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호하는 마인드셋
살다 보면 다양한 부조리(?)를 맞닥뜨리게 된다. 일의 순서가 있는데 빨리 해달라며 치고 들어오는 일, 분명 내 말이 맞는데 안된다고 하는 상대방 등등. 당연히 짜증 나고 화나는 일이다. 예민한 것으로 치면 꽤 치는 편인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준 문장이 있다.
이유가 있겠지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갈등이 있지만, 대부분은 모든 사람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비해 내가 옳고, 내 일이 더 중요하고, 내가 더 급하다고 생각한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솔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 발 물러서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네' 싶은 마음이 든다. 역지사지라는 옛 말이 괜히 있지 않겠지.
원글을 찾기 위해 옛 트위터 계정까지 로그인하며 찾아봤지만, 인스타에서 이미지만 겨우 찾은 글이다. 여전히 '카이스트 출신애들'에게는 무슨 공감대가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의 힘은 인정한다.
다만, 나는 '그럴 수도 있지'보다 '이유가 있겠지'가 좀 더 적극적인 역지사지 방법이라 선호한다. '그럴 수도 있지'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넘어가자는 느낌이라 찝찝하다.
나는 무엇이든 이해를 하고 납득이 돼야 마음이 편하다. 특히 그것이 안 좋은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떤 행동을 함에 있어서, 자기 합리화가 발달(?)했다. 딱히 이유가 없는 일에도 이유를 만들어내고 갖다 붙인다. 예를 들어, 이번 주말 내내 뒹굴거리며 영상만 봤다면, "그래. 난 한 달 넘게 주말에도 쉬지 못했으니 이래도 되는 거야". 또는 혼술 안 하기로 다짐해 놓고 수줍게 맥주 한 캔을 사가지고 들어오는 길에는, "내가 맨날 먹는 것도 아니고,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좀 먹어도 돼" 하는 식이다.
앞서 부끄러운 예를 들었지만, 이것을 선을 넘는다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상대방에게 대입해 보면 효과가 좋다. "저분도 위에서 볶여서 그렇겠지", "저 조직도 요즘에 성과가 필요하다 보니 그런가 보다", "너무 바빠서 예민해지셔서 그런 걸 거야", "저분도 저러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 이렇게 말이다.
아니 그렇다면 나만 호구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이런 마인드셋의 포인트는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다. 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상대방 입장에서 이유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상대방을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