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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g satisfied Mar 04. 2023

2023 강원도에서 버거를 먹다

햄버거 맛집을 찾아서

강원도에 가면 늘 막국수와 해산물을 먹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데, 이번엔 발상의 전환으로 다양한 메뉴를 도전해 봤다. 그중 하나가 햄버거다. 4박 5일 동안 속초와 양양에 머무르며 햄버거를 3번이나 먹었다. ‘강원도에서 무슨 햄버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예상외로 정말 맛있는 집도 있었고, 소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곳도 있었다.


1. 속초 <멜팅소울>의 홍게버거


속초에서 해산물과 메밀파티를 하다 색다른 곳 없나 하고 한눈팔다 우연히 찾은 곳이다. 이미 인터넷에선 이원일 셰프와 가수 김태우가 오픈한 미국식 햄버거 가게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소울보컬과 소울셰프가 만나서 멜팅소울이라는 마케팅을 한다.. 멜팅소울은 서울과 경기도에도 있는데, 각 지점 고유의 시그니처 버거가 있다. 속초점의 경우 홍게버거인 속초소울버거가 시그니처인데, 매일 100개만 팔기 때문에 늦게 가면 맛보기가 어렵다는 후기들이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보였다. 저녁식사로 가서 홍게버거를 못 먹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평일 이른 저녁이어서 그런지 테이블도 여유 있고, 홍게버거도 있었다.  멜팅소울 속초점에는 작은 공연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종종 이곳에서 다양한 뮤지션들이 와 공연을 연다고 한다. 아마 공연이 있는 날이나 주말에 손님이 많을 것 같다.

요즘 가게답게 주문은 무인 키오스크 이용하면 된다. 고민 없이 속초소울버거(홍게버거)와 과콰몰리 버거 세트를 시켰다. 사이드는 감자튀김과 고구마튀김으로 시켰다.  속초소울버거에는 속초의 특산물인 홍게와 다진 새우살을 치즈소스와 함께 튀긴 패티가 들어간다. 번을 꾹 눌러 패티를 납작하게 만들어 먹으면 된다. 번을 누름과 동시에 패티에서 치즈가 터져 나오는데 치즈향과 함께 보는 즐거움도 있다. 반을 가르니 패티 속이 홍게와 새우살로 가득했다. 후기에 보면 짜다는 평이 많은데, 홍게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매콤 짭짤한 소스를 사용한 것 같다. (그리고 원래 미국음식이 짜다.) 과콰몰리 버거는 기본 버거에 과콰몰리가 추가된 버전이다. 아보카도 버거와는 또 다른 맛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보카도 버거가 좀 더 깔끔한 것 같다. 평소 아보카도버거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과콰몰리 버거는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기본에 매우 충실한 프리미엄 버거 맛이 났다. 일단 패티가 정말 도톰했는데, 육즙도 가득하고 잡내 없이 부드러웠다. 다음에 오면 가장 기본인 치즈버거를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햄버거 간이 다소 세지만, 고구마튀김이 있어서 중화가 된다. 햄버거 집에서 고구마튀김은 처음 먹어봤는데, 달달 짭조름해서 짠 버거에 찰떡궁합이다.

패티 누르기 전 홍게버거(왼), 홍게와 새우살이 가득한 홍게버거 단면(오)
속초소울버거(단품 14,800원, 세트 20,300원)
과콰몰리 소울버거(왼)(단품 12,800원, 세트 18,300원), 시그니처 사이드인 고구마 튀김(오)


2. 양양 <포이푸>


포이푸는 양양에 갈 때마다 가는 곳이다. 양양에는 속초나 강릉에 비해 맛집이 별로 없다. 게다 서핑비치가 형성되면서 강원도 토속 음식과는 거리가 먼 햄버거, 피자, 칵테일 등을 파는 식당들이 많이 생겼다. 문제는 서핑 비수기에는 가게들이 잘 안 열고 일찍 닫는다는 점이다. 포이푸는 양양에서 비수기에도 그나마 늦게까지 여는 매장이기에 늘 애용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들려 햄버거를 사 먹었다.

포이푸 양양점 내부

더블치즈버거를 먹었는데 굉장히 평범했다.  포이푸 양양점 오픈 때만에도 버거 종류도 더 다양하고 맛있었는데, 메뉴도 줄고 맛도 예전만 못해서 좀 실망했다.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굉장히 평범한 맛이다. 차를 타고 나가지 않는 이상 양양 안에서는 음식의 선택지가 많이 없기 때문에, 그냥 한 끼 떼울 만하다. 하와이안 쉬림프도 평범하다. 개인적으로는 칠리소스가 범벅된 새우를 밥과 먹는 게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멀고도 먼 하와이 비치 펍 갬성..

더블치즈버거(15,000원)(왼), 하와이안 쉬림프(중간)(12,000원)

그럼에도 내가 포이푸를 포기할 수 없는 건 바로 포이푸 보울 때문이다. 대학교 시절 가로수길에서 줄 서서 열심히 사 먹던 보뚜아사이보울. 곱게 간 아사이베리 스무디에 각종 과일과 토핑을 올려주던 건강 간식인데, 상큼 달달한 맛이 아주 취향저격이라 자주 가곤 했었는데, 대만카스테라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후 먹고 싶어도 파는 곳이 없어 아쉬웠는데, 몇 년 전 양양에 와서 만나 너무 반가웠다. 그 이후로 양양에 올 때마다 꼭 1일 1 보울을 하고 간다. 아사이보울 추억에 젖어 항상 아사이베리와 블루베리를 베이스로 한 아사이 갤럭시만 먹었는데, 이번엔 직원분의 추천으로 용과 바나나가 들어간 애프터선셋도 먹어봤다. 예상치 못한 맛있는 맛이었다. 아사이 갤럭시가 진한 베리맛이라면 애프터 선셋은 용과와 바나나 베이스로 좀 더 부드러운 맛이다.

포이푸 보울 아사이갤럭시(왼), 애프터선셋(오) 각 12,000원


3. 양양 <파머스키친>


파머스 키친에 가고 싶어서 양양에서 1박을 더 했다. 인터넷에서 양양에 가면 꼭 들려야 하는 수제버거집이라고 오래전부터 소문이 났는데, 정용진 부회장이 2시간 기다려 먹었다는 소문이 더해지면서 핫플 오브 핫플이 됐다. 양양에 갈 때마다 맛보고 싶었는데 화, 수가 정기휴무인 이곳을 즐기는 건 평일 여행러인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몇 년을 눈팅만 하다 이번에 온 김에 하루 더 머물러 먹어보기로 했다. 평일 중에서도 목요일이었고, 양양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 사람이 없을 줄 알았다. 11시 오픈에 맞춰 가게에 갔는데, 이미 몇몇 사람들이 가게 앞에 서 있었다. 아차 싶어 서둘러 웨이팅을 걸러 갔더니 16번째로, 1시간 정도 대기시간이 있다고 안내를 받았다. 매장규모 꽤 컸고 햄버거라는 음식의 조리과정을 생각했을 때, 1시간보다 더 빨리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큰 오산이었다. 1시간을 한참 넘어서야 주문을 할 수 있었다.

파머스 키친 전경(왼), 파머스 키친 내부(오)

베이컨치즈버거, 하와이안버거, 갈릭쉬림프 버거를 시켰다. 음.. 맛없진 않았지만, 굳이 먹을 맛도 아니다. 굉장히 베이직한 버거다. 김밥으로 비유하자면 맛있는 김밥천국 야채김밥이다. 김밥천국 야채김밥이 아무리 맛있어도 한 시간씩 기다리지는 않지 않나. 패티도 굉장히 얇았고, 재료를 굉장히 아낀 느낌이 강했다. 갈릭쉬림프버거는 통새우가 구워져 나오는데 패티와 잘 어우러지지 못해서 도통 무슨 맛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버거 퀄리티는 베이직인데 가격은 프리미엄 버거라니.. 대기 없이 그냥 먹을 수 있다면 지나는 길에 가볍게 먹을 수는 있겠지만, 영업시간 맞춰가며 대기해 가며 또 먹고 싶진 않다.

맛도 맛이지만 주문부터 식음까지의 과정도 상당히 유쾌하지 못했다. 매장규모에 비해 대기시간이 상당히 길었는데, 테이블이 부족해서 대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떤 시스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테이블은 남아도는데 주문은 받지 않고 있다는 게 소비자로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음식을 정성스레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이해해 볼 수도 있지만, 햄버거가 발효음식도 아니고.. 그리고 정성스러운 수제버거라고 이해하기엔 지극히 평범한 맛이었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먹기 위해 줄 서지 말자.

하와이언 버거(단품 9,900원), 베이컨치즈버거(단품 10,000원), 갈릭쉬림프 버거(단품 12,000원) 세트 추가(캔음료+감자튀김/어니언링 4,000원 추가)


4. 양양 <버거월드>


양양 인구해변 근처에 위치한 버거집이다. 평점이 꽤 높은 식당이고, 실제로 맛도 괜찮은 집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양양버거, 베스트 버거인 켄터키 버거, 파인애플이 들어간 와이키키 버거를 시켰다. 개인 취향에 따라 조금 느끼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맛있고, 양도 많다. 버거 크기가 커서 한 입에 베어 먹기는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켄터키 버거와 와이키키 버거가 맛있었다. 켄터키 버거에 들어가는 치킨 패티가 두툼하고 바삭하게 잘 튀겨져 나왔고, 허브마요 소스와도 잘 어울렸다. 파인애플이 들어간 와이키키 버거도 맛있었는데, 크림소스가 조금 덜 들어가면 파인애플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시그니처 메뉴인 양양버거는 담백하고 베이직한 맛을 기대했는데, 소스가 좀 달아서 아쉬웠다.

버거월드 내부. 서핑의 도시답게 서핑보드가 인테리어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켄터키 버거(왼)(11,900원), 와이키키버거(중간)(11,900원), 양양버거(오)(8,900원)

사실 작년 2월 즈음 강원도 여행을 왔다가 급 햄버거가 먹고 싶어 양양에 들린 적이 있다. 맨날 가던 곳 말고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어서 들어간 집이 이 집이었다. 햄버거 맛은 괜찮았는데, 어딘가 서비스가 불편해 이후 가지 않았다. 최근 양양에서 한 주 정도 머물 일이 있었는데, 저녁시간을 놓치고 근처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어딜 가나 근처를 서성이다 다시 한번 방문하게 됐다. 햄버거 맛은 나쁘지 않았으나 이번 방문도 썩 유쾌하지 않았다. 과한 친절은 불필요하지만, 서로 불쾌할 필요 또한 없지 않을까. 여행지에서의 한 끼는 단순 끼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저녁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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