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장마가 시작이다. 이 지리한 장마라는 놈은 외면하려 애써도 결국엔 오고야 말지. 장마가 되면 숨겨둔 슬픔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흘러내린다. 젠장. 떨지 않아도 되니 좋은, 눈사람처럼 입지 않아도 되니 좋은, 그런 쨍쨍하고 상큼한 여름. 그것만을 취하고 싶다.
습한 느낌과 눅눅해진 이것저것들. 조금 서운하다. 이럴 거면서 나를 그리 세상 밝게 비춰준 건지.
너무해. 장마의 날들.
비가 마구마구 내리는 만큼 슬픔을 맘껏 쏟아내고, 내 기분 가는 대로 흥청망청 살고 싶어.
적어도 그때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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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언제나 여름 같아서
자꾸만 너는 날 기대하게 해.
그토록 날 애태우더니 어느 순간 훌쩍 다가오고,
이토록 날 설레우더니 어느 순간 폴짝 사라지고.
그러다 이젠 아예 맘껏 울라고 비를 내려주네.
그러면 난
비가 가장 많이 오는 날을 고르고 골라
하염없이 걸을 거야.
눅눅하고 축축한 이 기분을 찢고
너를 흘려보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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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랬냐는 듯
나는 다시 또
찰랑찰랑 웃으며 살아가겠지.
그렇게 너는
반짝이고 눈부신 여름으로 남겠지.
오래된 여름 노래처럼
아스라이 그리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