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별일 없는데, 참 별일이 많은 날

오늘도 조용히 마음의 스트레칭

by 담담

괜찮게 늙는 중입니다 ⑨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에

“별일 없었어.”
라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별일이 많았다.

길 가다 돌부리에 살짝 걸렸고,
회의 중에 내 말은 공중에 사라졌고,
거울을 봤다.
“와… 이건 뭐,
잠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인생이 피곤하네?”

아무도 안 물었는데,
내 얼굴이 나 대신 하루를 다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카톡 답장은 매너 있게 보냈고,
밥은 대충 잘 챙겨 먹었고,
심지어 운동도 했다.
겉으로 보면 매우 정상적인 하루였다.

하지만 마음은
하루 종일 브리핑 중이었다.
“괜찮은 척을 또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별일 없다는 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감정은 세 번쯤 싸웠고,
생각은 그걸 말리느라 바빴고,
결국엔
아무 일 없던 하루처럼 포장됐다.


요즘 나는
하루 끝에 마음을 쭉 스트레칭해주는 연습을 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등을 벽에 기대고,
딱 1분만 조용히 숨을 쉰다.
아무것도 안 하는데
그 1분이 마음을 펴준다.


예전엔
별일 많은 날엔 누군가에게 털어놔야 풀렸는데,
요즘은
그저 나에게 한마디 건네는 걸로 충분하다.

“오늘도 고생 많았다, 나.”

그 말 한마디면
‘별일 없던 하루’가
비로소 별 의미 있는 하루가 된다.


오늘의 느린 연습

“오늘 나는 나에게 어떤 말을 했지?”
별일 없던 하루라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세수하면서 거울 속 나에게 ‘수고했어.’
잠들기 전 가슴에 손 얹고 ‘고마워, 오늘도.’ 또는 '오늘 하루 감사합니다'

그 짧은 말이
감정을 정리해준다.


감정은 거창한 위로보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작은 다정함에 반응한다.

나이 든다는 건
큰일 없이도 스스로를 보살피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하는 내가 더 멋지다.

그래서 오늘도 말한다.
“별일 없지만, 나 정말 잘해냈다.”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