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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Jun 04. 2023

5만원, 장례식장에서 팁을 받았습니다

나는 장례도우미다

집안 어르신들이 고생 많았다고
칭찬을 그렇게 해주셨어요


는 장례도우미다.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주 2일은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장례식장을 방문해 본 적이 있는가? 그랬다면 나와 같은 장례도우미를 마주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장례식장에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 항상 고인에게 정중한 인사를 먼저 드린다. 물론, 슬픔에 잠겨 있는 가족분들과도 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근무 전 마음가짐을 다져나가는 작업을 한다. 그날도 그랬다.


나는 매주 문상객을 마주한다. 먼 길이든 가까운 거리이든  그 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온 맘 다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정중하게 모셔드리려 방문해 주신 문상객을 말이다. 그러면 항상 자연스럽게 두 손이 공손하게 모여지게 되더라.


그리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길을 찾아와 주신 문상객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내 직업, 업무의 중요성을. 그래서 내 모습을 계속 검열하며 일을 하게 된다. 그분들이 나라는 사람으로 인해 혹시나 불편감을 느끼시진 않을지, 나라는 사람으로 인해 고인의 장례식에 대한 좋지 못한 생각과 이미지를 심어드리게 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노력한다. 최대한 정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빈틈없는 서비스 정신을 장착해 내기 위해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접객을 도와주고, 제단을 세팅해 주고, 장례의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챙겨주실 때 몸에 와닿는 서비스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고 말씀해주시더라. 집안에서 처음 치르는 장례였기 때문에 걱정이 많으셨다고 말이다. 그런데,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다고. 웃음 지어 주셨다. 그렇게 나는 상주와 가족분들에게 '잊지 못할 감사함'을 받았다.

 

나는 지금까지 인생살아오면서 여러 직종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보았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팁이란 것도 받아보게  되더라. 그런데, 오늘 상주분께서 내게 전해주신 5만 원은, 팁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사함'이었다. 지금 내 모습에 대한 '인정'과 '응원' 이기도 했다. 그래서 너무 소중했다.


그동안 나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일을 병행하며, 돈을 벌어내야 하는 지금  내 현실이, 내 모습이, 속상한 적이 많았다. 아니, 조금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처량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지금은 내 삶을 다시 되돌아보고 있다. 마냥 투정만 부리지 않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는 순간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을 맞이한 것 같았다. 힘듦에 찌들어 있던 내 모습에 터닝포인트를 안겨주었던 그날. '5만 원의 감사함'을 평생 잊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여러분은 지금 삶이 어떠한가? 혹시 힘이 든다며 마냥 투정을 부리고 있는 모습이 있는가. 그렇다면 내 삶 속에서 작은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정말 사소한 무엇이라도 말이다.


5만 원은 소중하게 저금통에 모아 두었다.


세상의 모든 장례도우미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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