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내려면 이렇게 내야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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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미생]의 오과장을 연기했던 이성민 배우의 명연기에 힘입어 오랜만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였다. 갑자기 마지막 회차에 이상한 결말로 치닫게 되면서 이 드라마를 봤던 시간이 부정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꽤나 나빠졌다. 이미 드라마는 끝나버렸고, 이 망쳐버린 기분을 어떻게 풀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차라리 [국밥집 첫째아들]을 다룬 이야기를 소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일은 달랐지만 마침 비슷한 시기에 방영했던 KBS 드라마 [커튼콜]을 소개하고자 한다. 드라마 [커튼콜]은 재벌 사이에 벌어진 가족 갈등을 풀어 나가는 드라마로 소재가 살짝 올드한 느낌은 있지만, 등장인물의 연기는 구멍 하나 없이 탄탄했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성은 충분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국밥집을 운영해서 재벌이 되었던 할머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 드라마를 소개하려는 주 목적이 되었다. 이 드라마는 재벌가를 속이는 한 편의 사기극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들키지 않고 속이는지, 속였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들키게 되는지 보여준다. 드라마 내내 속고 속이며 들키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심장이 쫄깃하다. [커튼콜]은 연극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출연진이 관객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커튼콜]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구성된 결말마저도 꽤나 마음이 든다. 이야기의 결말을 내려면 이렇게 내야죠! 안 그렇습니까, 각색 전문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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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과 KBS 드라마 [커튼콜]의 줄거리와 결말을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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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용두사미의 전형
재벌집 막내아들
지난주 일요일, 웹소설 기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마지막 회가 방영되었습니다. 사전제작으로 진행되어 드라마 업계에 만연하게 존재하던 쪽대본 문제도 없었고, 주3일 편성으로 [금토일 드라마]라는 새로운 연속극 형식을 도입해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요.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기간에 방영되었기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했습니다. 마지막 회차인 16화에서 정신 나간 전개를 보여주면서 시청자의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이것도 선물이라면 선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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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웹상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엔딩 중 하나입니다. 진짜 딱 이 정도만 했어도 충분히 박수 쳐줄 만한 엔딩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스토리의 기본은 연결 고리인데, 곱게 뿌려두었던 떡밥 회수도 안 돼, 기존 설정마저 다 부숴버리는 전개 등 무엇을 위한 드라마였는지 이해가 도무지 안 됩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작가가 작품을 각색하는 능력조차도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되는데요. 이게 한계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엔딩을 놓고, 웹소설 원작 작가인 산경 작가님의 입장이 꽤 궁금해졌습니다. 일단 산경 작가는 최근 신작 웹소설 [재벌집 천재감독]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해당 웹소설에서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는 방식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극중극] 형식인 셈인데, 이번 엔딩 사태를 통해 엔딩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숨어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유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드라마의 엔딩에 실망한 시청자 중 일부는 웹소설의 결말이 궁금해져서 웹소설을 결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드라마 시청률이 높았을 때에는 드라마의 흥행 덕분에 생긴 인지도로, [재벌집 막내아들]은 웹소설 순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했었는데요. 이번 엔딩 사태로 말미암아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해당 웹소설에 유입할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 예상됩니다.
드라마화가 잘 되어도 좋고, 안 되면 더 좋은 상황입니다. 산경 작가 입장에서 자신의 작품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드라마화 되었다는 점이 몹시 실망스러웠다는 것만 빼면, 딱히 나쁜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 모든 게, 마치 진도준이 상황을 설계하는 것처럼 우리가 모두 [원작자의 설계] 속에서 놀아나고 있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정해 봅니다. 지금 산경 작가는 마치 꾸러기 웃음을 짓는 송중기에게 빙의되어, [재벌집 천재감독]을 신나게 쓰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1.
재벌집 막내아들 대신
국밥집 첫째아들 추천
[재벌집 막내아들]에 실망한 네티즌은 해당 작품을 [국밥집 첫째아들]로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성토하기 시작합니다. 재벌집 막내아들, 정확하게 말하면 [재벌집 막내아들의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다시 태어났기에 사람들은 처음 등장한 윤현우 팀장의 삶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죠.
윤현우 팀장은 드라마 설정상 [국밥집 첫째아들]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국밥집 첫째아들]이 그저 [재벌집 막내아들]이 된 꿈을 꾼 이야기로 바뀌어 버렸죠.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국밥집 첫째아들]로 이름을 바꿔야 맞겠습니다.
시청자들은 현재 재미있게 보던 드라마의 말도 안 되는 결말 때문에 화가 단단히 나 있습니다. 그래서 화가 단단히 나 있는 시청자들을 위해 진짜 [국밥집 첫째아들]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제가 소개하려고 하는 이 드라마는 [재벌집 막내아들]과 비슷한 기간에 방영한 KBS 드라마 [커튼콜]입니다. 마침 12월 27일에 결말이 났으니 몰아보기에도 좋을 것 같네요.
이 드라마는 할머니가 국밥을 팔아 재벌이 되어 세운 호텔을 둘러싼 손자 손녀 사이의 경영권 다툼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할머니는 의도하지 않게 결혼을 두 번 해서 각각 아들을 하나씩 낳았는데요. 두 아들 모두 일찍 사망하는 바람에, 이복형제들이 낳은 손자와 손녀들끼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호텔을 매각하고 싶은 손자, 할머니의 유지를 잇고 싶어하는 손녀가 서로 호텔 경영권을 놓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여기에 할머니의 이복손자이자 이 드라마의 주인공까지 끼어들게 되면서 상황은 점점 복잡해집니다. 진양철 회장의 혼외자식이 낳은 아들 진도준이 주인공인 [재벌집 막내아들]의 가계도와 매우 흡사한 구성이라고 볼 수 있죠.
커튼콜은 연극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출연진이 관객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드라마는 한 편의 거대한 연극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저는 이 제목을 [커튼콜]로 지은 것이 조금 아쉽네요. 등장인물만 놓고 보더라도 [국밥집 첫째아들]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2.
국밥집 재벌을 속이기 위해
연기하는 커튼콜 무명 배우
이 드라마는 6.25 전쟁 중에 벌어진 흥남 철수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흥남 철수 이야기를 다룬 미디어는 꽤 많은 편인데요. 대표적으로 영화 [국제시장]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해당 영화에서도 사용되는 이산가족 이야기 소재를 이 드라마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배에 오르던 할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놓치게 되었고, 떨어진 아들을 구하러 할머니의 남편이 배에서 탈출하는데요. 아들을 구한 사이에 배는 출발해 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흥남을 떠난 배는 부산에 도착하게 되고, 할머니는 국밥집을 운영하면서 잃어버린 남편과 아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게 되죠. 남편과 아들을 기다리던 와중에 할머니를 오랫동안 눈여겨보고 있던 남자가 할머니에게 구애하게 되었고, 기다리다 못한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새살림을 차릴 수밖에 없었죠. 할머니는 국밥을 팔아 번 돈으로 재벌이 되었고, 북쪽에 있는 가족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산 앞바다에 호텔을 세우게 됩니다.
시간은 흘러 50년이 지나 2000년이 되었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할머니는 북측에 살고 있는 자기 아들과 손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매년 만나자고 약속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약속은 남북 간 변화하는 정치적 상황 때문에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되고 말았는데요. 그렇게 할머니는 북측에 있는 아들과 손자를 그리워하게 됩니다.
또다시 시간이 흘러 2022년이 되었고, 이제 할머니는 암을 선고받게 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비서실장은 할머니를 곁에서 오랫동안 보필해 왔던 호텔 총지배인 출신이었는데요. 비서실장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북측에 있는 가족을 만나게 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와중, 비서실장은 북측에 있는 할머니의 아들은 이미 사망했고, 하나 남은 손자는 살아남기 위해 깡패가 되어있음을 알게 되는데요. 이러한 손자의 모습을 공개하고 싶지 않았던 비서실장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행복한 마음만 남으실 수 있도록, 일종의 사기극을 생각하게 됩니다. 북한 사투리를 기가 막히게 구사하는 무명 연극배우를 섭외하여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할머니의 가짜 손자 역할을 시키는 것이었죠. 이 드라마는 이 사기극의 전말을 다루고 있습니다.
3.
어떻게 들키지 않게
사람을 속일 것인가
이 드라마는 사기극을 다루고 있기에 크게 두 가지 구조를 보여줍니다. 가짜 손자 역할을 맡은 무명 배우가 국밥집 재벌 구성원들을 어떻게 들키지 않게 속이는지, 반대로 속였던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키는지를 보여주는데요. 드라마의 초반부에서는 가짜라는 상황을 들킬 수밖에 없었는데, 주인공의 기지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이 사람들을 속이는 역할을 하다 보니, 여러 종류의 빌런이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주인공의 존재를 싫어하거나 경계하는 형태의 빌런도 있습니다만, 순수하면서도 착한 빌런도 존재하는데요.
주인공의 상대역을 맡은 하지원 배우는 순수한 의도를 갖고 주인공인 강하늘 배우를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주인공을 순수하게 도와줄 때마다 오히려 주인공이 들킬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죠.
대표적으로 이복동생이 남한에 적응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답시고, 자신의 호텔에 취업을 강권합니다. 자신의 얼굴을 아는 사람을 만나기라도 하면 들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상황에 몰리게 되었죠. 의도치 않게 주인공을 방해하는 빌런이 된 셈입니다.
주인공은 할머니의 가짜 손자 역할을 통해 할머니를 속이는 대가로 상당한 보수를 약속받습니다. 처음에는 높은 보수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차 보수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찾게 되는데요. 할머니는 북측에 가족을 두고 홀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평생을 죄책감으로 살아온 할머니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에 몰입하게 되는데요. 할머니가 가진 죄책감을 덜어주려고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마치 진짜 손자가 된 것처럼, 어떻게 해야 할머니의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을지 집중하게 됩니다.
4.
결말을 내려면
이렇게 내야지
이 드라마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가짜 손자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북측에 있는 진짜 손자가 할머니를 찾아 몰래 남한으로 내려왔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짜 손자를 연기하는 주인공의 정체를 들키게 됩니다. 아무리 할머니를 위한 길이라고는 해도, 할머니를 비롯한 구성원들을 속였다는 죄책감을 벗어날 수 없었죠.
빛이 나타나면 어둠은 사라지는 법. 진짜 손자가 나타나 활동할 때마다 가짜 손자는 계속 위기에 몰리게 됩니다. 아무리 속이려고 애써도 가짜는 들킬 수밖에 없죠. 이 무대가 한 편의 연극이라면, 이제 주인공은 가짜 손자를 연기했다는 욕을 먹으면서 무대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속이는 연기를 너무 잘해버린 탓에, 이제 가짜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과정 또한 순탄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할머니께서 이 사실을 아시게 되어, 충격을 받아 빨리 돌아가시는 것을 그 누구도 원하지 않겠죠. 과연 이 드라마는 어떤 식으로 결말을 향해 가게 될까요?
이 드라마는 세 가지 방식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우선, 더 이상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없었던 주인공은 할머니께 눈물로 [참회]하면서 자신이 가짜라는 사실을 공개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할머니께서 이미 알고 계셨다는 식의 반전을 보여주는데요.
처음부터 할머니께서 알고 계셨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주인공이 가짜라는 걸 알게 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할머니를 속이려는 진짜 목적이 할머니의 죄책감을 덜어주려고 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때부터 자신도 이 사기극에 배우로 참여하셨다고 고백하죠.
둘째, 할머니는 손자와 손녀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고백하면서 드라마 내내 호텔을 둘러싸고 보여주고 있던 손자와 손녀 간의 갈등을 봉합하려 시도합니다. 할머니는 손자의 편도, 손녀의 편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손자가 호텔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호텔 때문에 자신의 부모님이 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손자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였던 것이죠.
할머니는 이제 곧 다가올 죽음을 앞두고, 꼭 해야 할 말을 해야겠다며 가족들을 모두 불러 모읍니다. 손자와 손녀에게 할머니께서 그토록 하고 싶었던 말은 싸우지 마라가 아니라 [사랑]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즉, 두 사람의 지분 싸움과는 별개로 할머니께서는 자신이 이 두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죠. 이러한 할머니의 시도로 손자와 손녀는 마음을 일부 열게 됩니다.
셋째, 주인공은 오직 할머니와 가족들만을 위한 연극을 엽니다. 이 연극은 바로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한 편의 연극으로 만들어서 할머니께 보여드리는데요. 이 결말은 드라마 전체의 메시지인 [사랑]을 관통하는 것으로 매우 뛰어난 형태였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극중극] 형태인 셈인데, [재벌집 막내아들]의 드라마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벌집 천재감독]에서 보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죠. 이 연극의 커튼콜 시간에 진짜 주인공인 할머니를 무대로 모시면서 긴 연극이 마무리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했던 두 드라마를 모두 시청했던 사람으로, 결말을 내려면 이렇게 내야 한다는 생각에 커튼콜 드라마를 소개해 보았습니다. 해당 드라마 또한 연기 구멍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배우 모두가 탁월한 연기를 보여줬는데요. 할머니 역할을 맡은 고두심 배우는 주름살마저 연기하는 듯했습니다. 원초적인 욕망을 대놓고 자극하는 요즘 유행과 맞지 않게 [가족애]를 강조하다 보니, 살짝 메시지가 올드하다는 점 빼고는 단점을 찾아보기 어려웠을 정도로 구성이 손색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이 드라마는 5~7%의 낮은 시청률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종영했지만, 결말을 내려면 이렇게 내야죠. 안 그렇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