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YA Mar 25. 2023

우리는 중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흔들리는 존재들이다.

김지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촛불과 파도 앞에서 삶과 죽음을 기억하는 자




 만약 누군가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이 책으로 그 답을 대신하고 싶다.

전 생애를 놓고도 얻을 수 없는 현인들의 삶의 진액을 책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빈번히 눈에 띈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지침서와 같다고 한다. 책 소개에 보면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하는데, 며칠 전 유튜브에서 본 “우리 삶 자체가 기적이고, 우리는 실은 죽음과 매우 가까운 존재다. ”라는 문장이 떠올라서 더욱 관심이 갔다. (책 코스모스에 대한 이해를 위해 찾아 본 우주 관련 콘텐츠였다.)


 이어령 스승의 라스트 수업을 김지수 기사가 인터뷰하고 기록했다. 작가가 파트별로 나누어 기록한 것을 나는 죽음과 삶 평등과 종교라는 큰 카테고리로 재분류하였다.


죽음

죽음은 바다가 수평으로 돌아가는 것

 이어령 스승은 현재 우리가 죽음이 죽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팬데믹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가 죽어버린 죽음을 부활시켰다. 바로 지금이 죽음을 기억할 때이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또한 스승은 죽음이 파도가 수평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마치 바다를 벗어난 물고기가 그제야 자신이 바다에 있었음을 앎과 같이 바다도 움직임을 멈쳐야만 수면으로 돌아간다.



살아있음의 갈증


 탕자의 삶이 비극에서 희극으로 변화돼 보이는 것은 그의 삶이 ‘자기 자신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탕자는 욕망의 시선을 본인에게 두었다. 이어령 스승은 이에 대해 “남의 뒤통수만 쫓아다니면서 길 잃지 않은 사람과 혼자 길을 찾다 헤매본 사람 중 누가 진짜 자기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Only One의 존재는 에고이스트(자기의 이익만을 꾀하는 자)가 아닌 오롯이 길을 잃어본 자이다. 갈증을 느낀 인간은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길을 잃는다.

그 순간마저도 ‘자신’으로 존재하는 사람은 아버지와 집이라는 안식에 닿을 것이라고, 이것이 아름답고 기구한 자의 삶이라고, 인간은 연필과 지우개같이 쓰고 지울 수 있는 존재이기에 경이로운 페이지를 적어나감과 동시에 고난을 겪으며, 망각이라는 지우개로 지워내릴 수 있다고 한다.



평등


우리의 평등은 우리 모두가 다른 유일한 존재라는 데서 온다.



 SNS 플랫폼에서 우연히 본 런던 베이글 뮤지엄 기획자 료의 말이 인상 깊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슬로건

“우린 모두 다르게 태어났는데,

왜 똑같아지길 바라나요?

(Why are we all born different

and why do we all strive

to be the same?)”

아래는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다.


“신은 생명을 평등하게 만들었어요. 능력과 환경이 같아서 평등한 게 아니야. 다 다르고 유일하다는 게 평등이지요.”  


 우연히 본 런던베이글의 슬로건과 이어령 선생님의 말이 동일한 것까지 나에게는 필연 그 이상의 것으로 새겨졌다. 늘 다른 것에 대한 불평만 있었고 다름 속의 유일함은 놓치고 있었다. 생애 마지막 장인 죽음이 필연적인 존재들끼리 서로의 존재로 인한 불평등을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세상은 불합리하다. 저자도 합리주의 끝에는 비합리주의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스에서 말하는 운명론이란, 있는 힘껏 노력하고 지혜를 끌어모아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는 거야.”

 그렇다고 내 삶의 운전대를 타인에게 넘겨줄 것인가. 비합리성에 취해 수저론을 운운하며 능력을 기르려는 시도 또한 마다할 것인가. 타인과의 차이를 비관하는가 낙관하는 가에 따라 삶의 전망은 달라진다. 우린 모두 다르기 때문에 평등하다.


종교


”마이 라이프는 신의 기프트였어요.“


 우리는 우주로부터 파생된 빛의 찌꺼기이며, 영겁의 시간을 거쳐 지금의 존재가 되었다. 동양에서는 죽음을 ‘돌아가셨다’라고 표현한다. 즉 우리는 되돌아가는 존재들이다.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삶의 양감을 벗겨낸 양태로 돌아가는 것,

그 순간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주마등 사이로 깨닫는 것, 그것은 모든 순간이 신의 선물이었다는 것이다.

신의 숨결이 늘 삶 곳곳에 닿아왔다.

 이어령 선생님은 돌아가셨다. 비극과 희극의 양날이 끊임없이 접경했던 곳에서부터 원래 있던 곳으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적어내려가주신 채로, 그의 마지막은 end 마크가 아닌 꽃봉오리로 장식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녀를 짓누른 것은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