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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나다 Aug 13. 2024

내가 가진 자아상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

당신의 자아상은 무엇입니까?


 보통은 인사하기를 귀찮아 하지만 먼저 인사하는 분들이 있다. 경비실 아저씨, 아파트를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 택배 아저씨 등등..



 그날도 어김없이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께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선 같이 들어가려고 기다리는데 자동문이 인식을 못 해서 잘 열리지 않았다. 그러자 그분이 이렇게 말했다.



"문이 날 닮아서 멍청한가? 왜 이리 안 열리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랐다. 그분 마음속엔 이미 '나는 멍청하다'란 자아상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런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왔으리라.



 그분의 말을 듣고 나니, 나를 결정짓고 만들어 가는 건 내가 가진 자아상(고정관념)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자아상은 무엇일까.



 '끈기가 없다'



 호기심이 강해서 이것저것 시도하지만 뒷심이 약해서 끈기 있게 마무리하지 못한다는 자아상을 가지고 있었다.



 학창 시절 배웠던 피아노, 클래식 기타, 우쿨렐레 등의 악기를 중간에 그만두었다. 고등학생 때 미술입시를 1년 반 만에 그만두었다. 십 년째 미지근한 영어공부는 하다 말다를 반복하다 제자리 상태다. 인스타에 올렸던 1일 1 그림은 안 올린 지 오래고, 브런치에 글도 가뭄에 콩 나듯 쓴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끈기가 없고 변덕이 심하며 책임감이 없는 사람일까? 내가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정말 하나도 없는 것일까?



 한 분야에서 7년 넘게 일했다. 수영을 6개월째 꾸준히 하고 있다. 30대 후반부터 홈트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매일 꾸준히 근력운동과 유산소, 복근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놓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은 독서와 필사다.



 독서하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타이핑하고 있는데 (손으로 필사하다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손목도 나갈 것 같아서 타이핑 필사로 바꾸었다.) 무려 십 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웹툰 보는 건 나의 소소한 취미 중 하나인데, 20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미싱 또한 20대부터 시작하여  십 년 넘게 옷 만들기를 하고 있다. 산책을 좋아해서 날씨 좋을 땐 산책을 자주 간다. 만보 걷기를 연속으로 매일 100일간 실천한 적이 있다.



 결혼생활을 9년째 지속하고 있다. 두 딸들을 무사히(?) 잘 키우고 있다. 비약이 좀 심하긴 하지만, 정말 변덕이 심하고 책임감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으리라.



 쉽게 그만둔 일들도 있었지만, 꾸준히 지속하는 일들도 많았다. 어떤 분야에선 끈기가 없었지만, 어떤 분야에선 책임감 있게 굴었다.



 그러므로 '끈기가 없다'란 자아상은 맞지 않다. 만약 '끈기가 없다'란 자아상에 몰두했다면, 뭘 하든 금방 그만두는 나 자신을 옹호하기가 훨씬 쉬웠으리라.



운동을 쉽게 그만두면서 '난 끈기가 없으니까'

외국어 공부를 흐지부지하면서 '난 변덕이 심하니까'



 무언가를 그만두고 중도하차할 때마다 '끈기가 없다'란 자아상을 증명하듯 굴었을 것이다.



 설사 본인이 어떤 부분에선 끈기가 없다고 생각될지라도, 반대로 나를 가스라이팅 해보는 건 어떨까?



 '나는 매일 운동을 열심히 할 만큼 끈기 있는 사람이야'



 '나는 영어공부를 꾸준히 해서 결국 프리토킹이 가능해지는 끈기 있고 열정적인 사람이야'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야'



 '나는 새벽 기상을 꾸준히 하는 새벽형 인간이야'



 바뀌고 싶은 나의 모습으로 미리 자아상을 정해둔다면 내 행동 또한 무의식 중에 그에 맞춰 변화하려 하지 않을까.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참, 나는 뭐든 즐기고 꾸준히 하는 사람이었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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