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조용해질 때, 나는 비로소 나를 따라잡는다.
하루의 끝에서 문득,
나는 숨이 가빠졌다는 걸 느낀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날인데도 그렇다.
몸은 가만히 있었지만, 마음은 하루 종일 달리고 있었다.
해야 할 일, 해야 했던 말, 하지 못한 마음들이 뒤섞여
어딘가로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문득 멈춘다.
책상 위에 흩어진 것들을 그대로 두고,
그저 숨을 고른다.
들이쉬고, 내쉬는 일.
아무 의미도 없는 이 단순한 동작이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살리는 일이 되었다.
예전의 나는 이런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질 것 같았고,
머무는 건 정체라고 믿었다.
그래서 늘 뭔가를 하려고 했다.
움직이고, 증명하고, 또 움직였다.
그러다 문득,
나는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움직임’ 자체에 매달려 있었다.
그때 나는 숨을 잃었다.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지 않은 기분.
하루가 지나도 무언가가 남지 않았다.
그저 피로만 쌓였다.
그래서 멈췄다.
처음으로, 내 의지로 멈추어 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멈춤은 정체가 아니라 회복이었다.
숨을 고르는 동안,
나는 세상이 아니라 나를 다시 찾고 있었다.
숨을 고른다는 건 단순히 쉬는 일이 아니다.
그건 나의 리듬을 되찾는 일이다.
세상은 늘 빠르다.
사람의 말은 겹치고, 계획은 밀려온다.
누군가의 성취가 나의 기준이 되고,
타인의 속도가 내 시계를 흔든다.
하지만 숨을 고르는 동안,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
내가 바라보는 것과
내가 서 있는 곳의 간격이 맞춰진다.
나는 그때 비로소 나 자신을 따라잡는다.
숨을 고르는 동안의 세상은 조용하다.
아니, 조용하다고 느껴질 뿐이다.
사실은 그제야 내가 소음을 멈춘 것이다.
멀리서 바람이 지나가고,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햇빛이 벽을 천천히 옮겨 다니고,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흐른다.
그동안 세상은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다만 내가 너무 시끄러웠을 뿐이다.
가끔은 누군가의 말이 나를 멈추게 한다.
“괜찮아, 조금 쉬어도 돼.”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인지
이제야 알겠다.
쉬어도 된다는 허락은
사실, 다시 시작해도 된다는 말이었다.
나는 이제,
멈추는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숨을 고르는 시간 속에서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여전히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밤이 깊어갈수록
세상은 점점 투명해진다.
모든 소리가 잦아든 자리에서
나는 다시 호흡을 느낀다.
내 몸이 이 세상과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걸.
이 단순한 사실이 나를 안심시킨다.
숨을 고르는 동안,
나는 잃었던 나를 되찾는다.
내가 가던 길이 어디였는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내딛는다.
이번에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나의 속도로.
세상은 여전히 빠르고,
사람들은 여전히 달린다.
하지만 나는 안다.
모든 달림에는 멈춤이 필요하다는 걸.
모든 시작엔 숨이 필요하다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잠시 멈춰 선다.
짧게 들이쉬고, 길게 내쉰다.
그 단순한 동작이 하루를 바꾼다.
숨을 고르는 동안,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달라진다.
그 변화는 아주 미세하지만,
그 미세함이 내 삶을 지탱한다.
오늘도 나는 숨을 고른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비로소 나를 따라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