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 속초 서점에 가다

동아서점과 문우당 서림

by pig satisfied


오랜만에 속초에 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야외활동이 힘들어 따뜻한 공간을 찾다가 속초 책방 투어를 하기로 했다. 전자책이 나오기 시작하고, 다양한 이유로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오던 서점들이 최근 폐업을 피하지 못하였는데, 찾아보니 속초에 들려볼만한 서점이 꽤 많았다. 칠성조선소 내에 있는 칠성북살롱, 문우당서림, 1956년 개업이후 3대째 대를 잇고 있는 동아서점,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뒷골목에 위치한 완벽한 날들 , 속초의 유일한 중고서점인 대경중고서점 등 서점이 참 많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속초의 터줏대감과 같은 동아서점과 문우당서림에 방문했다. 두 서점 모두 속초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데, 두 서점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 도보로 이용간으하다. 두 서점 모두 주차장도 잘 구비하고 있어 접근이 용이한편이다. 두 서점의 총평을 해보자면 문우당서림이 굉장히 트렌디한 최신곡의 느낌이라면, 동아서점은 어딘가 따뜻함을 주는 공간이다(그렇다고 동아서점이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말은 아님). 두 곳 모두 종합서점이지만 동시에 사장님의 손길이 곳곳에 스민 독립서점의 성격도 지니고 있기에 어디가 더 낫다고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고, 두 서점 모두 각자의 개성을 지닌 멋진 공간이라 말하고 싶다.


먼저 들린 곳은 문우당서림이었다. 이 서점은 1984년에 개업하여 2017년에 리모델링을 하였다고 한다. 종합서점이기에 참고서부터 정치, 철학, 경제 등등의 웬만한 대중서가 구비되어 있지만, 매대 곳곳에서 서점의 취향을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코너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문우당 서림 입구

문우당 서림에서는 키워드를 정해서 책을 소개하는데, 이 키워드는 그때 그때의 이슈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바뀐다고 한다. 지금까지 가족, 식물, 바다, 걷기, 글쓰기 등의 다양한 테마들이 키워드로 선정되었는데, 현재는 커피가 키워드였다.

문우당 서림 키워드
2022년 2월엔 10번째 키워드인 커피에 맞춰 다양한 커피 서적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문우당서림에서 구입한 책들. 왼쪽은 닉 드르나소의 <사브리나>와 <베벌리>. 오른쪽은 아트 슈피겔만의 <쥐>



다음날엔 동아서점에 들렸다. 1965년 할아버지의 동아서점은 3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2015년 리뉴얼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지만, 2대 사장님이신 김일수 할아버지는 현 사장님과 함께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2015년 리뉴얼한 동아서점의 모습(왼)과 1960년대 동아서점의 모습(오)
동아서점 곳곳에 책을 읽기 좋은 공간들이 구비되어 있다

동아서점의 역사과 재탄생의 과정을 담은 <당신에게 말을 건다-속초 동아서점 이야기> 책을 샀는데, 계산 할 때 책의 저자이자 서점의 사장님이신 김영건 사장님께서 친필 사인을 해주셨다. 기대치 못한 이벤트에 기분이 좋았다. 책은 사장님의 성장기를 함께한 동아서점의 역사와 최근 서점을 이어가면서 겪으셨던 좌충우돌기와 서점에 대한 사장님의 생각과 철학이 담겨있다. 책커버에 작가님이 아버지에 대해 써 놓은 글과 책 프롤로그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쓴 편지가 대비되는데, 3대째 운영되고 있는 이 서점이 겪어온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어딘가 뭉클해졌다.

동아서점 사장님이 쓰신 <당신에게 말을 건다>. 사장님의 친필사인. 사인은 동생이름으로 받았다.
동아서점에서 구입한 책들. 이번에 어쩌다보니 만화책만 잔뜩 샀다. 바스티앙 비베스의 그래픽노블인데, 전에 다른 작품을 재밌게 읽어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입했다.

독립서점은 대형서점이 주지 못하는 기대와 매력이 있다. 물론 독립서점에서 취급하는 책의 대부분은 대형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고 인터넷에선 심지어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지만, 독립서점에서는 서점 인테리어부터 진열, 책코너 곳곳에서 서점 주인장의 삶과 철학을 한껏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입장부터 구입까지 즐거움이 있다. 미디어 매체가 발달하고 전자책이 보급화되면서 종이신문, 종이책, 종이잡지가 점점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와중에, 속초에 이런 서점들이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서 정말 반갑고 고마웠다. 더이상 속초가 닭강정의 도시가 아님 책의 도시고 기억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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