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마라톤 대회
두 번째 도전의 날이 드디어 다가왔다. 내 생애 마라톤이라는 석자를 새기는 날이다. 지난해 11월에 첫 번째 마라톤 도전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다.
지난번과 동일하게 5킬로미터를 신청했다. 마라톤 대회는 풀코스, 하프코스, 10킬로미터, 5킬로미터 4가지 종목으로 진행한다. 난 이번에도 가장 쉬운 코스인 5킬로미터를 도전했다. 5킬로미터는 기록조차 측정하지 않는다. 완주의 기쁨을 누리기에 충분한 거리이다. 아직도 이 정도 거리가 녹록하지는 않다.
2022년 9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1분 달리기부터 했다. 점차 시간을 늘려가면서 30분 정도는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2022년 9월 손기정 마라톤 대회를 신청했다.
그때는 대회 신청을 하고 나서 며칠 동안 긴장을 했다. ‘ 내가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무덤덤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달리기 훈련을 지속했다.
이번에는 벗과 함께 했다. 처음 마라톤을 도전하고 나서 주위사람들에게 자랑을 했다.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기 때문에 입이 근질근질했다.
달리기 너무 좋아요~~~~.
첫 마라톤 대회 나가봤어요.
설레는 기쁨을 어찔할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떠들면 ‘대단하다.’라고만 할 뿐이다. 그런데 지인 중 한 명이 본인도 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 들을 때는 긴가민가 했다. 그러다가 한 달여 정도 지나 알아보니 혼자서 묵묵히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기특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올해 초 진행하는 마라톤 대회를 조회해서 적당한 것을 골랐다. 3월이면 5킬로미터 대회정도 나갈 수 있을 듯했다. 같이 나가보자고 하니 흔쾌히 좋다고 했다.
대회를 등록하고 함께 등록한 친구랑 꾸준히 연습했다. 가끔 같이 만나서 뛰기도 했다. 드디어 대회날이 되었다. 지하철 역에서 만나서 한 시간여 지나니 뚝섬에 도착했다. 달리기 동지들이 대회장으로 천천히들 걸어가고 있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약간은 설레는 기분이다.
대회는 아침 9시 시작이다. 일찌감치 도착한 우리들은 기념사진을 대회전에 미리 찍었다. 작년에는 나 혼자 출전했기 때문에 대회장 앞에서 찍은 사진이 없었다. 셀카로 찍어서 제대로 찍질 못했다. 친구와 함께 소풍 나온 기분으로 여러 장을 찍었다.
대회시작을 알렸다. 5킬로미터 도전자는 가장 마지막에 출발한다. 뚝섬유원지를 한강변을 따라서 달렸다. 초반에는 사람들이 좁은 길에 뭉쳐있어서 달기기가 어려웠다. 조금 지나니 사람들 달리는 폭이 벌어졌다. 이번 코스에는 두 번 정도 오르막이 있었다. 오르막 길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난 여기서는 꼭 뛰어가기로 생각했다. 양팔을 좀 더 세게 흔들며 뛰어 올라갔다. 속도유지를 하면서 끝까지 달려보려고 했다. 같이 달리던 친구는 내 뒤에서 오고 있었다. 같은 보폭으로 나아갈까 했었다. 그런데 마음을 다시 먹고 앞질러 나아갔다. 길을 뚫으며 달렸다. 친구가 알아서 따라오리라 생각했다. 드디어 반환점을 돌았다. 처음 출발점이자 도착점이 눈앞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는 어디쯤 오고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뒤에서 누군가 외쳤다.
언니 어서 가자!!!
친구가 갑자기 뒤에서 튀어나오면서 막판 피치를 올리며 내 앞으로 지나갔다. 워낙 빨리 지나가서 나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기특한 녀석 같으니라고!!! 1
그 친구가 먼저 골인점을 지나가고 내가 뒤로 들어갔다. 기록은 5킬로미터를 31분 6초 정도가 나왔다. 완주의 기쁨이 커서 기록이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회를 하면 참가자들과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다 보면 경쟁심이 조금은 생긴다. 그러다 보면 평소보다 빨리 달릴 수 있게 된다.
인생에서 값진 30분을 경험했다. 친구는 여러 번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언니덕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돼서 좋다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 친구가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거라 여겨진다.
작게 일렁이는 열정을 붙잡고 첫발을 떼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작은 씨앗으로 시작하면 다음단계로 커나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거다. 다만 작은 열정을 무시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소곤대는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나라는 육체와 가슴과 머리에서 외쳐대는 열정은 어쩌면 별개인듯하다. 정신과 몸뚱이를 서로 객관화해서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거다. 몸이 아프면 머리에서 판단해서 병원을 데려가든 약을 주든 쉼을 주든 해야 한다. 머리와 가슴에서 뭔가 하고 싶다고 소곤거리면 몸이 함께 따라가 주어야 한다.
친구와 6월에는 10킬로 마라톤 대회를 나가기로 했다. 한 단계 산을 넘기 위해 친구가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언젠가는 우리 둘이서 풀코스 마라톤 대회를 도전하러 도쿄마라톤 대회장 앞에 서 있을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