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고 멈춰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내가 하는 모든 시도들이 공중에 헛발질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아무리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보자고 다짐해도 사람인지라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누군가를 돌봐주고 보완해 주는 존재로 끝나기엔 내 자아가 용납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돌보는 영역 외에서 나의 쓸모를 증명하고 싶다. 그냥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딸로 사는 것보다 주체적인 내 삶을 살고 싶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미완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
사람이 거절을 많이 당하면 의기소침해지게 마련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것 같아 힘 빠지고 허탈해지는 월요일 오전이면 혼자 또 노트북 앞에 앉아 잡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허탈해질 때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으며 오로지 헤쳐나가는 것은 나의 몫이다. 누군가의 위로를 받는다고 일이 해결되진 않는다. 잠깐의 위안을 얻을 뿐이다. 일이 안 풀릴 때마다 상대에게 징징거리며 하소연하거나 우울한 이야기들을 해서 상대까지 힘 빠지게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이런 우울한 분위기의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다. 정지돼 있는 것 같은 일상이,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앞으로 나아질지 확신도 할 수 없는 내일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항상 집에 처박혀 있었다. 혼자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피아노 연주곡을 들었다. 주 2회 수영을 다니고 만보 걷기를 매일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났다. 근 한 달 동안 글쓰기에 집중했다. (브런치 글쓰기 아님) 그럼에도 오늘 온 '불합격'이라는 글자가 '자격 없음'으로 치환돼 들려서, 또다시 거절당한 내가 너무 불쌍하다. 왜 여기저기서 거절을 당하는 건지, 정말이지 내가 너무나도 불쌍하다. 열심히 사는 데 나아지는 게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이렇게 우울해 미칠 것 같을 땐 뭘 해야 기분이 나아질까.
어쨌든 이 몸뚱이를 가지고 이 생을 살아가야 한다. 나의 아이들은 나의 존재만으로도 충만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 뿌리 깊은 결핍은 나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서 끝나고 싶지 않다.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다. 누군가의 말처럼 기분이 처참할 때 지브리 연주곡은 큰 위안을 준다. 너무 짜증이 나서 대충 살고 싶어 진다. 대충 살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열심히 사는데도 이 모양인 게 너무 짜증이 난다. 대충 사는 사람이 오히려 잘 사는 것처럼 보인다. 아주 작은 습관들이 모여서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데, 나는 계속 좋은 습관들만 반복하는 중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주 2회 운동을 하고,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감사일기를 쓰고,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건 기본값인가 보다. 여기서 더 뭘 해야 하나보다. 이것저것 시도하는데 죄다 안 된다. 온통 사방이 벽으로 가로막혀 있는 기분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자꾸만 뒤로 밀리는 기분이다. 그래서 내가 한 결론은 뭐냐고 묻는다면...
그럼에도 나는 똑같이 열심히 살 것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오늘 하루만 우울해하고.. 근 한 달 동안 사람도 안 만나고 쏟아부었던 일이 실패로 돌아가니 정말 힘 빠진다. 한 달간 해서 안 된다면 두 달간, 두 달이 안 된다면 6개월간 해볼 것이다. 머리가 나쁜 사람처럼, 학습을 모르는 사람처럼 또다시 시도할 것이다. 모든 것이 사방으로 막혀 있다면, 벽을 뚫을 것이다. 작은 틈새를 통해 허물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