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만 많고 딱히 건질만한 말이 없습니다만
고려 말에서 조선으로 개혁을 할 때 가장 중요했던 게, 고려 시대에 100년 넘게 전쟁을 하면서 겪었던 것들이 이제 개혁의 근거가 된 거죠. 그런데 이것을 우리 역사는, 그때가 군사 정권 시대이고 그러다 보니까, 전쟁이나 군대가 사람을 개혁했다고 말하기가 싫으셨던 것 같아요. 이건 증거는 없어. 아무도 그렇게 안 써놨으니까. 그래서 이런 얘기는 많이 빼고. 예를 들면 성리학을 공부했더니, '우리가 세상을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이래서 개혁했다는 식으로 설명의 비중이 높았어요. 제가 말씀드리는 건 이런(전쟁이 개혁의 근거가 되었다는) 설명이 없었다는 게 아니고, (성리학이 개혁의 근거가 되었다는 설명의) 비중이 높았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살아봐서 알지만, '내일부터 열심히 공부해야지.' 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 다 공부하다가 시험에 한번 떨어져 보거나, 옆에 누구는 취직해서 벤츠 몰고 나타나고 그랬을 때! 그래도 안 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 그래도 잘 안 해. 그래도 어쨌든 하는 사람은 뭔가 좀 충격을 받았을 때, 바꾸는 경우가 많잖아요. 조선도 마찬가지지. '야, 우리가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자.' 이래 갖고 만드는 사람이 어딨어. 전쟁나고, 나라 뒤집어지고. 이러다 다 죽겠다 싶으니까, 이것도 개혁하고, 저것도 개혁하고. 사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올 때, 굉장히 많은 개혁을 했어요. 우리 현대사에서도 그런 거 못해요. 가정의례준칙한다고 했다가 몇십년이나 되돌아 갔잖아요. 그런데 (조선 초기 개혁했던) 걔들은 결혼 제도까지 바꿨잖아.
_ 임용한, 전쟁사의 오해와 진실 특강 中 6:15~8:02, 문장 중 괄호는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별도로 보충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