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레는삶 Aug 23. 2023

후회는 또 다른 삶의 원동력

고등학생 딸은 주말에도 학원투어를 다니느라 늘 바쁘다. 한국에 있는 다른 고등학생과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다. 그런데 어제는 계획했던 학원일정이 취소되었다. 점심을 먹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운전을 하던 남편은 비몽사몽이라 집에서 낮잠을 자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들 모두 늘어지게 에어컨을 틀고 쉬기로 했다.


아이를 위해 거실에 이불을 깔아주었다. 나도 아이 옆에 같이 누웠다. 딸은 바로 잠들지 못하고 뒹굴뒹글했다. 그러더니 혼잣말로 했다.


“후회할 행동을 하고 있네…..”


공부를 해야 하는데 쉬고 있는 자신을 자책하는 말이었다. 그러더니 곧바로 잠이 들었다. 이후 4시간을 내리 잤다. 저녁을 먹이려고 겨우 깨웠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빈둥빈둥 언니랑 깔깔대며 밤늦게까지 놀았다.


아이는 어제 푹 쉬었던 순간을 지금 후회하고 있을까?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거다. 요즘 고등학생들이 워낙 치열하게 학업을 쫓아가다 보니 그럴만하겠지.


후회하면서 살면 나쁜 건가? 사람이 어찌 완벽하게 살 수 있겠나. 후회란 나를 뒤돌아본다는 거다. 흘러간 행동이나 시간들을 반성하고 재평가해보는 거다. 부족하거나 과오등을 깨닫는 겸손한 감정이다. 이전에도 후회할 행동을 여러 번 했을 거고 앞으로도 계속할 거다.


나도 이제까지 살면서 후회하는 게 많다.

학창 시절 좀 더 공부를 치열하게 하지 않은 것,

아이들 어릴 적 동화책을 잘 읽어주지 않은 것,

돌아가신 친정엄마와 많은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

결혼 전에 여행을 다니지 않은 것 등등….

막상 글로 옮기려니 줄줄이 쏟아진다.  


대부분 그 당시에는 후회할 행동인지 모르고 지나간 순간들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 시점에서 보니 후회스럽다는 거다. 그때의 나의 상황과 에너지 측면에서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많다.


후회라는 감정은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지 못해 미안하다.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서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가끔은 후회가 밀려와서 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그야말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나에게 있어서 여행이 바로 그렇다.


여행은 결혼 후에 가족여행이 대부분이다. 가족과 함께 할 때는 남편과 아이들 취향을 생각해서 장소를 고르거니 시간을 배분한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서 훌쩍 떠나고 싶다. 내 마음대로 모든 걸 정하고 돌아다니고 싶다. 아마 혼자 다녀도 좋은 장소와 먹거리 앞에서는 가족이 가장 먼저 떠오를 거다. 그렇더라도 자유롭게 떠나고 싶다. 아직 아이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해서 옆에 주려고 한다. 결혼 전인 20대에 해보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여행에 대한 열망이 없을 때는 후회스럽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지금은 후회라는 감정에만 빠져있지 않다. 더 후회하기 전에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나 홀로 여행을 다니기 위한 준비과정을 밟으려고 한다. 돈, 정보를 모으고 체력관리를 할 것이다.

내 바람들이 이뤄질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렇지만 후회하지 않을 방향성을 알고 나아갈 수는 있다. 딸!!! 지금 무언가 후회할 행동을 한다 해도 속상해하지 마. 속상한 감정이 또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뜻밖의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