 학습 분량을 늘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사교육에서 가르치는 방식을 맞다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이런 문제 유형은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으니, 출제하지 마라는 식의 대응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해당 공식만 알면 문제를 빨리 푸는데 도움이 된다는데, 과연 누가 말릴 재간이 있을까요.


공교육은 어디까지나 국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내용을 교육하는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공교육만으로 누구나 만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순 없겠죠. 공교육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작정 사교육만 잘못했다고 때릴 게 아니라, 성공을 향한 욕망의 방향을 사교육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돌리는 작업에 더욱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계속 사교육을 때리면 때릴수록 맷집만 키우게 되서 만들어진 게, 현재의 사교육일테니 말입니다.




6.

이과생의 문과침공 현상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2021년에 치르는 수능부터 문이과 통합 수능이 시작되어 햇수로 2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사실 통합 수능이란 말은 말장난에 불과한데요. 6차 교육 과정을 기준으로 모든 학생은 공통사회, 공통과학을 시험봐야 했기에 6차 교육 과정이 오히려 문이과 통합에 가깝습니다. 대학에서 지정한대로 탐구 과목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니, [대학 맞춤형 선택수능]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싶네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192367


어쨌든 문이과 통합 수능이 시작되면서 [이과생의 문과침공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교차지원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이과생들이 상위권 대학의 문과 전공에 지원하여 문과 수험생이 입시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이 말은 입장차이에 따라 표현이 좀 다를 수 있습니다. 문과생이 피해를 받는다는 관점으로 쓰면, [이과생의 문과침공 현상]이라고 써야겠지만, 그 동안 수학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던 문과생이 혜택을 받았다는 관점으로 쓰면, [수학 실력의 정상화]라고 써야겠죠.


문과 수험생이 주로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 과목보다 이과 수험생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과 [기하] 과목은 학습량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이과생은 공통으로 출제되는 영역에서 고득점을 받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게다가 이과 계열 대학은 과목 선택을 강제하는 것에 반해, 문과 계열 대학은 과목 선택을 강제되지 않는데요. 교차지원이 자유로워진 이과생이 수능 성적을 조금 아쉽게 받았다면, 원서 중 일부를 문과 계열로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이렇게 이과생의 보험용 걸어두기식 지원 증가는 자연스럽게 재수생의 증가를 낳고, 재수생의 증가는 사교육비 증가와 함께 청년의 사회 진출을 늦추는 문제가 생깁니다.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한 문과생과 원하는 전공을 가지 못한 이과생은 재수를 필연적으로 선택하게 될테니까요. 문이과 통합이라는 명목 하에 교차지원을 허락했는데, 오히려 재수생을 양산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문과 계열 대학도 선택과목을 강제해야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반대로 이과 계열 대학이 선택과목을 강제하지 않아야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이 문제는 아마 대학에서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학교 입장에서 자퇴생이 증가하면 등록금 수입에 문제가 생길테니, 한동안 혼란이 있은 후에라야 나름의 자구책을 만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대학에서조차 별다른 대책이 없다면, 수험생은 그냥 주어진 상황을 계속 몸으로 맞으면서 맷집을 기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여태까지 늘 그래왔듯 말입니다.




7.

사교육 문제는 역시

건드리는 게 아닌데


https://www.dokdok.co/brief/naesi-gyunhyeongeuro-alaboneun-seontaegyi-gyeongjehag

글을 쓰고 나서 생각해 보니, 괜히 이 주제를 건드렸다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별다른 대안과 대책도 없이 문제제기만 나열하는 꼴이 되는 것 같아서 말이죠. 이렇게 해결하기 복잡한 문제를 볼 때마다, 저는 [내쉬 균형]을 찾아가는 상황 속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쉬 균형이란 경쟁자의 대응에 따라 각자 제일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 균형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균형 상태에 도달하려면, 오히려 개인이 덜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 죄수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죄수의 딜레마란 자신의 죄를 자백하면 받게 되는 형벌을 상대방의 자백 여부가 결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개인의 입장에서는 범죄를 부인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지만, 상대방의 자백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시나리오를 따라가게 되죠. 여기에서 내쉬 균형은 자백하는 선택이 됩니다.


사교육 문제는 이렇게 내쉬 균형의 관점에서 봐야하지 않을까요? 모든 사람들은 자녀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사교육비를 투자하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 상태는 아직 내쉬 균형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죠. 이 상황이 지속되다보면 누군가는 내쉬 균형의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시도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계속 교육 정책에 변화를 줄 때마다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이번에 바뀐 정책에 우리 아이가 적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에 다시 사교육비에 투자하게 만듭니다. 사교육의 내쉬 균형을 찾지 못한 채 계속 불안한 불균형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사교육 문제를 한번 쭉 다뤄봤습니다. 그동안 사교육을 함부로 다뤘던 결과물이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왜 함부로 다루면 안 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사교육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를 고민해 보았는데요. 개별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 해결책을 원한다면, 어떻게든 그 빈틈을 찾아 극복할 수는 있겠습니다. 정책적으로 접근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아무래도 어렵다고 생각되네요.


산업의 구조가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충분한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바뀌게 된다면, 대학 과정까지 모두 국가에서 무료로 지원하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면,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을 다른 쪽에 쓸 수 있게 잘 유도할 수 있다면, 아마 사교육 문제는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말해서, 사교육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건 많이 어렵고, 아마 자연스럽게 이뤄지진 않을 것 같다는 얘기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하루가 멀다하고 교육 정책이 변화하다보니, 아무래도 근시안적으로밖에 못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생존과 직결될 정도의 수준으로 교육 개혁 의지가 충만해질만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어려울 것 같고요. 계속 이렇게 교육 정책을 찢고 뒤집으면서, 이렇게 계속 교육 정책을 변화하는 게 엄청 위험하겠다는 문제 의식이 충분히 [고양]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오히려 낫겠다 생각합니다. 쿨타임 찰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일 수 있다는 거죠. 가깝게 생각하면 혼란을 주는 게 나쁜 것같지만, 길게 바라보면 개혁을 바라던 사람에게 요구되던 인내의 쿨타임이었을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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