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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Aug 18. 2022

창공

아이가 어른을 이해해야 할까

밤중에 오토바이를 타다가 중앙선을 넘어온 승합차와 부딪쳐 중태에 빠졌던 열일곱 살 고등학생 오노테라 타쿠야는 22일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 검사 결과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타쿠야는 웬일인지 자신을 쿠보타 카즈히로라고 말하면서, 아내와 아이에게 연락해달라고 의사에게 부탁한다. 그런데 쿠보타 카즈히로는 사고를 낸 상대방인 트럭 운전수였고 쿠보타는 타쿠야가 의식을 찾은 그 순간 사망했던 것이다.      



  이 만화의 작가인 다니구치 지로는 작가 후기에서 창작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저는 이 책에서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절박한 안타까움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이 느끼는 처절한 고통의 엇갈림을 만화로 표현하여 가족 사랑의 소중함을 그리려 했습니다.

창공은 주로 가족을 잃은 당사자인 쿠보타 집안에 일단 초점을 맞춘다. 쿠보타 가족이 가장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죽게 되는 카즈히로가 자신의 인생을 정리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죽기 전에 닿고자 했으나 닿지 못했던 것들이 죽은 후에 비로소 전해진다. 특히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아빠와 이제는 이별해야 하는 아들의 모습, 그리고 처음에는 남편의 처지를 몰랐다가 남편이 죽고 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아내의 사정은 읽는 사람을 살짝 찡하게 만든다. 아파도 힘들어도 가족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묵묵히 참고 버티는 아버지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작가의 과도한 개입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창공은 여러 곳에서 무리수를 둔다.     


  카즈히로는 타쿠야의 가족을 보면서 부모님들이 모두 좋은 분이라며 너 행복한 줄 알아라 식의 발언을 계속한다. 의식이 희미해지며 저세상으로 떠날 때가 다가올수록 점점 잔소리가 늘어나는 게 나이 들수록 꼰대가 되어가는 모습과 겹친다고 하면 심한 비약이려나.

어머니의 석연치 않은 부재, 아버지와의 대화 부족, 새어머니, 열 살부터 타기 시작하여 지금은 이미 레이스 선수가 된 상태, 게다가 사고 당시 새벽 한시에 고등학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타쿠야 쪽에서도 문제 생황을 잔뜩 갖고 있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타쿠야의 사고 전후 많은 행동은 철없는 투정으로 치부된다. 아이는 사고를 당하고도  이해받기는 커녕 오히려 어른을 이해해드려야 하는구나.     


  가족끼리 식사해본 것이 몇 년 만이라는 것이 단지 투정을 부리는 고등학생의 잘못 때문만은 절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부모 모두가 자식이 이대로 기억을 찾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장면은 정말이지 이거 자체로 나의 만화 역사상 역대 급의 발언이었다. 저게 만화여서 다행.     



  다니구치 지로가 왜 이러지, 고독한 미식가는 훌륭했는데 생각했다가, 고독한 미식가에선 그림만 그렸다는 것을 발견,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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