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 목요일에는 문해교실에 출근한다. 근무하는 복지관은 집에서 버스로 한 시간을 가야 하는 곳이다. 보통은 11시쯤 점심을 먹고 12시에 집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10시까지 집안일을 마치면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한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샤워하고 땀 식히고 잠깐 쉬면 금방 지나간다. 그러나 오늘은 휴가를 냈다. 혹시 가족 여행이라도 갈까 해서 휴가를 미리 신청해 놓았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놀러 가지는 않았다. 그냥 쉬기로 했다. 마침 태풍까지 온다고 해서 외출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침 일찍부터 비바람이 분다. 오전시간인 지금은 바람은 그다지 많이 불지 않는다. 촉촉하게 비가 내리고 있다. 일찍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나만의 공간으로 왔다. 늘 그렀듯 강아지도 집안에서 졸졸 나만 따라다닌다. 빗소리를 듣기 위해 창문을 약간 열어놓았다. 문을 활짝 열어놓으면 선풍기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하다. 핸드폰으로 CBS 레인보우 앱에서 ‘김정원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라디오를 틀어놓는다. 영어원서를 펼치고 모르는 단어를 체크해 본다. 이때 갑자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에 잠시 글씨 쓰는 손을 멈춘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흘러나온다. 클래식은 라디오에서 가끔 듣는데 제목이나 작곡가 이름은 잘 모른다. 그런데 이것만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곡이다. 뜻밖의 선물처럼 다가온 곡이다. 모차르트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몇백 년 전에 만든 곡인데도 누군가에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영원한 음악의 힘이겠지.
열어놓았던 베란다 창문을 꼭 닫아본다.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까지 차단해 본다. 오롯이 음악을 듣는다. 절로 브런치 글쓰기 화면을 터치하고 싶어 진다. 별것 아닌 지금 이 순간이 그냥 좋아서 뭐라도 몇 자 남기고 싶다. 누군가는 바삐 일해야 하는 시간인데 나에게 평안함을 주는 이 공간 시간이 감사하다. 11시까지 뭔가를 마쳐야 하는 부담감도 없어서 느긋하게 글까지 써본다.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다. 고요한 시간에 내 생각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좋다.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줄 만한 멋진 글은 아닐지라도 내 생각을 한 줄 한 줄 정리해가다 보면 머릿속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에세이나 일기 같은 글이지만 논리적으로 쓰려고 한다. 논리적이라 함은 앞 글과 뒷글이 자연스럽게 흐르듯 연결되는 것을 뜻한다. 읽어나가면서 ‘그렇지. 그래 맞자’ 하면서 끊김 없이 흘러가는 글이면 좋겠다.
오후 늦게 태풍이 북쪽으로 이동하면 집 근처에도 강한 바람이 불겠지. 아직은 폭풍전야처럼 평안함이 있다. 부디 다들 아무 일 없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가 선물가은 순간들이 찾아오면 얼마라 멋질까? 아무런 자연재해 없이 하루를 지낼 수 있어도 선물 같은 하루가 될 수 있을 거다. 어제까지 이어온 더위가 오늘은 없기 때문이다. 어딜 가나 사우나 같았는데 오늘만은 에어컨이 아닌 선풍기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한 시간을 보내면 더할 나위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