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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닌 Nov 03. 2022

게으르다고? 이건 '생존 본능'입니다

엄마도 쉬고 싶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의 성향을 크게 둘로 나눈 '외향적', '내향적'이라는 말이 에너지를 어떻게 다시 충전하는지와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요악하자면 이렇다.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상황과 공간에서 힘을 얻는 반면에 내향적인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또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는 거다.


이 말 그대로를 기준 삼는다면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별말 없이 쉴 때가 진짜 쉬는 것 같을 때가 많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쉬는 날이면 낮 12시에 가까운 시간까지 밀린 잠을 채우곤 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너무 환하다는 느낌이 들 때쯤 실눈을 뜨며 일어났고, 별 일이 없으면 소파와 한 몸이 돼 누워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바로 나만의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이었다. 뭔가 하기라도 하면, 수도꼭지를 고장 내 그나마 남은 힘마저 줄줄 흘려보낼까 걱정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누군가는 게으르다고 하겠지만  이건 엄연히 생존 방식 같은 거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 넣는 것처럼 온전히 나만의 시간 위에서 충분히 쉬어야 다시 어디론가 출발할 수 있는 시동을 걸 수 있다. 하루의 일을 마친 뒤에라도 치열함을 멈춰야 배터리의 평균 수명도 보장받는다.


아이가 태어나고 한동안 힘들었던 것도 '내 시간'이 없어졌다는 거였다. 굳이 무얼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퇴근하고 돌아온 뒤에 그저 늘어져 있을 수 있던 때가 그리웠다. 이제는 퇴근 후에 집으로 다시 출근해야 하는, 일과 육아의 일상에 익숙해졌지만 내향적인 그 기질은 어디 가질 않는다. 내심 아이들이 얼른 자라 독립하길 잔뜩 바라다가도, 하루하루 다르게 커 가는 요즘이 소중해 다시 마음을 바꿔먹는다. 그래, 잃은 것보다 더 큰 걸 얻었으니 됐다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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