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일상이 되는 방식에 대하여
어느 순간부터
하루가 예전과 같은 순서로 흘러가는데도
느낌만은 조금 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는 일,
대충 씻고 옷을 고르는 일,
익숙한 길을 걸어 나가는 일까지
모두 어제와 다르지 않은데
마음의 박자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그 어긋남이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 뭔가 달라졌구나” 하고
조용히 알아차리게 만드는 변화였다.
예전엔 하루를 시작할 때
나만의 속도가 있었다.
내 컨디션에 맞춰 움직이고,
내 기분에 따라 하루의 온도가 정해졌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
한 번쯤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점심은 잘 챙겨 먹었을지,
괜히 바람이 차가우면
옷을 따뜻하게 입었을지.
그 생각들이
하루를 지배하지는 않는다.
그저 하루의 배경처럼 깔린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의 존재처럼.
연애 초반의 설렘은
하루를 뒤흔들었다.
잠을 설치게 만들고,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요동쳤다.
하지만 지금의 사랑은
그렇지 않았다.
하루를 흔들지는 않지만,
하루의 리듬을 바꿔놓는다.
예전에는 혼자서도 충분했던 시간들이
이제는 그 사람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포함하고 흘러간다.
약속이 없어도
괜히 저녁 시간을 비워두게 되고,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하루가 끝날 즈음
그 사람에게 닿고 싶어진다.
그게 의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나에겐 가장 큰 변화였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감정이 커지는 게 아니라
생활이 조금씩 조정된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누군가를 위해
내 하루를 통째로 바꾸는 게 아니라,
내 하루 안에
그 사람이 들어올 자리를 남겨두는 것.
그건 희생도 아니고,
포기도 아니다.
그냥 마음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어느 날은
그 사람과 통화를 하다
“이제 슬슬 집에 갈까”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았다.
그 말 속에는
아쉬움도, 집착도 없었다.
그저
각자의 하루로 돌아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아,
이건 설렘의 사랑이 아니라
생활의 사랑이구나.
함께 있지 않아도
각자의 리듬 속에서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감정.
그게 지금 내가 있는 자리였다.
사랑은 언제나
극적인 순간에서만 자라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런 조용한 변화들 속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는 걸
나는 이제서야 배우고 있었다.
하루의 리듬이 바뀐다는 것.
그건 누군가 때문에
내 삶이 흔들린다는 뜻이 아니라,
내 삶이
조금 더 단단해졌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단단함 한가운데에
그 사람이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