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새해가 다가오면 신입들이 들어온다.
개성이란 게 없을 정도로 비슷한 생김새, 비슷한 스펙.
그와 비견해
주인의 손 떼를 타 조금 닳은 정도
분명, 아직 더 일 할 수 있다.
더 사용할 수 있다.
다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 체
자리를 넘겨주어야 한다.
표지의 숫자가 하나 바뀐다는 이유로.
새 다이어리 옆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서랍 한쪽으로 옮겨진다.
그것들이 기록한 시간들은 여전히 그들 품에 남아있지만
품 안의 기록들은 지난해의 것으로 분류되었고
더 이상 현재를 증명하는 기능은 없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과거에 묶인 채로.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단지,
새로운 숫자가 담긴 표지와
새로운 손에 맞춰진 한 해의 공간뿐이었다.
돌아보면 이런 순환이 회사의 계약직과 다르지 않다.
조금은 닳았지만 채워진 시간들로
내가 쓰임 받고 쓰임 받을 것이란 믿음들,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도, 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았다는 생각까지도.
새해의 이유로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순간들
우리가 남긴 기록이 새해의 자격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다이어리의 생애와 우리의 인생이 묘하게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