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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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준이 죽은 남편과 만나게 된 계기를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서래는, 자신이 죽은 남편의 피의자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사건 담당 형사 해준을 좋아하게 되었다.
해준 역시 처음부터,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에게 묘하게 끌렸다. 서래를 피의자로 의심하면서도 연민을 느꼈고, 여자로서 좋아하게 되었다. 마침내.
사건을 수사하는 모습이 마치 그녀를,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알아가는 모습과 같았다. 그녀를 감시, 관찰하면서도 사실은 그녀가 끼니를 잘 챙겨 먹지 않고, 담배를 피우다 아무렇게나 잠드는 것을 보며 걱정했다. 그녀 역시 자신을 감시, 관찰하는 형사 해준을, 자신을 지켜주는 듯한 것으로 느끼며 든든하고 편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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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인상 깊었던 것은, 서로가 서로의 결핍을 채워준 모습들이다. 식사를 잘 챙겨 먹지 않는 서래에게 해준을 밥을, 불면증이 심한 해준에게 서래는 잠을 선물해준다.
중국인인 서래를 위해 스윗하게 중국식 요리를 해주는 해준. 이때 수줍게 웃는 서래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서래가 해준에게 잠을 선물해준 방식이 너무 아름다웠다. 미결 사건의 사진들을 한쪽 벽에 붙여 놓고 사는 해준. 서래는 그 사진들을 보고 놀라며 말한다.
그리고 어느 날,
재워주러 왔다며 해준의 집에 오는 그녀. 벽에 붙어있던, 최근 종결된 사건들의 사진들을 떼어내고, 그것들을 가스불에 태워준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준을 재워준다.
그렇게 오랫동안 불면증에 고통받던 해준을 깊고 편안한 잠에 들게 해주는 서래. 해준은, 아내와의 관계에선 느끼지 못한 위로와 안정을 느낀다.
둘의 마음이 조금씩 깊어지던, 비 오는 어느 날.
사찰데이트를 하던 중 서래가 해준에게 말한다.
"처음부터 좋았습니다. 나를 책임질 형사가 품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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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게 된 둘.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 해준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 서래
그녀는, 서래 자신으로 인해 완전히 붕괴되었다고 말한 그를 위해,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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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말.)
이 영화의 결말을 보고 많이 울었다.
서래가 너무 불쌍해서. 불쌍한 여자. 너무 슬프다.
깊이 없고 차가운 감정조각들에 지쳐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해 본다. 영화의 미장센들, 그리고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 좋았다. 스토리와 대사들을 여기 다 적지 못했지만.
진정한 사랑에 감동받고, 가슴 아파 울면서 본 영화,
<헤어질 결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