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레는삶 Feb 10. 2023

소설을 읽는 이유

한 달에 2-3권 정도 책을 읽는다. 다독하는 정도는 아니다. 틈날 때 조금씩 읽는다. 외출을 할 때 웬만하면 가벼운 책 한 권 정도 들고 다닌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읽기도 한다. 집에서는 한가로워도 핸드폰이나 TV를 보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새벽에 잠을 깨는 경우에 책을 보는 경우가 있곤 한다.


다양한 분야를 읽지는 않는다. 주로 소설위주로 읽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자기 계발서나 독서에 관련된 책을 주야장천 읽었다. 내 삶의 변화를 추구하고 싶어서 선택한 책들이었다. 그러다가 일 년 여가 흐르니 그런 책들이 시들해졌다. 시간의 공백을 채우려고 소설을 읽어나갔다. 특별히 선호하는 작가나 장르가 있는 것 아니었다. 이것저것 읽다 보니 작가가 마음에 들어서 작가책을 몽땅 사서 읽기도 했다. 요 근래는 최은영 작가와 손원평 작가에 빠져들었다. 알라딘에서 중고책을 주문했다. 집에 쌓아놓고 한 권 한 권 읽어 내려가는 재미가 있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어릴 적부터 자주 들었다. 학창 시절에도 성인이 되어서도 잘 이해하질 못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 걸까? 학생 때는 그저 책을 많이 읽으면 공부도 잘하고 성공할 수 있나 보다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전교에서 10등 안에 들던 친구가 있었다. 그 아이는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었다. 데미안을 밤늦도록 읽었다고 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데미안은 성인이 되어서야 읽었다. 유명한 고전이라서. 읽을 당시에는 스토리라인만 따라가면서 읽었다. 무슨 감동이 있는지 몰랐다. 지금 다시 읽어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궁금하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게 왜 중요한지 조금은 알듯하다. 이제는 조금씩 어떤 책에서는 무엇이 맘에 드는 부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읽고 싶은 책도 생기고 좋아하는 작가도 마음속에 새겨두기도 한다. 이렇게 책에 대한 나만의 문을 열게 해 준 책들이 소설이다.


소설책을 왜 읽을까? 예전에는 재밌으니깐 읽었다.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면서 흥미가 더해졌다. 시간 때우기에도 좋았고 뭔가 베스트셀러를 읽는다는 느낌도 좋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소설을 바라보는 각도가 달라졌다. 계기가 된 것은 김훈 작가의 ‘자전거여행’이었다. 이 책은 소설은 아니다. 작가가 자전거를 타면서 전국을 누비며 보고 느낀 것들을 글로 남긴 거다. 책 속에 담긴 표현들이 기가 막혔다. 내가 지나치듯 보아온 것들이 작가의 글을 통해서 다시 태어났다. 아름답고 정성스럽게 싸인 선물처럼 느껴졌다. 작가가 주위의 모든 것들을 얼마나 사랑스럽게 바라보는지 그 마음이 전달되었다. 작은 꽃잎하나, 시골길,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필력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이런 아름답고 귀한 문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절로 소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소설을 읽는 이유


1. 감정묘사

평소에 마음상태를 말로 표현하고 싶지만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있다. ‘뭐  대충 이런 느낌이 들어!’  말로 정확하게 뭐라 표현하기 힘들다. 그리고 나만 이런 걸까 싶어서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때도 있다. 그런데 작가들을 그런 애매한 느낌을 기가 막히게 묘사한다. 그런 글귀를 읽으면 마음속에서 ‘그래 바로 이거야!’라고 외친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위로받을 때도 있다. 글로 누군가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거다. 해결책을 주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주는 것만도 마음의 안식을 준다. 작가가 지닌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 든다.


2. 인물탐구

소설 속에는 다양한 인물상이 등장한다. 다양한 성격, 배경, 삶을 지닌 사람들이 나온다. 난 예전에는 등장인물의 각자의 특징을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저 소설을 채워가기 위해서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인물정도로만 치부했다. 소설의 재미와 흥미를 위해서 만들어진 허구에 불과한 요소라 여겼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인물에 공감을 하기 시작했다. ‘아 이런 이쁨을 감추고 사는 사람이 있구나!’ , ‘이런 매력적인 인물도 다 있네?’ , ‘그렇지 내 주위에 이런 사람 있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겉으로 봐선 알 수 없었던 사람의 속내를 알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사람들을 겉핥기로 알고 지내는지 가끔 반성해보기도 한다. 소설은 사람을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3. 지문 속에 담긴 상황을 상상하기.

이건 내가 재미로 상상해 보는 거다. 내 꿈은 예나 지금이나 연기자이다. 연기자와 관련된 일은 전혀 하질 않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늘 꿈틀대는 꿈이다. 그래서 책 속에 나오는 지문으로 표현되는 문장에서 가끔 멈추어본다. 가령 ’ 그녀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라는 문장을 보면 멍한 표정에 대해 마음속으로 연구한다. 아무 생각 없는 멍한 표정, 고뇌에 빠져서 바라보는 표정, 하루가 너무 지쳐서 멍한 표정, 젊은이들의 멍한 표정, 노인들의 멍한 표정, 어이없을 때 나타나는 멍한 표정등 수도 없는 멍한 표정이 있다. 앞 뒤 상황과 인물배경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야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다. 혼자서 그런 것들을 상상하면서 표정연습도 해본다. 재밌기도 하지만 훌륭한 연기자들이 한 장면을 위해서 얼마나 고민이 많을까 생각 든다. 역시 국민 배우는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요소들을 마음속에 두면서 읽다 보면 내 마음속 보물처럼 소설이 자리 잡는다. 이러니 다 읽고 나서 한마디로 재밌다. 재미없다고 감히 평할 수 없다. 다시 한번 작가님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등산이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