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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a Jul 28. 2023

동남아 여행에선
햇빛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1일차] 입국, 그리고 햇빛 대신 만난 폭우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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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0745b7e1d0614aa/7


우리는 A2에 있었는데, 다시 A1까지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가야 했다. 애초에 A3에 내려서 거기에 있다가 스카이트레인 안 타고 바로 옆 탑승구인 A1으로 갔으면 됐는데, 그걸 잘못 본 거였다.

 

허겁지겁 A1으로 달려가서 탑승보드를 다시 보니 거기서도 라스트콜이 떠 있었다. 그 새벽 6시에 미친 듯이 달렸다. 헉헉거리면서 달려서 겨우겨우 도착하니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이 많았다. 줄 서서 거의 라스트팡으로 들어가서 앉으니 힘이 쭉 빠지더라.


밥에서 요상한 향이 났는데, 저 당근이 맛있었다.


친구랑 스카이트레인 앉아서 이거 놓치면 타야 할 비행기 확인했는데 일단 오늘 중에 없었을 때, 그리고 1인 126만원 이었을 때 눈앞이 그냥 아찔했다. 비행기 좌석에 앉으니 너무 피곤하고 안도감이 들어서 그대로 기절했다가 기내식 주길래 잠시 일어났다. 치밥 같은 거였는데 맛이 요상했다. 초코 아이스크림은 존맛.     


포토 프린터를 알아보게 된 계기


아주 럭키하게 발리까지 가는 2시간 동안은 창가 자리에 앉았는데 기내식 먹고 내다보니 창밖 풍경이 너무너무 예뻤다. 이 구름 사진은 내가 찍어놓고도 너무 예쁘고 비현실적이라 한참 감탄했다.     


점점 까매지는 구름...


하늘이 분명 비행기에서는 파랬는데 점점 고도가 낮아질수록 구름이 잔뜩 끼는 게 불안했다. 불안한 마음을 애써 모른 체 하며 응우라라이 공항 도착해서 입국 심사를 받았다. 전날 미리 eVOS랑 입국 심사표 작성, 혹시 모를 건강검진 QR까지 다 생성해두었어서 수월하게 심사는 통과했으나 생각보다 짐을 찾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거의 1시간 넘게 걸린 듯.


이미 나는 인니에 살면서 인니타임을 겪어 보았기 때문에 대략 1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예약하면 조금 느즈막히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0시 50분에 클룩으로 공항에서 첫 번째 숙소인 우붓까지 드라이브 픽업 서비스를 예약 했는데 이 아저씨가 무려 1시간이나 일찍인 9시 50분에 온거임.. 30분만 대기한다고 했는데 짐은 안 나오지, 환전이랑 유심도 사야 하는데 시간은 촉박하고 마음은 너무 급해서 계속 왓츠앱으로 좀만 기다리라고 연락을 엄청 했다 허허..


무사히 짐을 찾고 환전하러 고고.

인도네시아 환전은 원화-달러-루피아 순으로 바꾸는 게 제일 이득이라서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예전에는 그냥 민간 환전소 가서 바꾸는 게 더 쌌어서 공항에서는 조금만 바꿀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5년이면 강산이 반쯤 바뀌는 세월이라 혹시나 싶어서 가져갔던 350$ 중 200$는 공항에서 환전했다. 냅다 손에 루피아 잔뜩 쥐니까 뭔가 부자 된 기분 좋았음.

  

이 흐린 하늘이 정녕 사계절 여름인 동남아가 맞는가


 나가서는 유심을 샀다. 한국에서 주문하고 현지 수령하면 오류 날 수도 있다는 후기를 보고 현지에서 사는 게 더 낫지 않나 하는 마음에 나는 공항 텔콤셀에서 유심을 구매했다. 데이터 18GB에 통화 7시간 무료인 1주일짜리 유심을 샀는데 35만 루피아가 들었다. 3만원 정도니까 제법 비싸게 주고 산 것 같다. 우붓에 텔콤셀이 있으면 거기서 구매하면 좋긴 하나, 너무 멀어서 어쩔 수 없이 공항에서 구매했다. 원래 몰이나 백화점 같은 곳에 대부분 텔콤셀이 입점해 있었어서 거기서 구매하면 훨씬 싸긴 하다. (이것도 5년 전 기준이긴 함)     


사진으로 익스트림한 폭우가 안 담겨서 아쉽다. 도로 침수 됐는데..


나와서 클룩 드라이버 아저씨 만나서 공항 밖으로 나갔는데, 날씨가 결국 우려했던 대로였다. 나는 인니 살 때도 스콜이나 경험해봤지 진짜 우기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날 처음 동남아시아의 폭우를 목격했다. 심지어 7월이면 아직 건기인데도!


비가 하늘이 뚫린 것처럼 왔다. 얼마나 오는지, 내다본 창 밖에서 실시간으로 도로가 침수되는 게 보일 정도였다. 기사님한테 요새 발리에 비가 계속 많이 왔는지 물어보니 그분도 놀랐단다. 건기에 이렇게 많이 온 적이 없다고 하던데, 슬펐다. 휴양지의 파란 하늘을 기대하고 왔는데 비만 주룩주룩 쏟아지니까 우울했다.


https://goo.gl/maps/Fg5vg7WNFEsBLKit5


우천에 마쩻(교통체증)까지 겹쳐서 1시간 4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거의 3시간에 걸쳐서 도착했다. 체크인이 14시였는데,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고 방 정리가 조금 덜 됐는지 로비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거의 체크인 시간에 맞춰서 들어갔다. 우붓에서는 7월 1일부터 7월 3일까지 2박 3일 묵는 일정이었고, 부쿠 뷰 리조트를 예약했다.


여기가 바로 프론트 입구


분명 아고다에서 본 사진에서는 시설이 괜찮았는데 뭐랄까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호텔의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도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쉬면서 휴양하기엔 좋은 곳 같았다. 


프론트에서 숙소로 가는 길. 건물이 분리되어 있다.


녹색이 가득해서 좋았지만 하늘 때문에 실제로 보면 굉장히 스산해보였다.


약간 정글 느낌도 났는데, 이게 비가 엄청 와서 그런지 되게 우중충해 보였다. 내 파란 하늘 내놔.. 리조트 시설 구경 제대로 못 한 건 덤이었다. 사실 이때는 비가 너무 많이 오고 피곤하고 습해서 의욕이 없었다.


(첫날 숙소 사진이 없다...)


숙소에서 대략 짐을 풀고 옷 갈아입고 나니 14시쯤 됐다. 딱 14시 반에 식당 예약을 해 놓았었는데, 체크인 하고 이동 거리를 계산해보니 도저히 예약한 시간 내에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왓츠앱으로 시간 미룰 수 있냐고 물어봤으나 묵묵부답. 


숙소 위치가 애매해서 택시가 들어오기에 굉장히 애매했는데, 그렇다고 비가 와서 오토바이를 탈 수도 없었다. 결국 걸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솔직히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인니 특성상 도로 포장이 잘 안 되어 있어서 장시간 걷는 게 쉽지 않다. 벌레도 많고, 갑자기 비포장된 구덩이 같은 게 있을수도 있어서 위험하다. 거기에 이런 폭우까지 뚫고 가야 한다니. 결국 예약했던 식당은 포기하고 플랜B로 갈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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