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일어난 일
불필요한 접촉과 터치는 나에게 어떠한 교훈을 주는가
'이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이 일이 나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위와 같은 물음은 대개
거지 같은 일을 당했을 때
내가 가진 긍정력을 최대치로 끌어모아
정신승리할 때 자주 발생합니다.
제가 다니는 수영장에는
65세의 할배가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래 들어 자주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접촉시도로
기분이 아주 더럽습니다.
바짝 긴장한 상태이기도 하고요.
아직도 제 왼편 몸에 닿았던
그분의 감촉이 지나치게
생생해서 소름이 끼칩니다.
수영하러 왔으면
곱게 수영이나 집중할 것이지
이 할배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수영 카페에 검색해 보니
주로 6-70대의 할저씨들의
불필요한 접촉과 터치로
피해를 호소하는 여자분들의
글이 많이 올라오더군요.
센터 측에도 문의하고
강사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입주민을 자를 권한이 없다며
번호를 알려줄 테니
직접 일대일로 말하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리어
제 번호가 그분께 노출되는 것 아닌가요?
요새 또라이같은 분들이
워낙 많아서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란 심정으로 피하는 게
맞단 걸 알지만
(사실 무섭기도 하긴 합니다)
그분 때문에
멀쩡히 수영 잘 다니던 제가
왜 이런 피해를 겪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듭니다.
피해라고 해봤자
즐거웠던 수영 강습시간이
잔뜩 움츠러든 긴장의 연속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나,
황금시간대의 강습을
포기해야 한다거나,
시간변경이 어려울 경우
수영강습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거나
하는 정도지만
어쨌든 피해는 피해니까요.
피해, 피해
하니까
온 우주가 그분을 그냥
곱게 피하라고 알려주는 것 같군요.
사실 그분이 또 제 다리를
터치했을 때
그분 쪽을 쳐다보며
'아이씨, 진짜.'
라고 내뱉긴 했습니다만,
이런 반응조차 즐기는
갱생 불가능한 변태라면
답이 없는 실정이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저는 남녀 편견 없이
누구에게나 활짝 웃으며
먼저 인사하는 편이었는데
(특히나 같은 반 연장자인 경우)
이제는 그러한 제 행동을
다시 숙고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무에게나,
함부로 웃어주지 말자고요.
그 뒤로 그분께는
웃으며 인사하지 않습니다.
그분이 불필요한 접촉을 시도할 때마다
멈춰 서서 무표정하게 빤히 쳐다봅니다.
제 안 깊숙이 가라앉아있던
잊고 있던 공격력과 방어력이
그분을 통해 불쑥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한동안
수영을 쉬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9월은
어찌어찌 꾸역꾸역
다니긴 할 것 같습니다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저는 욕하고 싶을 때만
글을 쓴다는 점이고
그분께 이 부분만큼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