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나다 Mar 25. 2024

아무리 발버둥 쳐도 멈춰져 있는 것 같을 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고 멈춰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내가 하는 모든 시도들이 공중에 헛발질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보자고 다짐해도 사람인지라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누군가를 돌봐주고 보완해 주는 존재로 끝나기엔 내 자아가 용납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돌보는 영역 외에서 나의 쓸모를 증명하고 싶다. 그냥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딸로 사는 것보다 주체적인 내 삶을 살고 싶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미완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 



 사람이 거절을 많이 당하면 의기소침해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것 같아 힘 빠지고 허탈해지는 월요일 오전이면 혼자 또 노트북 앞에 앉아 잡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허탈해질 때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으며 오로지 헤쳐나가는 것은 나의 몫이다. 누군가의 위로를 받는다고 일이 해결되진 않는다. 잠깐의 위안을 얻을 뿐이다. 일이 안 풀릴 때마다 상대에게 징징거리며 하소연하거나 우울한 이야기들을 해서 상대까지 힘 빠지게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이런 우울한 분위기의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다. 정지돼 있는 것 같은 일상이,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앞으로 나아질지 확신도 할 수 없는 내일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항상 집에 처박혀 있었다. 혼자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피아노 연주곡을 들었다. 주 2회 수영을 다니고 만보 걷기를 매일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났다. 근 한 달 동안 글쓰기에 집중했다. (브런치 글쓰기 아님) 그럼에도 오늘 온 '불합격'이라는 글자가 '자격 없음'으로 치환돼 들려서, 또다시 거절당한 내가 너무 불쌍하다. 왜 여기저기서 거절을 당하는 건지, 정말이지 내가 너무나도 불쌍하다. 열심히 사는 데 나아지는 게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이렇게 우울해 미칠 것 같을 땐 뭘 해야 기분이 나아질까.



 어쨌든 이 몸뚱이를 가지고 이 생을 살아가야 한다. 나의 아이들은 나의 존재만으로도 충만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뿌리 깊은 결핍은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서 끝나고 싶지 않다.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다. 누군가의 말처럼 기분이 처참할 때 지브리 연주곡은 큰 위안을 준다. 너무 짜증이 나서 대충 살고 싶어 진다. 대충 살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열심히 사는데도 이 모양인 게 너무 짜증이 난다. 대충 사는 사람이 오히려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아주 작은 습관들이 모여서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데, 나는 계속 좋은 습관들만 반복하는 중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주 2회 운동을 하고,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감사일기를 쓰고,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건 기본값인가 보다. 여기서 더 뭘 해야 하나보다. 이것저것 시도하는데 죄다 안 된다. 온통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기분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자꾸만 뒤로 밀리는 기분이다. 그래서 내가 한 결론은 뭐냐고 묻는다면...



 그럼에도 나는 똑같이 열심히 살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오늘 하루만 우울해하고.. 근 한 달 동안 사람도 안 만나고 쏟아부었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니 정말 힘 빠진다. 한 달간 해서 안 된다면 두 달간, 두 달이 안 된다면 6개월간 해볼 것이다. 머리가 나쁜 사람처럼, 학습을 모르는 사람처럼 또다시 시도할 것이다. 모든 것이 사방으로 막혀 있다면, 벽을 뚫을 것이다. 작은 틈새를 통해 허물어질 때까지.. 

작가의 이전글 성공팔이, 강의팔이가 괘씸하다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