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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Sep 07. 2023

스미냑의 선셋은 낮보다 아름답다

[3일차] 너무나 아름다운 비치클럽, 그리고 이 밤이 지나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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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0745b7e1d0614aa/19


좌석 별로 차등 금액이 매겨져 있었는데, 당연히 25만 루피아라고 생각해서 예약했던 좌석이 알고보니 250만 루피아였다. 두 명이서 25만 원은 너무한 가격 아닌가. 일단 25만원 만큼 돈을 쓸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둘이서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짧은 시간 안에 정말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왔다.


다른 비치클럽은 멀거나 예약이 풀이었고, 그렇다고 25만원을 내자니 재정적으로 부담이 됐다. 그렇다고 비치클럽을 안 갈수도 없고. 호텔앞 바닷가에 가자니 그건 그거대로 너무 아쉬웠다. 아직 오픈 전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치클럽에 연락을 해봤는데, 정말 다행히도 연락이 닿았고 2인 100만 루피아 좌석으로 변경이 되었다.


여행 후기를 쓰면서 느끼는 건데, 이번 여행에서 ‘다행이다’라는 말이 새삼 참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경유할 때부터 여기까지 뭐 이리 사건 사고가 많은 건지. 대만에서는 안 이랬는데 말이죠.

 

비치클럽 입구 스포하기

아무튼. 한결 편안해진 마음을 안고 비치클럽으로 출발했다. 일단 택시는 마쩻 때문에 불가해서 바이크를 타고 갔다. 양심고백 하자면 발리 간 이유 중에 바이크 타고 싶어서도 있다. 바이크 타면서 맞는 바람이 너무 좋았다. 물론 여긴 안전수칙이 없기 때문에 그랩 아저씨한테 꼭 안전모를 달라고 별도로 얘기해야 하니 참고.     

https://goo.gl/maps/PVg4PZe9mYnnxHwy7

아주 좌충우돌 사건사고가 많았지만, 마침내, 비치클럽에 도착했다. 우리가 간 곳은 MARI BEACH CLUB. 원래 옴니아에 가고 싶었는데, 찾아보니 폐장했다고 하더라. 너무 아쉬웠다. 거기 음식이 정말정말 맛있고 분위기도 럭셔리해서 좋았는데.


비치클럽 너무 예쁘다. 하늘도 물도 백만점.

하지만 여기도 만만치 않게 좋았다. 규모가 어마무시하게 큰 건 아니었지만 깔끔하고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여기서 드디어 두 번째 수영복 개시해서 좋았다. 살면서 비키니 처음 입었는데 처음 밖에 나올 때 속옷만 입고 나가는 느낌이라 얼마나 창피했던지. 그래도 이때 아니면 또 언제 입겠나 싶어서 어깨 펴고 잘 즐겼다.     

하늘이 너무 예뻐서 한 컷. 미친듯이 덥긴 했다.

우리는 16시쯤 되면 슬슬 해가 질 시간이라 막 14시 이런 때보다는 덜 뜨거울거라 생각했는데 동남아의 햇살을 너무 간과했던 것일까. 수영복 입고 나왔는데 해가 뜨겁다 못해 따가웠다. 자연 발화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타올로 잠깐 몸 감싸고 있다가 지체 없이 물로 들어갔다.     


풀장에서 시원한 칵테일도 짠. 코코넛 칵테일이 내 꺼. 맛있었다.
생각보다 등짝이 휑하네요

여행에서 남는 건 역시 사진이니까. 사진을 정말 엄청 많이 찍었다. 하늘도, 수영장도, 바다도 새파란 색이라서 화이트 색 수영복 입으니 색감이 예뻤다. 톤온톤 느낌이랄까. 아주 만족스러웠다.     


풀장과 바다, 하늘 모두 푸른색인데 그 색감이 다르다는 게 너무 아름답다.

나는 수영과 사진이 목적이었고, 내 친구는 바다에서 일몰을 보는 게 목적인지라 바닷가에도 내려갔다. 파도가 좀 센 편이라 서핑 하기에는 좋을 것 같았다. 무서워서 멀리까지는 안 가고 발만 담글 수 있는 깊이에서 사진찍고 물놀이 하면서 놀았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는 바다

기억에 가장 남는 건 모래사장에 찍힌 강아지 발자국이었다. 발리에는 신기하게 리터럴리 DOG 라고 할 수 있는 큰 개들이 많았는데, 얘네가 해변에서 사람들이랑 같이 공놀이하고 뛰어노는 것을 많이 봤다. 아름다웠다. 노을 진 해변에서 반려견과 함께하는 장면들이 마치 그림 같았다. 사진으로 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강아지들이 상당히 역동적인지라, 이건 제 잔상입니다만 이 되어버려서 아쉽게도 순간을 남기지는 못했다. 


맛이...없어....

일몰이 가까워져서, 바다에서 올라와 우리 좌석으로 가서 시켜놓았던 음식을 먹으면서 몸을 덥혔다. 최소 금액을 채워야 해서 문어 프라이랑 나시고렝, 랍스터 구이를 시켜서 먹었는데 맛은 그냥 그랬다. 랍스터가 그나마 맛이 괜찮았고, 문어 정말 별로였다. 윽.


해가 지기 시작하고 있다.
MOOD of SUNSET
하늘 그라데이션은 컴퓨터로도 못 만드는 색감이다

드디어 해가 서서히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다. 새파랗던 하늘이 점차 불그스름 해지고, 검은색이 섞이면서 점차 어두워졌다. 어두워지면서 비치클럽 조명도 켜졌는데, 클럽이라고 해서 미디어에서 나오는 광란파티 이런 느낌이 아니고 예쁜 조명에 신나는 음악 위주라서 건전하고 좋았다. 아마 클럽처럼 변했으면 바로 나왔을 것... 


일몰 타임랩스 찍은 친구 천재

요건 친구가 찍은 일몰 타임랩스. 정말 예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고 있다. 다시 생각하는 것이지만, 정말 여행 가면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한다. 꼭 내 사진이 아니더라도 주변 풍경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는 게 정말 좋은 것 같다. 그걸 볼 때마다 내가 여기서 뭘 했지- 하고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니까.


나는 이 타임랩스를 보고 있으면 비치클럽의 시끌하고 활발한 분위기와 달달했던 코코넛 칵테일맛, 모래사장에 찍힌 강아지 발자국, 하얀 비키니를 입었던 나와 온톤 새파랬던 그 풍경이 바로 떠오른다.

 

어두워지니 로맨틱한 분위기가 생겼다

원하던 일몰도 봤겠다, 슬슬 추워져서 후딱 옷 갈아입고 집으로 향했다.

내 나약한 체력은 또 휴식을 외치고 있어서 어딘가를 더 가지는 못했고, 그냥 호텔 근처에 뭐 있는지만 둘러보기로 했다. 비치클럽에서 뭔가 먹긴 했지만 맛있게 먹은 게 아니라 좀 출출했다. 내 사랑 CIRCLE K에 들러서 POP MIE 컵라면을 샀다. 뭔가 매콤한 게 땡겨서 매운 볶음면을 샀다. 사실 비빌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 엄청 빨갛지도 않았고, 냄새도 그닥 맵지 않았다.


Pedes Gledeek을 봤었어야 했는데.

그런데 한 입 먹는 순간 뭐랄까, 약간 새로운 매운 맛을 느껴본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내가 살면서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매웠다. 진짜. 진짜로. 불닭볶음면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쓰면서도 그 맛 생각나서 입에 침이 고인다. 맛있어서가 아니라, 그 매운 맛을 지금 혀가 자기 빅데이터에 넣어놓고 경계하느라. 거의 눈물과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면서 둘이서 반 컵 먹고 물을 두 통 마셨다. 그리고 나는 이 볶음면을 한국에도 사왔다. 집에서 찍은 POP MIE 사진이 없어서 구글검색으로 대체. 아무래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 이 컵라면은 다른 친구가 감히 도전해보겠다고 가져갔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남긴 거리 기록

물배 소화도 시킬 겸 해서 호텔 근처 구경했으나 대부분 22시가 되면 문을 닫아서 별다른 소득 없이 숙소로 돌아갔다. 우붓에서 스미냑까지 이동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데다가 비치클럽까지. 정말 알차게 돌아다닌 3일차의 밤이 지나고 있었다.


이제 다시 눈을 뜨면, 발리를 떠나야 한다.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던 마지막 날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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