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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Aug 27. 2023

새벽 2시, 투신자살의 실패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경찰에게 붙잡혔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투신자살의 실패(2)


처음 들어가 본 지구대는 그 분위기가 엄숙했다. 그래서였을까. 경찰아저씨는 분노 속에 긴장을 한 채 정신을 놓고 앉아있는 나에게 물 한잔을 떠다 주었다. "도대체 이 새벽에 아파트 옥상에는 왜 올라가신 거예요." 탐문이 시작됐다.

협조 안 하시고 난동을 부리시면 수갑 채우겠습니다.


순간 무서움이 배가 되기 시작했다.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탐문을 하며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묻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문서를 책상에 내 던지기도 하지 않는가. 지금 그 자리에 내가 앉아있고, 그 이유가 자살시도. 때문이라는 사실은 나를 얼게 만들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경찰은 이야기했다. "부모님 연락처가 어떻게 되시나요?"


화가 났다.

어디를 가든지, 어떤 상황을 마주하든지 모든 과정에서 부모님을 찾는 '자칭 어른'들이 너무나 밉고 싫었다.

세상에 부모님이 없는 사람들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말이다. 


=나에게 부모님(보호자)이란,

언젠가부터 나에게 보호자는 부모님이 아니었다. 부모님과는 많은 소통이나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왔고, 그래서일까 나는 부모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강한 사람으로 성장하였다.

우리 집은 내가 어렸을 적부터 가정불화가 심했고, 매일 같이 울며 지내는 엄마의 모습이 참 보기 싫었었.

엄마에게 나만큼은 짐이 되고 싶지 않았고 나는 어린 나이에 어른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우리 부모님은 보호자도 어른도 아닌, 덜 성장한 채 멈춰있던 어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내가 보호자는 부를 수 있었을까? 아니었다.

나는 경찰아저씨에게 이야기했다. "아저씨 같으면 이 상황을 부모님께 말씀드리실 수 있어요?"라고.

그러자 경찰아저씨도 이야기했다. 아이러니하지 않느냐고. 그런 사람이 죽겠다고 주변정리를 하고, 유서를 쓰고, 15층 아파트 옥상에 올라갔다는 사실이 앞뒤가 맞는 이야기가 맞냐고 나에게 되묻더라. 엄마가 그렇게 걱정이 된다는 사람이 말이다.


순간 머리가 멍했다. 화도 나더라. 그래서 이야기했다. "내가 죽어버리면 부모님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곁에서 그대로 지켜보지 않아도 되니 상관없다고!"

너무 이기적인 이야기였을까...?

아니, 그만큼 나는 너무나 지쳐있었다.

래서 이기적인 생각을 했던게 맞다.

누구든. 내 죽음을 그대로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게 엄마이든 부모님이든

주변 지인들이든 누구든지 말이다.


그런데, 잠시 뒤 내 눈앞에 나타난 사람들

부장님, 지인, 상담선생님.

새벽 2시, 이곳 지구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곧 다음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이어집니다.
#3. 새벽 2시, 지구대로 달려온 소중한 사람들
#4. 새벽 6시, 정신병원에 강제 응급입원 되다
#5. 폐쇄 정신병동에서의 우여곡절
#6. 퇴원을 하기 위한 발버둥
#7. 잘못했습니다/다시 되찾은 삶
#8.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편지글
#9.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10. 다시 시작하는 두 번째 인생

삶과 죽음의 순간, 경험했던 모든 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또다시 같은 상황으로 흔들리더라도, 꺼내보고 되새기며  나를 바로잡기 위해. 글로써 모든 순간을 저장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은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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