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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레는삶 Apr 22. 2023

단단해진 꿀벅지를 향해서 달리자.

6월이면 세번째 마라톤 대회를 나갈 예정이다. 이번에는 10킬로미터이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선물로 주고 싶기도 하고 대회 기록 향상을 위해 러닝화를 구입했다.


드디어 새 운동화를 신고 달리러 나갔다. 27도까지 올라가는 화창하고 따뜻한 날이었다. 운동화끈을 꽉 조여매고 앞으로 나아갔다. 기존 운동화보다 통통 튀는 느낌이 있었다. 내 몸이 좀 더 공중에 떠 있는 듯했다. 오늘은 1시간 24분을 달려야 하는 LSD(Long Street Distance) 훈련날이다. 이건 장거리를 본인 페이스의 70% 정도 속도로 느리게 달리는 거다. 천천히 오래 달리면서 지구력과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거다. 기존에 가장 오래 달린 게 1시간이었다. 1시간 24분을 달린다는 건 나에게 놀라운 일이다.


처음부터 천천히 나아갔다. 힘들지 않은 수준으로 꾸준히 달렸다. 평소보다 천천히 달려서인지 늘 고비였던 3~4킬로미터쯤에도 힘들지 않았다. 무난히 5킬로미터를 달렸다. 평소에는 5킬로미터쯤 지나면 ‘이제 반절 달렸구나!  여기까지도 쉽지 않게 달렸는데 아직 5킬로미터가 남아있네'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5킬로미터 지점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나아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5킬로미터가 무심코 스쳐 지나간듯했다. 천천히 달려서 힘들지 않아서일까? 10킬로미터를 목표로 달리다 보니 이제는 어느덧 5킬로미터는 만만하게 여겨지는 거리가 된 걸까? 내가 달성하려고 하는 목표에만 집중하면 늘 힘겹다. 하지만 한 단계 높은 목표를 훈련하다 보면 기존 단계는 좀 더 수월하게 다가오나 보다. 


7-8킬로미터 지점이 힘겨웠다. 속도가 늦어지고 숨이 차올랐다. 한 모금 물을 마시면 좀 더 힘들지 않고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겨우 참고 앞만 보고 달렸다. 같은 코스를 두 바퀴째 돌았다. 9킬로 지점에서 엉덩이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오른쪽 둔부 아래쪽이 쥐가 날 듯했다. 달리면서 손으로 아픈 부위를 두드리기도 하고 문질러 보기도 했다. 달리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참았다. 다음에는 왼쪽 고관절이 삐끄덕거리는 듯한 통증이 살짝 느껴졌다. 평소보다 더 달리다 보니 나타나는 증상인가 보다. 다행히 더 아프지 않고 증상이 없어졌다. 무사히 마지막 10킬로미터까지 마무리했다.



마무리는 쿨다운으로 진행했다. 집까지 천천히 걸으면서 피로를 풀어주었다. 달리기를 하고 바로 운동을 멈추면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이게 돼서 다음 운동에 지장이 생긴다. 약 5분을 걸으면서 숨 고르기를 했다. 하루 중 가장 힘든 일 한 가지를 해낸 거다. 그럼 하루 중 나머지 일들을 조금 망치거나 게으름을 피워도 위로받을 수 있다. 중요한 일을 적어도 한 가지를 했다는 건 크나큰 성취감을 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냉수 한잔을 벌컥벌컥 마셨다. 손 씻는 것조차 귀찮다. 일단은 식탁의자에 앉아서 러닝앱 기록을 확인한다. 비록 천천히 달리긴 했지만 혹시 생각보다 좋은 페이스가 나오길 바라보기도 한다. 내 생각했던 페이스보다 좋은 기록이 나오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이번에는 페이스가 6분48초가 나왔다. 이 페이스로 1시간 24분을 지속해서 달릴수 있다는 것에 대만족했다. 목표 페이스는 6분20초 정도이다. 쉬고 있는데 갑자기 오른쪽 발가락에서 쥐가 났다. 주물러주고 스트레칭을 하니 다행히 통증이 사라졌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동안에 기존에 없던 증상들이 생겼다. 바로 허벅지다. 중년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운동이라고 하면 스쾃이라고 했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만들기 위함이다. 중년 이후  뱃살을 줄이고 건강한 척추건강을 위해 도움이 된다. 달리기를 하면서 체중은 2킬로그램 정도 빠졌다. 하지만 근육이 붙었다는 느낌은 그다지 없었다. 그런데 10킬로미터를 달린 후에는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 샤워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허벅지가 약간씩 당겼다. 흐물흐물한 허벅지 살 중간중간에 누군가가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쫀득쫀득하지만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닌 육포 같달까? 한 시간을 달리고 난 후 내가 쟁취한 성과였다. 이런 기분에 취해서 힘들어도 다음 달리기를 기약해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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