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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고실험 Nov 02. 2022

쉬운 말, 어려운 말

참 쉬운 말이 있고 어려운 말이 있다.

쉬운 말은 대체적으로 과거를 이야기한다거나 결과를 이야기하는 말들이다.

아마 회사에서는 이런 말들이 자주 나올 것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한 게 아냐. 다들 열심히 해. 열심히가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한 거지. 잘해서 좋은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거지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다 해."


참 쉬운 말이다.

왜냐면 저 말은 결과를 말하는 것일 뿐이니까.

결과가 성공적이면 "내가 말했던 게 이거다. 잘했다."라고 말해버리면 그만이고 결과가 실패면 "넌 결국 못한 거다. 왜 내가 시킨 걸 못했냐."라고 해 버리면 그만이다.

설령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정말 열심히 했고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가 크건 작건간에 결국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무조건 자신의 말이 맞게 만드는 마법의 언어인 것이다.


회사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야기를 하니까 저 말이 대단한 말이고 위압적인 말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을 바꿔서 비슷한 논리로 이야기해 보자.


사례 1.

"저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열심히 하면 뭐하니. 잘해야지."

"어떻게 하면 잘하게 되는데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사례 2.

"석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길래 정말 열심히 팠습니다. 그런데 석유가 안 나와요."

"열심히 파면 어떡합니까. 잘 팠어야죠."

"잘 파면 나옵니까?"

"네 잘 팠으면 당연히 나와야죠. 잘못 팠으니까 안 나오는 거 아닙니까."


사례 3.

"이번 주식 투자에 최선을 다했지만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길래 투자를 잘하라고 했잖아요.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 아닙니까."

"전문가 분석 및 AI의 추천에 따라서 진행되었으며 리스크를 감안해서 최소한의 투자만 진행이 되었.."

"다 필요 없고요. 투자를 잘했냐고 잘 못했냐고 그것만 얘기하세요."


참 쉬운 말이다.

잘했으면 됐다.

잘 못했으니 안된 거다.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아니다.

절대 아니다.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과학적 방법론을 조금만 가져와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바로 알 수가 있다.


과학에서의 탐구 방법은 실험과 관찰이라는 방법을 쓴다.

실험은 환경을 통제해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바꿔가며 결과가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한다.

변수에 따른 결과가 바뀌었다고 그것이 바로 채택되진 않는다.

반복된 실험에서도 항상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만큼 높은 반복성을 필요로 한다.

만약 위의 것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것은 반복성이 없으며 체계화되지 않은 실험이라고 판단한다.


만약 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결과를 내놓았는데 그 과정은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또 반복성도 없는 결과라면?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결과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왜냐면 결과가 잘 됐으니까.

하지만 그 일을 반복해야 한다면?

결코 그 결괏값이 균일하게 잘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열심히 했던 사람은 다르다.

물론 그 열심히에는 당연히 방법론적 열심화 결과론적 열심히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제대로 된 방법을 세우고 그것을 열심히 수행했다고 하면 그 사람은 설령 실패한다고 하여도 그다음 시행에서는 많은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고 또 성공에 점점 더 근접해 갈 것이다.


그렇다고 "그래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지. 힘내자."라는 말을 꺼내는 것은 참 어려운 말이라는 것을 안다.

세상은 열심히 한 것을 수치화해서 평가해주진 않으니까.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리고 꾸준히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또한 언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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