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쉽게 웅크리고 움츠러들곤 했다. 외로워서 울다가도, 이렇게 외로워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 애써 웃으며 모든 상흔들을 감추려 했다. 불안해서 동동거리다가도, 이렇게 불안해하는 나 자신을 들키기 싫어 태연한 척했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것들, 그리고 마주하게 되는 것들... 그것들의 영향으로, 그리 탄탄한 자존감을 지닌 어른은 못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낸 나 자신, 이라는 근거 있는 자신감 하나만큼은 단단하긴 하지만.
어떤 삶일까.
그 어떤 일, 그 어떤 상황, 그 어떤 말, 그 어떤 사람에도 휘청이지 않는, 탄탄하고 높은 자존감을 지닌 이의 삶은. 조금 느리더라도, 어릴 때부터 타고난 자존감은 아닐지라도, 이렇게라도 난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조금씩이라도. 훼손된 자아상 역시 많이 좋아졌고. 아주 조금씩이라도.
게다가 감사하게도, 과거 날 힘들게 했던 요인들이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그 또한 참 다행이지.
컵에 묻은 얼룩이 싫어서,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아 결국엔 그 컵을 깨버리고만 것만 같은 나날들.
이젠 그 나날들마저 사랑하려고 해.
그 깨진 유리조각들은 모두 나였어.
산산조각. 그게 나였어.
삶에 회한이 많아서인지... 자주 후회하고 자책하지만,
그렇게 서툴게 살아가보지 뭐.
내게 머물다 갈 것들은 모두 살아있는 하나의 주체. 능동의 존재.
나의 관할이 아닌 그 모든 것들은 흘러가는 대로.
Let it be.
나는 오늘도 열심히 나를 어루만진다.
지겨워도 어쩌겠나, 이것이 내 삶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