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다 타고 무너져서야 알게 된 진실
고3 때 담임 선생님이 칠판에 아주 큰 원과 조그만 원 두개를 그리고 말했다. "자 우리가 인생의 목표를 세웠다고 생각해보자. 한 사람은 아주 원대한 목표. 다른 한 사람은 적당히 작은 목표. 원대한 목표를 이룬 사람은 설사 다 이루지 못한다 해도 그 노력으로 이룬 반절만치가 적당히 작은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많다." 공부에 지쳐있었지만, 나름 논리적인 선생님의 설명에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 번 태어난 인생, 목표도 높게 잡고 열심히 살아야지.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렀고 많은 경험을 했다. 유학을 오고 교수가 되고 싶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연구직으로 미국 테크 회사 몇몇 곳을 다니다 지금의 회사에서 Senior UX researcher로 일하고 있다. 10대와 20대의 나는 이 세상에 무언가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에 밝혀지지 않은 이론과 지식을 창조해내는 연구자이자 후학을 양성하는 유명 교수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내 연구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각종 조직에 올바른 문화를 심어주는, 정말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 그 원대한 꿈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는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이다. 고3 담임선생님이 말했던 그 두 개의 원 이야기는 조금은 맞았는지도 모른다. 꿈을 크게 꿨기에 미국에 유학도 왔고, 박사도 취득했고, 지금의 삶에 이방인으로서 정착했으니까. 그래도 내가 이룬 건, 원래 나의 꿈에서 티끌만치도 되지 않는다.
꿈을 꾸면서 간과한게 있었다. 왜 내가 그 꿈을 꾸었을까 하는 그 근본적인 질문. 나는 어쩌면 내 자신이라는 사람을 높히기 위해, 이 세상에서 다른 이들이 우러러보는 그런 사회적인 성공을 하기 위해 그 꿈을 꿨다. 그래서 어느 대학에서 유학하는 게 중요했고, 어느 대학의 교수가 되는 게 중요했고, 어느 직장을 가는 게 중요했다. 이런 무언가 외적인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외적 동기는 오래 가지 못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참으로 고통스럽다.
박사 공부를 할 때 100분의 1의 시간 만큼은 무릎을 치는 논문을 읽는게 희열 넘치고 짜릿했다. 하지만 나머지의 99 만큼의 시간은 "나는 이 일을 해야만 한다" 는 should mindset에 갇혀서 힘들어도 꾹 참고 할 일들을 해내어 갔다. 그렇게 4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박사우울증에 심하게 걸렸다. 이틀을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에 일상 생활이 힘들 정도가 되었다. 다른 사람과 눈마주침도 어려워졌고, 벼랑 끝에 서있는 절망감이 나를 지배했다. 6개월간 상담을 하고 불안증 약을 복용하고 나서야 차차 나아지기 시작했는데, 나에게 제일 도움이 되었던 치료법은 내가 가진 잘못된 인지를 바로 잡는 것이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should mindset이 왜 잘못된 생각의 오류인지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하고 고쳤다. 직업적 성취를 이루는 것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진짜 내가 아님을 깨닫고 깨달았다. 내 자아는 사회적 성공의 자아와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그 자아상만을 나라 생각하는 외곬수 적 삶에 갇혀있었다.
그 이후 삶의 나의 최대 모토는 "Job은 Job일 뿐이다." Meta(구 Facebook) 에서 일 할 때 나는, 너무나도 경쟁적이고 성취 지향적이어서 개인적인 삶을 많이 희생한 채 일에 몰두하는 여러 동료들을 보았다. 그 곳에서 나의 예전 자아들을 타인을 통해 보며 나는 또 되뇌였다. "My life is much bigger than my job. It's just a job." 그리고 그 곳의 조직문화에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오기 위해 이직을 준비했다. 아무리 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테크기업이고 들어가기 힘든 회사라 하더라도, 그런 문화에서 나를 깎아내리면서 까지 일 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예전의 불행했던 나를 너무나도 선명하게 기억했다. 1년 반만에 그 곳에서 지금의 회사로 옮기면서, 워라벨을 찾고 전보다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잡은 잡일 뿐이다. 사회적 성공은 하나의 가치일 뿐이다. 앞으로의 삶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사느냐에 따라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추구 가치는 인생을 겪으며, 세월을 겪으며 변화할 수 있다. 모든 건 변하지만, 가슴으로 터득한 몇 안되는 진실은 그렇다. 잡은 잡일 뿐이다. 내 인생은 내 일보다 훨씬 크며 가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