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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고실험 Jul 13. 2022

예상치 못한 담배 공격

담배를 피우지 않는 입장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하는 순간들은 그리 달갑지가 않다.

들고 있는 담배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연기도 싫은 수준인데 어쩌다 입으로 내뿜는 깊은 담배연기가 내 얼굴을 향할 때면 그저 잠시 동안 숨을 참으며 목석처럼 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요즘은 사람들이 흡연구역 아닌 곳에서 담배 피우는 경우가 많이 줄었고 또 담배를 권하거나 하는 문화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해서 담배로 인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이 살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면 평소보다 도로 위의 차량이 늘어난다.

아마도 비를 맞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막히는 도로를 천천히 주행하고 있는데, 그날 따라 유난히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는 차가 많이 보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차를 이용하면 차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더 많은 건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앞에 차에서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탈탈 튕기는 장면과 그 손의 끝에서부터 날리기 시작한 담뱃재가 내 차 앞유리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아.. 비까지 오는데.

피할 수도 없었고 막을 수도 없었다.

그냥 그 담뱃재들이 내 차 앞유리에 날아와 빗방울들과 합쳐지고, 그 담뱃재 섞인 빗방울이 와이퍼에 쓸려 차 저 안쪽으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담뱃재 앞에는 자동차 내부로 공기를 흡입해주는 흡기구가 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담배 속에 포함된 타르가 내 차에 묻는 것도 싫고, 물이 마르면 스멀스멀 올라올 담배냄새도 싫고 세차하기 힘든 부분에 담배 부스러기가 말라서 들러붙는 것도 다 싫다.

혼이라도 힘껏 눌러버릴까.

창문 열고 담배를 피우는 행위가 길거리 흡연이고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저 문외한에게 내 메시지가 전달되기는 할까.

오히려 저런 최소한의 예의마저 갖추지 못한 인간이 차에서 내려 나한테 엄한 짓이라도 하면 어떡하나.

별별 생각을 다 했지만 어쨌든 내게 주어진 선택지가 앞의 인간에게 시비를 거느냐 아니면 그냥 참고 넘어가느냐 둘 중 하나라면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단 걸 최근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시비를 걸었다가 그 사람이 회사 사람이어서 아직도 만날 때마다 뻘쭘하다.)


유난히 그날 따라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는 차들이 많았다.

평소라면 며칠에 한 대 정도 보이던 흡연차량이 그날은 네댓 대가 보일 정도였다.


배려라는 건 참 어렵다.

배려를 하지 않으면 내가 조금 더 편해질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기 때문에.

내 시간을 조금 더 아낄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다른 사람의 건강이나 기분을 배려하지 않는 인간들이 있다.

어렵겠지만 좀 해 주길 바란다.

너 혼자 편하게 담배 피우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니 뒤에 따라가는 모든 차들이 다 피해받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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