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하고 속이 깊은 지인 H가
비 오는 날 미끄러운 계단을 굴러
오른쪽 다리가 분쇄 골절이 되고 말았다.
응급 수술 후에 입원기간을 보내고
집에서 요양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나 아프고 모든 게 귀찮을까 싶어서 한동안
기도만 해주다가 그녀가 어느 정도 회복해서
상황에 조금 익숙해지고 외로움을 느낄 때쯤
연락을 해 보았다.
목발을 짚고 걷는 연습을 짬짬이 하고 있다기에
데이트를 청하여 두어 시간을 함께 했다.
짧은 드라이브를 하고 잠시 공기 좋은 곳을
산책하고 정원이 예쁜 카페에서 차도 한잔하고
함께 맛난 점심을 먹었다.
웃는 모습이 예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밝은 모습이 신기하여 웃음이 나오냐고 했더니
그녀가 드라마 같은 명대사를 남겼다.
- 안 웃으면 어쩌겠어요?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아름다울 정도로 긍정적이다.
주말마다 시어머니의 밭일을 도우러 부부가 함께
시골에 가더니, 이제는 목발을 짚고 걷는 연습을
하는 그녀가 어디서든 잠시라도 편히 쉴 수 있도록
휠체어를 가지고 남편이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곁을 지킨다.
그녀의 아들은 벚꽃이 한창이던 때에 엄마를
휠체어에 태워 꽃놀이를 시켜 주었다.
그녀가 인생과 세상을 대하던 방식으로
가족들이 똘똘 뭉쳐서
그녀를 사랑으로 지켜내고 있다.
사랑하는 H야,
큰 후유증 없이 쾌차해서 예전처럼 다정하게
서방님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모습을 빨리 볼 수
있기를 기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