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아직은 떠날 준비가 되지 않은 발리에서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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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묘한 상실감이 드는 아침이었다.
어제와 똑같이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눅눅하지 않고, 창문을 열면 보이는 발리 특유의 자연 풍경은 예뻤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점, 그래서 조금의 우울감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밤 비행기를 타고 지옥 같았던 경유를 또 해야 했기에, 나는 메이크업 대신 짐 싸기를 택했다. 파워 J형 인간인지라 이미 전날 밤부터 어디에 뭘 넣고 뭘 들고 다닐지 종류별로 정리해놓긴 했지만, 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살펴야 짐싸기의 완성이니까. 일어나서 짐을 싸는데도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우붓에서 스미냑으로 옮긴 것처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느낌이랄까.
마지막 날인데도 일정이 제법 많았기에 얼른 조식을 먹으러 나갔다.
레스토랑은 또 대로변에 있어서 원래는 호텔 내부 차량을 타고 나가야하는데, 마지막인 만큼 걸어서 갔다. 나무랑 꽃들이 많이 있는 게 너무 예뻐서 아무렇게나 찍어도 그림 같았다.
여담이지만, 발리에서 찍은 사진들이 다 너무 예쁘고 무드 있어서 지금 포토 프린터 사려고 알아보고 있다. 일기를 쓰거나 별도로 다꾸가 취미인 사람에게 이런 감성 사진은 꼭 실물로 뽑아서 붙여놓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는 거.
AMADEA RESORT 조식은 7시부터 11시까지 이용 가능했다. 다만 뷔페식을 이용하려면 10시까지 가야하니 시간 꼭 기억하기. 우붓의 조식 레스토랑이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는 기분이었다면 스미냑은 마치 유럽 브런치 카페에 온 것 같았다. 오픈형으로 되어 있어서 쨍한 햇빛으로 밝은 분위기의 밖을 볼 수 있었다.
뷔페식인것도 좋았다. 여러 음식들을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었는데, 나는 내 사랑 미고렝과 토스트, 베이컨, 치킨 소세지를 가져왔다. 그리고 별도로 요청하면 계란후라이도 해주시는데, 여행지에서 먹어서 그런지 고소하고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팬케이크를 주문할 수 있어서 2장 시켜봤는데 개인적으로 엄청 맛있는 건 아니었다. 시럽이 없어서 그냥 빵 고유의 이스트향이 많이 느껴지고 포슬포슬한 정도도 조금 덜했다. 그런데 같이 먹은 친구는 굉장히 만족해하면서 한 장을 다 먹어서 그냥 개인차 있음이구나 싶었다.
이 레스토랑 아웃뷰가 너무 예뻤다. 이렇게 햇빛을 받으면서 커피 한 잔에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성적이었다. 이 여유로움과 권태가 내가 발리를 이토록 사랑하는 이유인 것 같다.
식사 후에는 어제 나의 체력 이슈로 못 갔던 호텔 수영장에 갔다.
밤에 보는 것보다 해가 쨍쨍한 아침에 오니까 훨씬 예뻤다. 건물 외관이랑 인테리어 색감들이 조화로워서 사진을 찍으면 굉장히 고급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친구는 수영장에 들어가고, 나는 썬배드에 누워서 친구 사진도 찍어주고 따스한 햇살을 잠시 즐겼다. 정말 잠시 즐겼다. 5분쯤 지나니까 찜기에서 구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얼른 타올 밑으로 숨었다. 그래도 더워서 발만 담근 채 있었는데 물이 시원해서 더위도 좀 가시는 기분이었다.
역시 사진은 자연광이 있어야 예쁘다. 이거 전에도 한 번 얘기했던 것 같은데, 너무 인생의 진리 같아서 다시 얘기한다. 새빨간 원색의 원피스를 사고 색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내내 못 입다가 마지막 날이니까 용기 내서 입었는데 사진에 예쁘게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사실 수영장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스파 예약시간이 다가와서 자리를 옮겼다. 근데 체크아웃 하고 이러니까 제법 시간이 걸려서 예약시간에 약간 늦었지만...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부랴부랴 바이크 잡아서 갔다.
https://goo.gl/maps/STmvbGRD1Vsbzmjy9
스파는 여행 첫날 우붓에서 받고 두 번째였다. 첫 번째 스파가 너무 별로였어서 그닥 큰 기대는 안 하고 갔는데, 여기는 실내부터가 달랐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신다고 했는데, 진짜 무슨 드라마에서 보는 고급 마사지샵 같은 느낌이었다. 내부도 엄청 깔끔하고 인테리어도 발리에서 보기 힘든 차분한 톤이었다.
여기는 마사지 진짜 좋았다. 일단 마사지 받는 공간이 별도로 분리가 되어 있었고, 마사지사 분들이 발부터 씻겨주시고 중간중간에 지압 정도 괜찮은지도 물어보고 굉장히 잘 맞춰 주셨다, 친구 말처럼 막 새로 태어난 기분까지는 아니었지만 뭔가 몸이 부드러워진 기분이랄까. 여기는 295,000 루피아로 가격대가 조금 있었는데 그래도 좋았다.
https://goo.gl/maps/tbAVVdneqEcRQhD87
마사지 끝나고 애프터 드링크도 주셨는데, 가게 내부가 너무 춥기도 했고 비행기 시간 전까지 전부 즐겨야 했기에 촉박해서 한 입 정도 마시고 얼른 나갔다.
다음 행선지는 4일 내내 친구의 소망이었던 빈땅 슈퍼마켓. 여기도 바이크 타고 갔는데, 아니 기사 아저씨가 나 인니어 할 줄 아는거 보시고 계속 뒤돌아서 말을 거셨다. 앞에 차가 그렇게 많은데 자꾸 뒤돌아봐서 사고 날까봐 너무 무서웠다. 앞에 봐달라고 했음..
그래도 다행히 무사고로 슈퍼마켓에 도착했다.
인터넷 후기로 크고 물건도 많고 좋다는 걸 봐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넓고 컸다. 살짝 코스트코 느낌이랄까. 여기서 이제 회사 사람들 간식거리 사가려고 했는데, 여기 마저도 발리에서만 먹거나 구할 수 있는 간식들이 없었다. 죄다 해외 초콜렛 뿐이라 동기들이나 친한 사람들 거는 그냥 해외 초콜렛 구매하고, 팀 분들께는 그나마 발리에서 유명한 코코넛이 들어간 간식들을 샀다.
그리고 여기에서 내 간식도 아주 잔뜩 샀다. 내 사랑 쿠수카칩 맛별로 구매하고, 바나나킥 같이 생긴 허니치즈볼도 있길래 하나 샀다. 이거 맛이 너무 궁금해서 집에 오자마자 뜯어서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 과자 봉지가 엄청 큰데, 맥주랑 먹으면 냅다 한 봉지 뚝딱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리 과자를 못 사와서 좀 아쉬웠다.
크기 때문에 캐리어 안 들어갈 것 같아서 친구 기념품으로만 하나 샀는데, 그냥 어떻게든 쑤셔 넣고 사올걸 후회된다. 이외에도 여기 껌이 맛있길래 껌이랑 나시고렝 소스, POP MIE도 잔뜩 샀다. 엄청 많이 샀는데도 3만원 조금 넘게 나왔다. 더 살걸. 한국이었으면 벌써 10만원 넘었을텐데, 역시 싸긴 쌌다.
과도가 없어서 못 샀지만 아쉬운 마음에 구경이나 했던 과일 매대들. 항상 동남아시아 쪽 갈 때마다 망고스틴 꼭 먹어야지 결심하고 못 먹었는데, 이번에도 못 먹었다. 생각보다 과일 구해먹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대형 마트에서나 구할 수 있기도 하고, 심지어 과도가 없어서 먹기도 애매하다. 그리고 이런 달달한 과일 먹으면 어쨌든 개미가 나와서... 나는 이미 5년 전에 살던 곳에서 개미지옥을 경험했기 때문에 뭐든 숙소에서 먹는 건 좀 지양이라 결국 또 못먹고 말았다. 슬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