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버림

Letting go

by 자유인

아픈 남편을 6년째 간병 중인 지인이 있다.

그녀도 그녀의 남편도 집에만 있는 것이

갑갑할 듯하여 아이디어를 구상하다가

지난 가을부터 우리는 세 명이

함께 데이트를 시작했다.

범어사의 드라이브 코스를 한 시간 정도

천천히 돌며 함께 숲을 보고

숲의 향기를 느끼며 바람소리도 듣고

소소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미남도 아닌데 예쁜 여자를 둘이나 데리고

데이트를 하다니 무슨 복이냐고 농담을 하면

그가 웃었다.


추운 겨울에는 그가 혹시 감기라도 걸릴까

염려되어 포기하고 있다가

봄이 되어 날도 따뜻해지고 꽃들까지 피어 주니

슬슬 다시 데이트를 시작했다.

우리는 휠체어를 교대로 밀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꽃나무 아래서

자연이 부리는 마법을 감상했다.




그녀가 차 한잔을 청하기에 집으로 따라가

향긋한 녹차 한잔을 하며,

힘든시간을 감당하고 있는 그녀를 위로했다.

그녀는 그렇게 염려해 주시는 분들께는 감사한데

남편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도 감사하고

하루 종일 같이 있는 것도 좋아서

힘들 때도 있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남편에 대한 남다른 존경심과 사랑도 느껴졌지만

그보다 더 크게 내 마음에 와닿은 것은

불행을 대하는 그녀의 자세였다.

이것만으로도 다행이고

모든 것이 감사하다는 말에서

고통에 대한 저항감을

완전히 놓아버린 마음이 느껴졌다.




데이비드 호킨스는 이러한 심리 상태를

<항복 surrender>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의 저서 <놓아버림>에서

생의 고통이 얼마만큼 불행을 좌우할지는

고통에 반응하는 심리적인 태도에 달려있으므로

불평이나 불만과 같은 부정성을

완전히 놓아버릴 것

즉 항복할 것을 안내했다.


나의 어리석음을 포함해서

아내나 남편의 이러저러한 부분 때문에

힘들거나 불만스럽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24시간을 밀착해서 6년 동안 간병하고 있는

한 사람이 고통과 정면으로 마주한

그녀의 생에 한가운데서 박꽃처럼 웃으며

모두 감사하고 이것만해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진귀한 현상을 보았다.


행복과 불행은


생의 고통을 대하는 자세가


결정한다는 것을


한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꽃밭에 뒹굴어도 불평하는 사람이 있고


거름밭에 앉아서도 웃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